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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oe J Jan 30. 2024

사서 고생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드디어 집에 간다. 좋은지 안 좋은지도 모르겠고 여행이 어땠는지의 느낌도 당장 결론을 낼 수가 없는 몽롱함이었다. 놀 때는 괜찮았는데 돌아오는 날부터 감기로 몸이 좋지 않았다. 12시간이 넘는 비행에 자는 것도 안 자는 것도 아닌 상태로 허리를 직각으로 세우고 앓았다. 도저히 지하철로 집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짐이 두 개, 딸까지...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 아저씨께서 말을 붙였다. 엄마와 딸 둘이 유럽을 다녀왔다니 대단하다고 하셨다. 불안하고 긴장된 시작이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돌아와 있다고 말했다.

얼마나 당황스러운 시간이었겠어요.
그게 경험이고 그걸하러 여행을 가는 거죠.


그런가 보다. 일상에서 벗어나 가장 일상적이지 않은 일을 경험하러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이 말 끝에 당황스러운 우리의 경험이 떠올랐다.


프랑스에 공항에서 출국절차를 마치고 비행기를 타러 가는 길이었다. L26 게이트로 가야 했고 L이라는 글자를 우서 찾아야 했다. 표지판에 L게이트와 함께 아래 화살표, 지하철그림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아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에스컬레이터 옆에 기차처럼 생긴 무언가가 다니고 있었지만 ⬇️표시를 봤으니 의심 없이 아래로 내려왔다. 내려가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곳으로 함께 이동하고 줄을 서고 검사하는 누군가에게 얼굴을 확인하고 다시 무언가를 통과했다. 자연스럽게 계속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움직여 우리가 도착한 곳은? 비행기 타는 게이트가 아니라 짐 찾는 곳이었다. OMG


출국절차를 마치고 우리가 이동했던 곳이 프랑스 입국절차하는 곳이었다. 이 사실도 바로 알지 못했고 여기저기 사방을 뛰어다닌 후에 알게 되었다. 잘하지 못하는 영어로 설명을 해보지만 인사하고, 물건사고... 하는 정도의 실력으로는 부족했다. 외국에서 낯을 가리고 있던 딸에게 비행기 티켓을 쥐어줬다.

"니가 찾아야 해. 그래야 우리 집에 갈 수 있어."


딸 덕분에 대략 10명 정도에게 물어본 후 공항을 완전히 빠져나와 공항에 처음 왔을 때처럼 다시 처음부터 줄 서고, 출국절차... L26게이트 앞에 설 수 있었다. 그날 우리는 18000보를 걸었다.


경험.... 이걸하러 여길 왔구나!


그래도 하나 건졌다.

"엄마, 나 영어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

크~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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