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새싹, 수줍은 꽃봉오리, 울창한 나무, 졸졸졸 흘러가는 시냇물.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해지는 단어들이다. 나는 자연이 참 좋다. 굳이 잘 보일 필요도, 생각을 할 필요도 없다. 자연을 보고 있을 때에는 그 자체를 그냥 즐기면 된다.
세상은 참 복잡하다. 여러 사람과 뒤엉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매 순간 고민하며 살아간다. 내 직업은 정형화된 어떤 이미지가 있다. 선생님이 갖추어야 할 말투, 옷, 심지어 머리색까지. 신경 써야 할 사람들도 많다. 나를 선생님이라고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 학부모, 같이 일하는 동학년, 관리자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고, 조심스러운 나는 매일매일 생각할 게 많아서 머리가 아프다.
최근 아침고요수목원을 간 적이 있다. 전체가 다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장면이 있다. 높은 언덕을 끝까지 올라가니 둔덕에 벤치가 4개 있는 게 보였다. 그 벤치에 앉으면 눈앞으로 여러 꽃이 피어있는 잔디밭이 바닥에 깔리고 기세가 좋은 산이 눈앞에 한가득 펼쳐진다. 하늘에는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고 다른 세계에 온 듯 고요한 세상이 찾아온다. 그 벤치에 앉아 참 오랜만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 채 한참을 벤치에 앉아있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오롯이 마음이 편안했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혼자가 되어 거대한 산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꼭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앞에 있는 커다란 산이 ‘그 작은 몸으로 살아가느라고 참 고되었겠구나. 고생 많았다.’라고 안아주는 느낌이랄까. 참 더운 여름날이었는데 언덕을 내려와 그늘 아래에 있던 작은 개울가에 손을 담그니 찬기가 훅 끼쳤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개울가에 손을 담그니, 투명하게 내 손도 빛이 났다. 그 순간이 참 행복했다.
살아가다 보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무엇인가 관조할 수 있는 순간이 드물다. 자연은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신이 찍어준 쉼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