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말랑한가요? 단단한가요?
내가 바라보는 나,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나
“너는 굳이 따지자면 말랑보다는 단단인 것 같아.” 어느 날 오랜 친구가 내게 해준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멍한 표정으로 친구를 쳐다봤다. 내가? 내가 생각하는 나는 말랑하다보다 물러터진 사람이다. 생각이 많은 내 성격도 워낙 겁이 많아 발생 가능한 상황을 다 예상해 보느라 그런 것이다. 심각한 결정 장애도 가지고 있어서 친구와 먹는 점심메뉴 하나 고르는 것도 어렵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도 신경을 많이 써서 항상 눈치 보느라 바쁘다. 누군가와 함께 할 때면 그 사람이 편했으면 하는 마음에 웬만한 것은 다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항상 속으로만 삭여서 이런 내가 나도 답답하다. 이런 내가 말랑보다는 단단한 사람이라니.
그 말을 듣고 다시 한번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았다. 나는 정말 단단한 사람인가. 나는 겁이 많지만 이왕 해야 하는 일이라면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하여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친구와 먹는 점심메뉴 결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내 인생을 바꿀만한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는 냉정하게 결정을 내리고 추진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써서 눈치를 보지만 그만큼 실수가 없다. 다른 사람에게 웬만큼은 전부 맞춰주지만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가차 없이 끊어낸다.
엄마가 어느 날 “너는 따뜻하지만 굉장히 엄격한 사람이야. 너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고.”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공부든, 운동이든 한 번 마음을 먹으면 예외 없이 엄격하게 스스로를 대했다. 어떻게 그렇게 사냐고 할 정도로 독한 구석이 있었다. 다른 사람과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선을 넘는 사람이면 차갑게 잘라낸다. 어떤 유혹이 있어도 내 신념 상 아니라고 생각하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
살다 보면 내가 바라보고 있는 나와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내가 다를 때가 있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는 일은 중요하다. 말랑한 사람이라면 어느 집단에 가든 부러지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며, 단단한 사람이라면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말랑보다는 단단이 맞나 보다. 이 쉽지 않은 세상 살아가려면 말랑보다는 단단이 나은 것 같다. 근데 더 단단해져도 될 것 같다. 생각보다 세상이 너무 험하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