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전직 배달의민족 마케터 이승희 작가의 책이다. 마케터는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서 읽고 의도와 맥락을 파악하는 일을 한다. 현재 SNS 고민이 많은 나로서는 굉장히 부러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과의 소통과는 동떨어진 일을 하면서 전혀 모르는 곳을 헤쳐나가야 하는 일상인데 생각의 흐름을 파악하는 일을 하게 되면 SNS는 자동이겠다!'하는 짧은 생각에서였다.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면 그래서 잠시도 쉴 수 없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과 상관없이 끊임없이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가야 한다는 고충이 있을듯하다. 하나 떠오르는 의문이 있었다. 마케터로는 타고나는 걸까? 길러지는 걸까?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면 삶의 감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기록이라는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 길러질 수 있음을 말해준다. 처음 회의 시간에 아무것도 적지 않던, 전혀 기록을 하지 않던 저자가 기록물로 쓴 책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니 노력만큼 실력은 길러진다고 할 수 있다. 하루 중 많은 일이 일어난다. 분명 여럿과 대화를 나누고 우연히 보게 되었든 의도적으로 찾아봤든 영상도 여러 개 만난다. 개중에는 '음 좋은데!'라는 생각을 한 것 같기도 하다. 하루가 지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루의 영감들이 그냥 녹아 없어진다는 생각조차 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경우는 주로 10월쯤 되면 "또 한 해가 다 가는구나!" 하면서 남겨놓지 않은 자신을 탓한다. 한 해 동안 아무것도 안 한 것 같다.
이 책은 마치 다른 사람의 노트를 훔쳐보는 느낌이 난다. 대단한 기록의 비법이 담겨있지 않지만 펼치고 계속 보게 되는 책이다. 업무시간에 일과 태도에 대한 조언으로 한마디, 상사의 피드백과 저자가 후배에게 준 피드백뿐만 아니라 우리가 늘 보내는 시간, 그렇지만 누적되지 못해 보이는 SNS에서 받은 영감도 하나의 페이지가 되어 사유와 함께 책이 되었다. 페이스북의 영감, 영화, 강의, 뮤직 앨범 에필로그에 적힌 글에서도 영감을 받아 자신의 생각을 적어 책으로 만들었다. 또 이메일을 대하는 자세에는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내 일은 메일로 의견과 자료를 받는 일이 아니라 몰랐는데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이렇게 이메일이도 체계와 정성과 루틴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책을 보면서 그녀의 노트가 너무 탐났다. 손에 들어올만한 포켓용 실제 본 노트를 프리이탁 커버에 싸서 펜과 함께 주머니에 푹 찔러 넣고 앉을 자리만 생기면 지하철이든 음식점이든 끄적이고 있을 그녀가 떠올랐다. 그녀가 받은 영감 중 내가 받은 최고의 영감 하나!
언제나 시작보다 끝맺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올해의 시작보다는 끝이 나아졌는지 입학보다 졸업이 빛났는지 입사보다 퇴사가 더 의미 있을지 태어났을 때보다 죽을 때 더 행복할지
기록의 쓸모 속 엄태욱 페북에서 만난 영감
우리의 일상은 시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시작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이고 그 또 다른 시작에 정신이 팔려 끝맺음은 따로 하지 않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 졸업식에 나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저 놀 수 있는 하루라 생각을 했었는지도... 일도 마찬가지다. 열정에 솟구칠 때 일을 벌이고 흐지부지 스르르 없어졌던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이 글에 특히 '죽을 때 행복할지'. 얼마나 미련 없이 살아야 죽을 때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떤 일이든 지속이 필요하지만 이 기록이야말로 진정한 의미를 느끼기까지 쌓인다는 체감이 있을 정도의 노트가 필요한 듯 보였다. 현재 나도 월간 다이어리를 다시 시작하면서 기록의 양을 늘려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승희 님의 영감 노트도 따라 써보려고 구입했다. 하나나 잘하지... 싶지만 혹시 누가 아나? 이게 나랑 찰떡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