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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교사가 말하는 대한민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도쿄대생은 왜 바보가 되었는가’ 서평

by 프린

지적성국(知的成國-지적으로 완성된 나라) 대한민국


1. 지적망국(知的亡國) 일본?


일본이 지적으로 망한 나라라니 충격적이다. 일본에서 지식인이라고 여기는 ‘다치바나 다카시’가 일본 대학교육이 붕괴되고 있다고 말한다. 아니 더욱 적나라하게 ‘지적망국론’이라는 표현을 제목으로 내걸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증이 생겼다. 이 책에서는 일본 고등교육이 완전히 붕괴되었으며 이대로는 일본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일본의 대표대학인 도쿄대학교 재학생들에게 기초 상식을 20문제 정도 풀게 했더니 그 결과가 참담했다. ‘도쿄대 학생이 바보다’라는 표현은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어려운 지식은 알면서 동전의 두께, 지구의 둘레 등 일반상식은 모르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즉 대학생들이 기초상식에 무지하다는 의미이다. 이 책에서는 일본 학생들은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져 있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데 자신이 없으며, 글을 쓰는 실력, 맞춤법 등의 수준도 심각한 수준이라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일본은 그렇다는데 우리나라는 어떨까하고 생각해보았다.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도 일본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이 책의 내용을 우리나라라고 생각하며 우리의 현실에 접목해 보려고 한다.


2. 대학교육이 붕괴된 원인과 문제점


작가는 대학교육이 붕괴된 원인을 주입식으로 획일화된 교육, 대학입시의 수준 저하, 대학 리버럴 아트 교육(교양 교육)의 붕괴, 과학 기술과 관련된 지식수준의 현저한 저하 이렇게 4가지 정도로 분석하고 있다. 나도 이 분석에 대해 동의하는 부분이 많다. 특히 ‘획일화된 교육과 교양 교육의 붕괴’ 때문에 학생들의 지적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말에 굉장히 공감한다. 옛날부터 우리는 최대한 많은 지식을 최대한 빨리 가르치기 위해 주입식으로 교육을 해왔다. 이 책에서는 학생들을 ‘속기 기계’라고 표현한다. 또 이런 표현도 나온다. ‘학생들은 교실 좌석에 배열되어 있는 찻잔 같은 존재이다. 교사는 주전자를 이용해 계속해서 지식을 찻잔에 따르는데 그 찻잔의 용량 따위는 무시한다.’ 이 표현을 생각해보면, 결국 학생들은 교사가 강의하는 내용을 수동적으로 들으며 암기만 한다는 말이 된다. 이런 교육환경에서 학생들이 지적호기심, 자기학습능력을 길렀을 리 없다. 학습에 대한 동기가 전혀 없고 학생이 행복하지 않은 교육환경에서 교육이 건재할리 만무하다. 현대사회에는 정보가 넘쳐난다. 지금도 정보가 생겨나고 있다. 학생들이 배워야할 과목의 수, 지식의 양이 너무 많다. 그래서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이런 상황이 오자 교육계에서는 과목을 세분화하였고, 학생들에게 문·이과를 선택하게 해서 몇 개의 과목만 공부하면 되도록 이수 과목수를 줄였다. 이렇게 하자 이과 학생들은 경제 등의 사회에 문외한이 되었으며 문과 학생들은 과학에 문외한이 되었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는데 경제, 경영 개념이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반대로 과학지식을 모른 채 살아갈 수 있을까? 절대 살아갈 수 없다. 물론 전문지식인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전에 적당한 수준의 교양, 기본 지식을 갖추고 있는 ‘제네럴리스트’를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업인 한 명을 길러낸다고 생각해도 어느 한 요소만 길러진 사람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여러 기능들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제네럴리스트가 적합하다. 그러나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과목수를 줄여야한다는 말도 이해한다. 여러 마리 물고기를 다 잡으려고 욕심내다가 한 마리도 못 잡게 될 수 있다는 논리로, 많은 양의 지식을 다 배울 수 없다면 몇 개라도 완벽히 배우자는 것이다. 이것도 일리가 있다. 예전에 봤던 한 동영상이 생각난다. 한국의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이 국어 수학 사회 물리 등등 교과서 15권 정도를 책상에 가득 쌓아놓고, 한권도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정신없이 이것저것 공부하다가 결국에는 포기하는 동영상이었다. 나도 학생이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학습량이 지나치게 많으며 따라서 그 양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학생들이 이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알아야할 지식의 양은 많은데 다 가르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교양교육의 강화를 주장한다.


3. 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은 맞다. 헌데 수능시험만 어렵게 한다고 될까?


이 책에서는 수능시험을 어렵게 출제해야한다고 말한다. 지적으로 망국이 되어가고 있는 이유는 고등교육의 수준이 너무 낮아서이고 입시시험이 너무 쉬워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의견에는 공감하지 않았다. 수능시험이 어려워지면, 고등교육의 수준이 높아지면 오히려 사교육만 활발해지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시험만 어렵게 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으며 학생들이 공부하는 환경, 과정 그 자체에 변화를 주어야한다고 생각했다.


4. 교양교육의 필요성


이 책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 교양교육이다. 나도 우리나라가 지적 망국이 되지 않으려면 교양교육에 주목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통상적으로 교양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도덕적으로 올바른 인격을 가진 사람, 배울 것이 많은 사람, 상식 있는 사람이라고 여겨진다. ‘교양’이라는 용어의 정의를 내리기 쉽지 않지만 굳이 정의를 내려보면 ‘그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갖추어야할 지식이나 기능’이다. 즉, 어떤 한 전문 지식이라기보다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러 분야에 걸친 ‘폭넓은 지식’이다. 나는 교양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대학들과 학생들은 교양을 쓸데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으며 현재에는 많은 대학에서 교양수업이 사라졌다. 지금 우리는 교양교육을 굉장히 소홀히 하고 있고 단순히 전문지식만을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교양은 지식의 획득을 순조롭게 만들며, 새로운 모든 조건에 적응하게 만든다. 결국 교양이 있어야 다른 학문, 지식들도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또 지적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교양이다. 우리는 지금 씨앗을 뿌리기 전에 흙을 건강하게 만들어 탄탄한 땅을 준비해놓아야 하는데, 무작정 나무만 심고 있는 것이다. 굉장히 위태로운 일이고, 그런 땅에 심은 나무는 건강할 수 없다. 그래서 교양교육은 중요하며 꼭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6(초등학교) 3(중학교) 3(고등학교) 4(대학교)인 학제를 6(초등학교) 5(중·고등학교) 3(교양교육) 3(전문지식교육)로 바꾸자고 말한다. 교양교육의 비중을 확실히 키우자는 것이다. 이 구성에 대해 굉장히 공감한다. 현재 학생들은 학과에서 어떤 것을 배우는지 경험해볼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이름과 취업률에만 이끌려 과를 선택한다. 자신에게 맞는 과인지, 어떤 것을 배우는지 알지도 못하고 과를 결정한다. 그래서 많은 대학생들이 학교에 와서 방황하며 열정도 없다. 이 문제를 교양교육 3년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3년 동안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배워보며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는 것이다. 또 교양교육을 통해 폭넓은 기초 지식 또한 공부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실력 있는 ‘제네럴리스트’들을 많이 양성할 수 있다.


5. 교양은 암기과목이 아니다.


교양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는 것은 나와 저자의 생각이 같다. 하지만 그 내용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저자는 교양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폭넓은 기본지식’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교양은 ‘어떤 한 문제에 대해 자신의 주관을 내세울 수 있는 힘, 그 주장을 할 때 다양한 근거를 들며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이다. 즉 저자는 교양을 암기해야할 지식으로 바라보지만 나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교양의 기본은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교양 있는 사람이 단순히 지식만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폭넓은 지식을 이용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그 주장이 타당할 때 교양 있는 사람이라고 여겨진다. 따라서 나는 학생들이 자신의 주관을 세울 수 있는 교양교육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교양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이 나온다면 ‘한권으로 정복하는 교양’같은 책이 나와 이것을 학생들에게 달달 외우게 공부시킬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교양일까? 내가 생각하는 교양은 암기과목이 아니다. 교양교육을 강의식으로 진행하는 순간 그 수업은 제대로 된 교양과목 수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반 대학에서는 아예 교양수업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며 이루어지더라도 강의를 하거나 대형 강의실에 몰아넣고 주입식 수업을 한다. 이것은 아니다.


6. 그렇다면 올바른 교양교육이란?


‘어떤 주제를 담은 좋은 책을 읽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자신의 주관을 세우는 수업’이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교양수업이다. 나는 ‘책’을 통해 이런 올바른 교양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교양과목 강의를 해야 한다면 가장 먼저 교양을 넓힐 수 있는 책(과학적 지식, 경제적 지식, 철학적 내용 등의 다양한 분야의 책)을 3~4권 선정할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어오라고 하고 이에 대한 토론거리들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학생들끼리 자신의 의견을 밝히며 자유로운 토론을 하도록 할 것이다. 이 과정은 학생들이 자신의 주관을 만드는 데 굉장한 도움이 될 것이며 책을 읽음으로써 폭넓은 지식 또한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토론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과 관련된 책을 만들거나, 토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에세이로 쓰라고 하는 식의 아웃풋 또한 만들어내는 수업을 할 것이다. 이러한 교양교육은 학생들에게 ‘자기학습능력’ 또한 길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자기학습능력’이란 문제의식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여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이다. 즉, 누가 시킨 것만 기계처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공부하는 모습인 것이다. 토론 수업을 진행하게 되면 학생들은 더 나은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또 다른 사람들의 주장을 들으며 자극도 받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관련 자료들을 더 공부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힘, 자기학습능력 또한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7.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왜 바뀌지 않을까?


현실에서 말로는 주입식 교육이 나쁘다고 말하면서도 결국에는 “이거 시험에 나오니까 외워.”하는 주입식 교육이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 학생들을 보면 참 뭐든 열심히 하고, 시키는 것을 참 잘한다고 혀를 내두른다. 하지만 너무 순종적이며 비판적인 사고가 부족하고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는 것을 못한다고 비난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시킨 일만 열심히 하는데 익숙해져있다면 어떨까? 누군가 시키지 않으면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순종적인 사람들이 모인 나라는 세계를 이끌어나가는 나라가 될까? 아니면 다른 나라들에게 끌려가는 나라가 될까? 정답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 교육상황은 바뀌어야하며 학생들의 주관을 길러주는 교양수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입식 교육이 안 좋다고 고쳐야한다고 말은 하면서 지금까지 계속 주입식 교육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미 이 현실에 익숙해져버린 사람들이 “그런 교육을 하면 시험은 어떻게 볼 건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뭐 달라지겠어?” “그런 수업을 한다고 해도 수능점수 안 나오고 그러면 학부모들이 싫어해요.” 라고 생각하는 안일한 생각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제 교양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사실 모든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춘 제네럴리스트를 양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 교육현장에서도 대학생들은 충분히 많은 양의 지식을 배우고 있다. 물론 그것이 폭넓은 분야의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분야만의 지식이긴 하지만 이미 학생들은 무척 많은 내용을 배우고 있고 힘이 든다. 이런 학생들에게 컴퓨터 활용능력, 경제원리, 과학지식, 철학 등 현대사회의 모든 지식을 다 가르치자고 주장하는 것은 욕심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현 교육사회에서는 ‘어떤 사료를 읽고 적절한 근거를 들며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주관을 길러주는 교양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주장의 근거를 들 때 스스로 내가 지식이 부족해서 근거를 드는 것이 힘들구나하는 생각이 들면, 학생이 자발적으로 자료를 더 찾아보게 된다. 즉 ‘누군가가 시켜서하는 공부가 아니라 본인이 필요성을 느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교양수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정말 잘해왔다. 다른 나라 어떤 사람이 보더라도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이정도 성공을 하고 발전한 나라는 없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한 번 도약이 필요한 시기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대한민국은 바뀌어야한다고 말하고 또 변화를 간절히 열망한다. 그 변화의 시작은 교육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키는 것만 부지런히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이제는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며 세계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학생을 길러보자. 변화의 시작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오던 저 밑바닥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선생님이 수업을 하고 학생들은 속기기계가 되어 받아 적던 과거의 교실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교양지식을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라는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 일본 교육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꼈다. 대한민국 학생으로서, 예비교사로서 다양한 책을 읽으며 막연하게 교육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항상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변화해야 하고 선생님은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니 이제는 알 것 같다. 학생의 지적 호기심을 길러주기보다는 무조건 많은 지식만을 주입하려 했던 교육, 효율성만 강조하면서 전문지식에만 집중하고 교양과목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교육, 학생의 비판적 시각을 길러주기보다는 순종적인 자세만 길렀던 교육이 문제였다. 해결책도 알았다. 해결책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자기학습능력’을 길러주고, 현 시대의 여러 분야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쌓도록 하며, ‘자신의 주관을 가질 수 있는 교양수업’을 하는 것이다. 또 ‘주입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현실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제 해결책도 찾았으니 지적망국(知的亡國)이 아니라 지적성국(知的成國), 지적으로 완성된 나라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말하지 말고 교육의 힘을 믿으며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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