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미로 속의 도주와 라이터의 행방
재완이 먼저 뛰었다.
본능이었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였다. 나와 성규도 동시에 달렸다. 발소리가 골목에 울렸다. 뒤에서도 발소리가 들렸다. 어른의 발소리였다. 무겁고 빠르고 익숙했다.
"이쪽이야!"
재완이 왼쪽 골목으로 꺾었다. 따라갔다. 골목이 좁아졌다. 어른 둘이 나란히 지나가기 어려운 너비였다. 재완은 주저하지 않았다. 이 골목을 알고 있었다. 뛰면서도 어디서 꺾을지 알았다. 발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사람처럼.
"엎드려!"
성규가 소리쳤다.
나는 생각 없이 몸을 낮췄다. 담벼락 아래에 개구멍이 있었다. 벽돌 두 장이 빠져나간 자리였다. 성인은 통과할 수 없는 크기였다. 재완이 먼저 기어 들어갔다. 성규가 나를 밀었다. 책가방 때문에 걸렸다. 가방을 앞으로 끌어안고 옆으로 비틀었다. 간신히 통과했다. 성규가 마지막으로 들어오며 개구멍 너머를 손으로 막았다.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개구멍 바로 앞을 지나쳤다.
멈추지 않았다.
지나쳤다.
셋이 숨을 참았다. 10초. 20초. 발소리가 멀어졌다. 성규가 먼저 숨을 내뱉었다. 그 소리가 신호였다. 우리는 동시에 벽에 등을 기댔다.
재완이 속삭였다. "저쪽은 막다른 골목이야. 어른들이 거기 갇혔을 거야."
개구멍 너머는 버려진 마당이었다.
한때 집이 있었던 자리 같았다. 기초 석재만 남아 있었고, 잡초가 허리까지 자라 있었다. 담벼락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바깥소리가 멀어졌다.
셋이 잡초 사이에 주저앉았다.
성규의 무릎이 긁혀 있었다. 재완의 안경이 삐뚤어져 있었다. 나는 왼손을 들여다보았다. 개구멍을 통과하다 긁혔는지 헝겊 사이로 핏기가 비쳤다. 흉터가 될 자리가 다시 열린 것이었다.
재완이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야, 조운아. 우리 지금 죽을 뻔했어."
"알아."
"그거 알면서 왜 멈췄어? 창고 앞에서 가자고 했잖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돈 봉투들이 아직도 눈앞에 있었다. 아버지가 가방에 넣어 나갔던 것들과 같은 봉투들이.
성규가 조용히 말했다. "야, 나 무서웠어."
그 한마디가 고마웠다. 무서운 것을 혼자 참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나도."
셋이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당을 가로질러 나가려는데 발끝에 뭔가 걸렸다.
작은 금속성 소리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낮추었다. 잡초 사이에 반짝이는 것이 있었다. 황동색이었다. 표면이 군데군데 벗겨진 낡은 라이터였다.
손을 뻗었다. 집어 들었다.
한쪽 면에 용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비늘 하나하나가 정교하게. 평범한 라이터에 새기기엔 너무 공들인 문양이었다. 바닥을 뒤집었다. 아주 작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청자.
나는 라이터를 주머니 깊숙이 쑤셔 넣었다.
증거였다. 하온이 2025년에서 찾아낸 그것이. 어딘가의 창고 안 낡은 상자 속에서, 내 아들의 손바닥 위에서 온기를 내뿜게 될 그것이. 지금 이 순간 내 손에 있었다.
왼손이 뜨거워졌다.
성규와 재완을 돌려보낸 것은 버려진 마당에서 나온 직후였다.
"너네는 집에 가."
성규가 미간을 좁혔다. "왜?"
"아버지가 걱정돼."
짧은 침묵이었다. 성규와 재완이 눈을 마주쳤다. 그 눈빛이 무언가를 의논했고, 결론에 이르렀다.
재완이 말했다. "내일 학교에서 봐. 살아서."
그것이 재완식의 걱정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골목 저편으로 사라졌다.
나는 책가방을 내려놓았다. 왼손으로 지퍼를 열었다. 공책을 꺼냈다.
펼쳤다.
하온의 글씨가 거기 있었다. 평소보다 크고, 선이 굵었다. 숨을 참으며 쓴 글씨였다.
— 아빠! 쫓아가지 마요! 그놈들 깡패예요! 신문 기사에 나왔어요. 폭력 조직이 연루된 거예요. 피해자 중에 크게 다친 사람 있어요. 할아버지가 그것 때문에 다치신 거 같아요. 제발 지금 당장 거기서 나와요! —
피가 차가워졌다. 손끝부터 심장까지.
아버지였다.
오늘 마장동에 다시 갔다. 칼을 갈고, 도시락을 챙기고. 나는 그것이 일하러 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다시 점포에 서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버지의 눈빛이 떠올랐다. 어젯밤 시장 근처에서 박 과장을 보았다던 그 눈빛. 내가 무섭다고 했던 그 눈빛. 살아있고, 날카롭고,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던 눈빛.
아버지는 돈을 되찾으러 간 것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한 것이었다. 거구의 몸으로, 마장동 상인의 손으로, 우리 가족의 마지막 희망을 가져간 사람 앞에 서러 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깡패였다.
나는 공책을 가방에 쑤셔 넣고 일어섰다.
다리가 떨렸다. 왼손의 흉터 자리가 욱신거렸다.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자리였다. 하지만 발이 움직였다.
아버지가 다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알고 있는데 기다릴 수는 없었다.
마장동 방향으로 뛰었다.
해가 기울어 있었다. 시장의 활기가 가라앉는 시간이었다. 상인들이 좌판을 정리하고, 조명이 하나씩 꺼지고, 골목에 긴 그림자가 드리우는 시간. 낮이 밤으로 넘어가는 경계.
그 경계에서 아버지를 찾아야 했다.
청자다방 골목이 보였다. 달렸다. 담벼락을 짚었다. 모퉁이를 꺾었다.
창고 쪽이었다.
그 골목 입구에서 나는 멈추었다.
봤다.
골목 끝이었다. 가로등 하나가 깜박이고 있었다. 그 불빛 아래에 사람들이 있었다. 세 명, 아니 네 명이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거구의 형체가 있었다.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서 있지 않았다.
무릎이 꺾여 있었다. 한쪽 손이 누군가의 손에 잡혀 있었다. 바닥에 닿을 듯 고개가 숙여져 있었다.
마장동에서 보았던 그 어깨가 아니었다. 칼을 갈던 그 손이 아니었다. 거인이 거인이 아닌 것이 되는 순간을, 나는 그 골목 끝에서 보았다.
누군가의 손이 아버지의 멱살을 쥐고 있었다.
나는 소리를 질러야 할지 뛰어가야 할지 도망쳐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주머니 안에서 라이터가 뜨거워졌다.
왼손에서 열기가 올라왔다. 공책이 있는 가방이 등에서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온이 뭔가를 쓰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지만 나는 가방을 열 수 없었다.
아버지가 저기 있었다.
나는 숨을 한 번 깊이 들이켰다. 그리고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