너를 품에 안으면 19장-1부

(When I Hold You in My Arms)

by 스팅비 StinG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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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4] 너를 품에 안으면 [19장-1부] —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19-1)

다음 날 윤서는 노트북 화면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동현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며칠 전, 윤서가 먼저 메시지를 던져놓고

기다렸던 그 이름.


대화창 옆에는 작은 숫자가 떠 있었고, ‘읽지 않음’ 표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누나… 정말 내가 알고 있던 최윤서 누나야?”

“내 번호 917-XXX-X711. 언제든 전화 줘. 너무 반가워.”


윤서는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렸다.

지금까지는—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

그녀는 시간을 끌지 않았다.

전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두 번 울리고,

낯익으면서도 낯선 목소리가 급하게 받았다.


[동현] “누나…? 진짜 누나야?”

[윤서] “그래. 동현아 나야.”


짧은 침묵.

그 침묵이, 몇 년을 한 번에 꺼내는 느낌이었다.

[동현] “와… 나 지금 손 떨려. 누나…”

“어디야? 누나 지금 어디 있어?”

[윤서] “나 지금 텍사스에 있어.”

[동현] “뭐? 텍사스…?”

[동현] “누나, 거기 왜 있어. 거기서 뭐 하는데…?”

[동현] “와… 누나 진짜 반갑다.”


윤서는 대답을 급하게 하지 않았다.

동현은 그 침묵을 못 참고 먼저 말을 이어갔다.

[동현] “아무튼, 나… 한국에서 계속 버티다가.”

[동현] “누나 따라 캘리포니아 가고 싶었는데 못 갔잖아.

그때 내가 뭘 할 수가 있었겠어.”


윤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동현은 그 침묵을 알아서 이어갔다.

[동현] “나 처음에는 연예계 쪽에 그대로 있었어. 매니저로.”

[동현] “그때 누나도 들어서 알지?”
[동현] “나—나름 잘 나가던 남자 배우 뒤치다꺼리도 했었어.”


[동현] “처음엔 진짜… 괜찮았잖아.”

[동현] “누나랑 떨어진 건 아쉬웠지만…”
[동현] “근데 나도 내 살길은 찾아야 했거든.”

[동현] “내 꿈이… 진짜로 이뤄질 것 같았고…”


[동현] “다시 새롭게 시작되는 대기실. 방송국. 행사. 스케줄표.”

[동현] “내가 누굴 스케줄 잡아주고, 동선까지 챙긴다는 느낌… 그쪽에 이상하게 취해있었어.”

[동현] “그땐—오래 같이 갈 줄 알았지.”


[윤서] “그러다.”

[동현] “그러다… 그 인간 나락으로 떨어져 나갔잖아.”

[동현] “누나도 알잖아. 여기선 한 번 터지면—끝인 거.”

[동현] “어린 여자랑 스캔들 터졌어. 처음엔 ‘루머’였지.”


[동현] “근데 사진 한 장. 영상 몇 초.”

[동현] “기자들이 제목을 뽑아. 포털 메인에 걸리고, 실시간에 뜨고.”

[동현] “그다음은 순서는 누나가 더 잘 알잖아.”

[동현] “기사 한 줄이 아니라—기사 수십 줄로 하루를 덮어버리는 거.”

[동현] “불륜이니 미성년자였니, 합의니 아니니… 확인도 안 된 말이 사람들 입에서 굴러다니다가 결국 ‘사실’이 돼 버리잖아. 누나도 알잖아. 내가 자세히 말 안 해도...”


[동현] “거기다 댓글이 사람을 먼저 죽여주잖아.”

[동현] “‘원래 그럴 줄 알았다’ ‘역겹다’ ‘은퇴해라’…”

[동현] “제일 먼저 달라지는 게 사람들 태도야. 안 그래?”

[동현] “그다음은… 전화가 안 와.”

[동현] “아니—전화는 오긴 와.”
[동현] “근데 전부 ‘취소’ 전화야.”


[동현] “협찬 끊겨. 광고 내려가. 브랜드는 ‘이미지’ 얘기만 해.”

[동현] “행사 취소. 제작사 회의. 편집본 다시 돌린다는 둥.”

[동현] “방송국은 더 빠르잖아. ‘하차’는 단어도 안 쓰고. 그냥 ‘정리’하자는 쪽으로.”

[동현] “그리고 제일 먼저 잘리는 게… 매니저잖아.”


동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동현] “위에서는 말하지.”

[동현] “‘네가 관리 제대로 했어야지.’”

[동현] “지랄..., 관리?”


[동현] “이런 씨발... 내가 뭘 관리해. 그 새끼긴 훨씬 이전에 벌써 망가져 있었는데...”

[동현] “그 인간이 무너지니까, 그 옆에 있던 사람도 같이 무너지잖아.”

[동현] “그때부터는 그냥…”

[동현] “같이 떨어지는 거지...”


[동현] “그러나 저러나 누나는?”
[동현] “미안… 내 이야기만 늘어놨네.”

[동현] “누나는 잘 지냈어?”

[동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였어?”
[동현] “누나가 그 자리에서 내려온 건 알았는데… 그렇게 말도 없이 사라질 줄은 몰랐어.”


윤서는 말이 없었다.

수화기 너머로 동현이 숨을 한 번 삼켰다.

잠깐—통화 중인 줄도 잊을 만큼 정적이 길어졌다.

[윤서] “동현아, 안부 인사는 나중에 만나서 하자.”

[윤서] “그리고… 너 방금 말한 거.”

[윤서] “기사 한 줄.”
[윤서] “태도 바뀌는 거.”
[윤서] “전화 끊기는 거.”

[윤서] “지금 그게 내가 생각하는 구조야.”

[윤서] “방식은 예전이랑 똑같아.”
[윤서] “다만 그땐 입소문이었고—지금은 AI 지.”


[동현] “어? 갑자기 왜 AI 얘기가 나와…?”


[윤서] “응. AI.”

[윤서] “예전엔 사람들이 ‘소문일 수도 있지’ 하고 한 번쯤 의심했어.”

[윤서] “근데 지금은… 영상 하나만 있으면 끝나 버리잖아.”
[윤서] “사람들은 그걸 ‘소문’이 아니라 ‘증거’라고 믿거든.”
[윤서] “진짜인지 확인하는 건… 나중 일이야.”
[윤서] “그리고 나중엔, 이미 늦어.”

[윤서] “아무튼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하고, 너… 나 좀 도와줘야겠어.”


동현이 입술을 깨물었다.

[동현] “누나… 알았어.”

[동현] “근데 혹시… 누나, 선 넘는 짓 하려는 거야?”


[윤서] “선?”

[윤서] “그 선, 누가 그어?”


[동현] “아니 그래도 뭔지 몰라도 대충 들어보니 사람 인생을—”


[윤서] “이미 다들 그렇게 하고 있어.”

[윤서] “난… 당한 만큼, 정확하게 돌려주는 것뿐이야.”


[동현] “그럼 누나 지금, 혹시… 내가 생각하는 고윤아랑… 그 딸까지도 생각해 둔 거야?”


[윤서] “응. 특히 고윤아 그년의 딸, 고다인.”

[윤서] “무너지는 방식은 똑같아.”

[윤서] “그냥 이번엔… 증거까지 ‘진짜’로 보이게 맞춰줄 뿐이야.”


윤서는 잠깐 말을 멈췄다.
마치 머릿속에서 한 번 더 확인하듯,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입꼬리가 아주 느리게 올라갔다.

[윤서] “사람들은 진짜를 ‘확인’ 하지 않아.”
[윤서] “자기가 보고 싶은 걸… 먼저 믿지.”


동현은 대답을 못 했다.
목 안쪽이 바싹 말라붙는 느낌이 들었다.

동현은 조용히 듣다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마치 다른 얘기로 덮어버리려는 것처럼 시도하였다.

동현이 웃었다. 하지만 웃음이 아니었다.

[동현] “암튼, 누나… 그 얘긴 나중에 하고.”
[동현] “나 그 뒤로 사업도 해봤거든.”

[동현] “근데 망했어.”
[동현] “한 번 망하면 신용이 그냥 끝이야.”

[동현] “카드 막히고, 대출 막히고…”

[동현] “그때는 진짜… 난관이 난관을 부르더라.”


[윤서] “그래서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데?”


[동현] “어… 지금 뉴욕에서 알게 된 사람 집에 얹혀살고 있지, 뭐.”

[동현] “그냥 씨발… 도망치듯 왔어.”

“지인 따라왔다가… 지금은 그냥…”

“눌러앉게 됐어.”

[동현] “그리고 지금은 돈 떨어져서 한인마트에서 일해.”

“계산대. 물건 찍고, 봉투 담고… 하루 종일 서 있어.”

“졸라 짜증 나.”


윤서는 잠깐 눈을 감았다.

불쌍해서가 아니었다.

이 이야기는 윤서에게 ‘필요한 조각’이었다.

윤서는 숨 한 번 고르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윤서] “알았어. 근데 지금 딴 얘기할 시간 없어.”

[윤서] “말 돌리지 말고, 내 말부터 들어.”

[윤서] “동현아. 너 컴퓨터 잘하지.”


동현이 짧게 웃었다.

[동현] “어, 누나… 근데 갑자기 왜 컴퓨터 얘기야?”


[윤서] “응. 그럴 줄 알았어.”
[윤서] “잘됐다. 나… 너 도움이 필요해.”


동현의 숨이 바뀌었다.

기대와 불안이 한꺼번에 섞이는 숨이었다.

[동현] “정말로? 무슨 도움.”


윤서는 말을 아꼈다.

이건 고백이 아니라 제안이어야 했다.

[윤서] “당분간 내 집에서 지내.”

[윤서] “너 준비되는 대로 바로 텍사스로 와.”

[윤서] “먹고 자는 건 내가 해결해 줄게.”

[윤서] “대신… 너는 여기서 컴퓨터로 나 좀 도와줘.”


[동현] “아니… 누나, 그건 어렵지 않은데… 돈은?”

[동현] “누나 돈 있어?”

[동현] “내가 한다고 해도, 이거 장비가 한두 푼 드는 게 아니야.”

[동현] “고성능 컴퓨터도 한두 대로 끝나는 게 아니고…”

[동현] “저장장치, 프로그램…”

[동현] “특히 딥페이크 같은 건, 암시장이나 다크웹에 굴러다닌다 해도 공짜가 아니야.”

[동현] “결국 이것저것 하면 돈 꽤 들걸.”

[동현] “생각보다 크게 깨질 텐데, 누나 감당돼?”


윤서는 짧게 말했다.

[윤서] “응 아직까진 모아둔 거 좀 있어.”

[윤서] “당장 무너질 정도는 아니야.”

[윤서] “네가 필요하는 모든 장비와 너 하나 먹여 살릴 돈은… 아직 충분해. 걱정하지 마.”


동현은 잠깐 말을 잃었다.

그 ‘아직’이라는 단어가 더 현실적으로 들렸다.

[동현] “누나… 도대체 무슨 일,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윤서는 창밖을 한 번 봤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윤서] “아까 말한 AI 작업.”


동현이 반사적으로 웃었다.

[동현] “누나… 진짜 AI로 딥페이크 만들려는 거구나?”
[동현] “고윤아랑… 고은아 아니 고다인 상대로?”


윤서는 한 박자 쉬었다.

그 짧은 틈에, 동현이 혼자 결론에 닿았다.

[동현] “설마… 누나.”

[윤서] “동현아.”

[윤서] “나 지금 ‘복귀’가 문제가 아니야.”


동현이 조용해졌다.

[동현] “그럼 뭐가 문제야.”


윤서의 목소리가 차분해졌다.

차분할수록, 결심은 더 단단해 보였다.

[윤서] “맞아. 네가 생각하는 그 둘.”

[윤서] “고윤아.”

[윤서] “그리고 그 딸.”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동현의 숨이 끊겼다.

짧은 정적 뒤, 동현이 낮게 말했다.

[동현] “난… 그 년이 잘 처먹고 잘 사는 거 생각만 하면...”


[윤서] “알아.”


[동현] “누나가 그년한테만 안 밀렸어도…

은혜도 모르는 년이… 감히 누나 등뒤에서 칼을 꽂냐.”

[동현] “그년만 아니었으면, 우린 이렇게까지는 안 됐어.”


동현의 목소리에 감정이 붙었다.

오래된 원망. 딱딱한 분노.

윤서는 그 감정을 막지 않았다.

오히려 그대로 두었다.

복수에 가장 잘 붙는 연료는, 오래된 원망이다.

[윤서] “그래서 내가 너를 찾았고 네가 필요해.”


동현이 조용히 물었다.

[동현] “누나… 다시 복귀할 거야?”


윤서는 단호하게 끊었다.

[윤서] “복귀가 먼저가 아니라니까.”

[윤서] “그 둘이… 내 앞을 막고 있어.”

[윤서] “난 그것들을 먼저 치워야 돼.”


동현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동현] “정확히 내가 뭘 하면 되는 건데.”


윤서는 준비해 둔 말을 꺼냈다.

[윤서] “자료를 만들 거야.”

[윤서] “사람들이 ‘원래 있었던 일’처럼 믿게끔.”

[윤서] “그리고 그걸… 한 사람에게 보이게 할 거야.”


동현이 잠깐 침을 삼켰다.

[동현] “누구.”


윤서의 대답은 짧았다.

[윤서] “경찰이야.”

[윤서] “신선율이라는 경찰이 있어.”


동현이 낮게 되물었다.

[동현] “뭐? 경찰? 누나… 너 미쳤어? 경찰까지 건드리면 대체 뭘 하겠다는 건데?”

[윤서] “자세한 건 여기 와서 얘기해. 아무튼 경찰이면 더 쉽게 넘어가.”

[윤서] “그들은 정황이 맞으면 스스로 퍼즐을 완성해.”

[윤서] “확신은… 대부분 자기가 만드는 거야.”


동현은 잠깐 말이 없었다. 전화 너머로 한숨 소리만 들려왔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동현] “누나… 나 할게.”

[동현] “이게 미친 짓인 건 알아. 근데…”

[동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누나가 부탁하는 거잖아.”

[동현] “게다가 고윤아 그년을—한 번 제대로 족칠 수만 있다면.”

[동현] “알았어. 나… 할게.”


윤서는 흔들리지 않게 확정했다.

[윤서] “그래 그럼 당장 내일 출발해.”


동현이 한 번 더 확인하듯 물었다.

[동현] “나 정말… 누나 집에서 지내도 돼?”

[동현] “진짜로… 나 요즘 돈이…”


[윤서] “알아.”

[윤서] “내가 먹여 살린다고 했잖아.”


동현은 그 말에 잠깐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 끝에, 아주 작게 분노를 붙였다.

[동현] “이번엔… 우리가 먼저 할 차례지.”


전화가 끊겼다.

윤서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노트북으로 시선을 옮겼다.

방 안은 조용했다.

그 조용함이—이상하게 안정처럼 느껴졌다.

윤서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이제는—움직일 수 있는 손이 있었다.


윤서는 노트북 화면을 한 번 더 정리했다.

기사 캡처, 인터뷰 영상, 오래된 사진들,

누군가 올려놓고 삭제된 SNS 흔적들.


세상에 남아 있는 건 생각보다 많았다.

윤서는 새 폴더를 하나 더 만들었다.


**[윤아-윤서]**


그리고 그 밑에, 아주 짧은 메모를 남겼다.


**“먼저, 이 관계부터.”**


윤서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식당에서 봤던 선율을 떠올렸다.

그는 ‘사건’ 앞에 서면 감정이 아니라 **정황**을 먼저 본다.

정황이 맞으면 사람은 스스로 확신을 만든다.

경찰이라면 더 그렇다.

그래서 순서는 정해져 있었다.


**1) 고윤아와 최윤서가 절친이라는 “그럴듯한 사실”**

**2) 그 절친의 딸, 고은정이 지금 스토커와 투자 사기로 무너지고 있다는 “사정”**

**3) 그 사정의 연결고리가 선율이 쫓는 동남아 조직과 맞물린다는 “실마리”**


윤서는 손끝으로 트랙패드를 천천히 굴렸다.

화면 속 고윤아는 언제나 반듯한 얼굴이었다.

사람들이 믿고 싶어 하는 얼굴. 실수하지 않을 것 같은 얼굴.

윤서는 그 얼굴을 오래 봤다.


“너는… 이제 곧 네가 깔아놓은 이미지 위에서만 안전해지겠지.”


혼잣말은 낮았다.

그때, 윤서의 휴대폰이 울렸다.

동현이었다. 이번엔 메시지였다.


[동현] “출발 준비 중. 누나 주소 보내줘.”


윤서는 바로 답했다.

[윤서] “내일 도착하면 바로 시작하자.”


[동현] “누나 고마워.”

[동현] “나 지금 출발할게.”

[동현] “내일까지 기다릴 필요 없잖아.”

[동현] “이번엔 진짜로 잘할게.”


윤서는 그 문장을 보고, 화면을 다시 내려다봤다.

동현은 복수심이 있다.

그게 위험한 건 맞다.

하지만 윤서에게는—지금 그게 필요했다.


윤서는 폴더를 열고, 몇 장의 자료를 골랐다.

고윤아의 웃는 얼굴.

윤서의 예전 사진.

둘이 ‘원래부터’ 친했을 것 같은 장면들.


완벽한 새 장면이 아니어도 됐다.

사람은 완벽한 거짓말보다,

**조금 허술하지만 익숙한 진짜 같은 것**

에 더 잘 속는다.


윤서는 파일명을 바꿨다.

**friend_01**

**friend_02**

**friend_video_short**


그리고 폴더 맨 위에 텍스트 파일 하나를 만들었다.


**[설정]**


윤서는 그 안에 딱 세 줄만 적었다.

**고윤아 ↔ 최윤서 : 오래된 절친**

**고은정 : 최근 스토커 + 투자 사기 피해**

**연결 : 동남아 조직 / 선율 담당 사건과 접점**


세 줄을 쓰고 나니, 이야기가 이미 ‘사실’처럼 굳어졌다.

윤서는 잠깐 멈췄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선율에게 “설명”하는 게 아니라,

선율이 **스스로 결론을 내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윤서는 다른 폴더를 열었다.

**[은정]** [가명: 고다인]


고은정의 사진들.

무대 위의 얼굴, 카메라 앞의 표정,

팬들이 저장한 짧은 영상 캡처들.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미지들.

윤서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스토커.”

“투자 사기.”

“그리고 동남아.”


단어들은 서로 다른 방향에 있는 것 같지만,

요즘 세상에선 그게 한 줄로 이어진다.

윤서는 선율이 지금 쫓는 조직을 떠올렸다.

피해자들에게는 ‘외국’이고, 경찰에게는

‘정보 부족’이고, 범죄자들에게는

‘도망칠 수 있는 거리’다.


윤서는 바로 그 지점을 노렸다.

고윤아와 윤서의 “절친 관계”가 먼저 박히면,

그다음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절친의 딸이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당신이 쫓는 조직의 방식과 닮아 있다.”

그 말은 요청이 아니라, **유혹**이 된다.


선율 같은 사람은 그 유혹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윤서는 노트북을 덮었다.

방 안은 조용했고, 그 조용함이 오히려 확신처럼 들렸다.

동현이가 도착하면—

이제 ‘관계’를 만들고, ‘사정’을 얹고, ‘연결’을 심는다.


윤서는 창밖을 바라보며 아주 작게 웃었다.

선율은 아직 모른다.

자기가 쥘 첫 단서가
누군가가 만든 “가짜 절친로 포장한 흔적”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흔적을 만지는 순간—
그는 제 발로 문을 열고, 함정 안으로 들어온다는 걸.


—다음: 19장-2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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