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품에 안으면 3장-3부

(When I Hold You in My Arms)

by 스팅비 StinG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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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3] 너를 품에 안으면 [3장-3부] — 낯선 환영, 그리고 첫 번째 밤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3-3)

비행기 문이 열리자 공기가 확 바뀌었다.

기내의 답답함이 한순간에 쓸려 나가고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몸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소년은 그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이게… 미국 공기인가.

통로를 따라 사람들이 천천히 움직였다.


발소리.

가방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

서로 다른 언어들이 한꺼번에 겹쳐 흘러나왔다.

소년은 부모님과 형제들 사이에서 조용히 걷고 있었다.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걸

몸으로 느끼면서.


입국 심사대 앞.

줄은 길었고, 긴장감은 그보다 더 길었다.

직원이 여권을 넘겨받았다.

무표정한 얼굴.

컴퓨터 화면을 확인하는 손놀림은
너무 익숙하고 정확해서,
오히려 사람 같지 않았다.


소년은 괜히 침을 삼켰다.

낯선 나라의 공기는
비행기 문이 열리던 순간부터 이미 달라져 있었지만,
이곳에 서고 나서야 비로소 실감이 났다.

아, 정말 왔구나.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멀리.

직원이 말했다.

“Look at the camera.”

(자막: 카메라를 보세요.)

소년은 말없이 카메라를 바라봤다.


소년은 괜히 등에 힘을 주고 서 있었다.

잘못하면… 여기서 “거절”당할 것 같아서.

도장이 찍혔다.

쿵.

출국 때와 똑같은 소리였다.

그런데 의미는 정반대였다.

돌아가는 소리가 아니라,

도착했다는 소리.


문을 나서자 사람들이 보였다.

손을 흔드는 얼굴들.

한국말로 서로를 부르는 소리.

그 사이에서 한 사람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큰아버지였다.

조금 살이 붙었고

머리엔 희끗한 흰머리가 섞여 있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또렷했다.

큰아버지는 가장 먼저 아버지에게 다가왔다.


“야, ○○야.”


짧은 포옹.

어깨를 두 번 툭툭 쳤다.

그리고 형제들을 한 명씩 훑어보며 말했다.


“애들 많이 컸네.”


그 말은 반가움이었지만

시간이 흘렀다는 확인이기도 했다.

큰아버지는 손을 크게 벌리며 말했다.


“자, 여기가 미국이다. 뉴욕이야.”


소년은 그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뉴욕은 지도 속 단어였고,

영화 속 배경이었다.

근데 지금은

자기 발밑에 깔려 있었다.

큰아버지는 웃으며 다시 말했다.


“잘 왔다. 고생 많았다. 잘 왔어.”


다른 친척들도 말을 보탰다.

“아이고, 얘들아. 오느라 힘들었지.”

“얼굴이 많이 피곤해 보이네.”

“그래도 이제 다 왔다.”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지만

그 웃음이 자기 것 같지 않았다.

차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창밖 풍경은 서울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달랐다.


도로는 넓고

차들은 끊임없이 흘러갔다.

표지판의 글자는 낯설었고

발음할 수 없는 단어들이 연속으로 지나갔다.


형제들은 이것저것 물어봤고

큰아버지는 대답해 줬다.

“저쪽이 맨해튼이야.”

“저 다리는 브루클린 브리지.”


소년은 창에 이마를 살짝 기댄 채 밖을 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는데

자기만 멈춰 있는 느낌이었다.

큰아버지 집은 생각보다 넓었다.

천장은 높고 방은 많았다.


짐을 들어주고

인사를 나누고

말들이 겹쳐졌다.

“배고프지?”

“조금만 쉬어.”

“내일 천천히 얘기하자.”


소년은 그 속에서 계속

“네.” “괜찮아요.”

라고 대답했다.

근데 그 말들은

마음에서 나온 게 아니라

몸에서 자동으로 나왔다.


그날 밤.

소년은 처음으로 미국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침대는 푹신했지만 익숙하지 않았다.

천장은 서울 집보다 높았고

벽색도 달랐다.


불을 끄자

집 안이 이상할 만큼 조용해졌다.

멀리서 차 소리만 작게 들렸다.

소년은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리고 눈을 감았다.

그러자 낮에 들었던 소리들이 다시 밀려왔다.

비행기 엔진 소리.

도장 찍히는 소리.

큰아버지의 웃음소리.


그리고—

민정이의 목소리.

“그럼… 잘 가.”

소년은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천장을 한참 바라봤다.

여기에는 그녀가 없었다.

전화기도 없었고

익숙한 거리도 없었고.

소년은 이제야 완전히 실감했다.


이곳에서는

아무도

자기의 이름을

자기 방식으로 불러 주지 않는다는 걸.

그날 밤, 소년은 처음으로

세상에서 완전히 혼자가 된 것 같았다.


소년은 아직 몰랐다.

이 고립이 그를 무너뜨릴지,

아니면 사람 대신

‘기계의 반응’을 붙잡게 만들지.

그 답은 아직

켜지지 않은 어떤 화면 속에 있었다.


—다음: 4장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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