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낡은 신문 기사와 위험한 미행
2025년. 오후 3시.
하온은 도서관 열람실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다.
스마트폰 화면에 손가락을 올렸다. 국립중앙도서관 신문 아카이브였다. 검색창에 천천히 입력했다.
1988 마장동 사기
결과가 쏟아졌다. 하온은 하나씩 넘겼다. 1987년, 1989년, 관련 없는 기사들. 다시 검색했다.
1988 청자다방 마장동
세 번째 결과였다.
동아일보 1988년 4월 7일 자. 하온은 화면을 확대했다.
헤드라인이 먼저 들어왔다. 마장동 일대 상인 집단 사기 피해. 폭력조직 연루 의혹. 하온은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마장동 우시장 일대 정육업 종사자 다수를 상대로 한 대규모 사기였다. 박 모 씨 40대 추정이 유명 백화점 납품 중개인을 사칭해 물량 선불금 명목으로 1인당 수백만 원씩을 편취했다고. 경찰은 서울 동부 지역 폭력 조직 연루 가능성을 수사 중이라 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 피해자 중 일부는 대금 반환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으며, 이 중 한 명은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어—
기사가 거기서 잘렸다.
나머지는 손상된 스캔본이었다. 잉크가 번져 글자를 알아볼 수 없었다.
전치 4주. 폭행.
하온은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아빠의 왼 손목 흉터가 눈앞에 떠올랐다. 화상 자국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그리고 안방에 사흘 동안 문을 잠그고 있던 할아버지. 사기 피해 금액이 아니라,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이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단순한 사기가 아니었어.
손이 떨렸다. 가방에서 공책을 꺼냈다. 도서관이었다. 사람들이 있었다. 하온은 신경 쓰지 않았다. 왼손으로 연필을 잡았다. 빠르게, 그러나 또렷하게 썼다.
— 아빠! 쫓아가지 마요! 그놈들 깡패예요! 신문 기사에 나왔어요. 폭력 조직이 연루된 거예요. 피해자 중에 크게 다친 사람 있어요. 할아버지가 그것 때문에 다치신 거 같아요. 제발 지금 당장 거기서 나와요! —
연필을 내려놓았다.
왼손이 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웠다. 제발 닿아라. 제발 지금 이 순간에 닿아라.
하온은 눈을 감았다. 열람실의 형광등이 고요하게 울렸다. 옆자리에서 책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조용히 돌아가고 있었다. 1988년의 그 골목이 지금 얼마나 위험한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하온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공책을 통해 전달하는 것 외에는.
1988년. 오후 3시 30분.
청자다방 문이 열렸다.
박 과장이 나왔다.
나는 재완의 팔을 잡았다. 셋이 동시에 담벼락 뒤로 붙었다. 조 씨 삼총사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그냥 겁먹은 열한 살 셋이었다. 박 과장은 코트 깃을 세우고 골목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느긋한 걸음이었다. 쫓기는 사람의 걸음이 아니었다. 한 번도 쫓긴 적 없는 사람의 걸음이었다.
"간다."
셋이 동시에 움직였다.
재완은 너무 가까이 따라붙었고, 성규는 발소리가 컸다. 나는 둘을 번갈아 당기고 밀며 거리를 조절했다. 박 과장이 모퉁이를 꺾을 때마다 셋이 동시에 벽에 납작하게 붙었다. 숨을 참았다. 심장 소리가 너무 커서 들릴 것 같았다.
박 과장은 시장 바깥 방향으로 걸었다. 상인들이 드문드문해졌다. 골목이 좁아졌다. 냄새가 달라졌다. 비릿한 피 냄새 대신 곰팡이와 습기 냄새가 났다. 사람이 없는 골목이었다.
재완이 귀에 속삭였다. "이 골목 나 알아. 여기 낮에도 어두워. 아무도 안 와."
나는 그 말이 왜 무서운지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주머니 안에서 왼손이 뜨거워졌다. 공책은 책가방 안에 있었다. 지금 꺼낼 수 없었다. 하온이 뭔가를 쓰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볼 수 없었다. 박 과장이 저기 있었다.
박 과장이 멈춰 섰다.
낡은 함석 창고 앞이었다. 문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이 문을 수백 번 열어본 사람의 손놀림이었다.
문이 열렸다. 안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담배 연기와 함께 남자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왔어요?" "어, 오늘 건은 얼마야?"
창고 안에 사람이 더 있었다.
셋이 동시에 몸을 낮췄다. 성규가 내 소매를 당겼다. 가자는 신호였다. 나도 알았다. 여기서 더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하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창고 문틈으로 보였다. 테이블 위에 돈이 쌓여 있었다. 두꺼운 봉투들이었다. 나는 그 봉투들의 두께를 알았다. 우리 아버지가 가방에 넣어 나갔던 그 봉투들과 같은 두께였다.
성규가 다시 당겼다. 이번엔 더 세게.
돌아서려는 순간이었다.
재완의 발이 미끄러졌다.
작은 소리였다. 돌멩이 하나가 발에 차여 함석 창고 벽에 부딪혔다. 땡그랑. 골목에 울리기엔 충분한 소리였다.
창고 안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박 과장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창고 문 너머로, 좁은 골목 끝으로 시선이 향했다. 그의 눈이 우리가 숨은 곳을 향해 좁아졌다.
"거기 쥐새끼들 누구야?"
낮고, 차갑고, 느리게 발음된 네 글자였다.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의 목소리였다.
나는 얼어붙었다.
책가방 안에서 왼손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공책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을 것이었다. 하온의 글씨가 지금 이 순간 거기 번지고 있을 것이었다. 뭔가 중요한 말이 도착해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볼 수 없었다.
창고 안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한 명이 아니었다. 여러 명이었다. 우리를 향해 오고 있었다.
성규가 내 손목을 잡았다.
재완이 먼저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