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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oe J Jan 27. 2024

여행의 시작

7박 9일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여행은 시작된다. 


조금은 짧게 느껴지는 여행을 다녀왔다. 오랜 시간 딸이 자라는 것만 바라보고 지냈다. 현실자각을 한 후로 지금까지 내 시선은 앞을 향해 있었다. 그 시선이 나를 향해 있다고 생각했다. 나를 찾아가고 있단 생각에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다. 난생처음으로 나를 위한 공부를 하고 내 속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어딘가 도착하려니 목표가 있어야 했는데 명확한 목적지가 없었다. 그냥 좋아 보이는 곳에다 우선 점을 찍었다. 가다 보면 목적지가 될 거라 상상했다. 방향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은 갖고 있었다. 하루하루 열심히만 지내다 목적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잊었다. 새로운 마음이 일상이 되니 방향감각도 무뎌졌다. 내가 향한 방향을 의심할 기회가 없었다. 맞다고 생각했다.


여행은 일상을 지운다. 일상의 루틴이 사라진다. 일상을 지우니 나만 남았다. 무엇을 하려 하는 나. 무엇을 하려는 것이었을까? 그 루틴들이 향해 있는 꿈이 나의 꿈일까? 아니면 남들이 바라보는 그럴듯한 이상향일까? 내가 진짜 좋아서 하는 일은 무엇일까? 일상이 사라진 순간 불안이 다가왔다. 다시 돌아갈 일상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해야 할 일과 그 일이 얼마나 밀려 있을지에 대한 부담이었다. 아무리 큰 부담도 여행이라는 새로운 일상 속에서는 지금만 있었다.


할 수 있는 일만 하다가 보니 또 며칠 만에 그게 일상이 되었다. 훨씬 가벼워진 마음이 있었다. 고흐와 세잔의 일생을 보며 내 삶을 돌아봤다. 그들의 고뇌는 명작이 되었고 그들의 선택은 결국 자신 속에 있었다. 하고 싶은 것을 잘하지 않더라도 끈기와 노력으로 얻어낸 세잔에 위안을 받았다. 대세를 따르지 못하는 자신, 세상이 좋아하는 것을 잘하지 못해서 억지로 따라 해보던 고흐의 결국 비극으로 끝난 일생도 자기감정에 답이 있었다. 수백 번을 봤던 그림인데 난생처음 고흐의 그림에 눈물이 났다. 내가 찾아야 할 길도 결국 내 안에 있다. 세기의 명작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고전이 된 사람은 없다. 자기 속으로 얼마나 깊이 들어갈 수 있고 그 외로운 길을 얼마나 한결같이 한 발씩 옮길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글을 쓰고 싶다. 내 안에 나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나를 쓰고 싶다. 나는 나로 쓰일 때 가장 자연스럽다. 시시각각 화려하고 마음을 끄는 어딘가로 눈이 멈추지만 다시 내 속으로 시선을 가져와 누군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뚜벅뚜벅 걸어가야겠다.


알아봐 준다면 좋을 것 같다. 알아봐 주지 않더라도 내가 죽고 고전이 된다고 생각하지 뭐...

어차피 인생은 한번뿐이고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내 마음뿐이다. 오늘부터 내 속으로 깊이 더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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