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에서 온 나의 11살 아빠>

제37화 빌려온 가족의 완벽한 주말

by Wren

고소장 접수는 사흘 뒤였다.
그 사흘이 지금 흐르고 있었다. 성인 조운은 알고 있었다. 성훈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종창도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 남자가 열한 살 조운을 알아봤다. 눈이 마주쳤다. 그러면 무언가를 할 것이었다. 37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사람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이었다. 온 가족이 모였다. 성인 조운은 그것을 선택했다. 사흘 중 하루를. 이렇게 쓰기로 했다. 이 시간이 끝나기 전에. 한 번쯤은.
성인 조운의 집이었다.
아버지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지팡이를 옆에 세우고. 엄마가 부엌에서 뭔가를 끓이고 있었다. 성훈과 성훈 배우자가 아이들과 함께 거실에 있었다. 조수현이 창가에 앉아 있었다. 하온이 열한 살 조운 옆에 있었다.
방 안이 가득했다. 소리가 많았다.
열한 살 조운은 그 안에 앉아서 주위를 보았다. 오래 보았다.
1988년의 제기동에는 이런 오후가 없었다. 아버지가 쓰러진 이후로는. 집이 조용했다. 엄마가 조용했다. 형이 나가 있었다. 자신도 골목에 나가 있었다. 집 안이 이렇게 가득한 적이 없었다. 이렇게 따뜻한 적이 없었다.
열한 살 조운이 하온에게 말했다.
"여기 항상 이래?"
하온이 잠깐 생각했다.
"아니요. 처음이에요. 이렇게 다 모인 건."
열한 살 조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이었다. 열한 살 조운 때문에 처음으로 모인 것이었다. 자신이 여기 오지 않았으면 이 오후가 없었을 것이었다.
아버지가 열한 살 조운을 불렀다.
"조운아. 이리 와."
열한 살 조운이 아버지 옆에 앉았다.
아버지가 말했다.
"손 봐도 되냐."
열한 살 조운이 손을 내밀었다. 왼손이었다. 아버지가 그 손을 두 손으로 감쌌다. 크지 않은 손이었다. 지팡이를 짚는 손이었다. 그런데도 따뜻했다.
"많이 컸어."
"아직 열한 살인데요."
"그래도 많이 컸어."
두 사람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따지지 않았다. 아버지가 아는 것이 있었다. 1988년의 아들과 2025년의 아들이 같다는 것을. 그리고 다르다는 것을. 그 사이에 37년이 있다는 것을.
"밥 많이 먹어."
"네."
"야위었어."
"1988년이 좀 힘들어요."
"혼자예요."
아버지의 손이 잠깐 흔들렸다. 그러고는 다시 따뜻해졌다. 아버지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냥 손을 감싸고 있었다. 그것으로 됐다.
점심을 먹었다.
엄마가 차린 음식이었다. 식탁이 가득했다. 성훈 가족. 조수현. 성인 조운. 하온. 열한 살 조운. 아버지. 엄마. 오래전에 흩어졌던 사람들이 다시 한 상에 앉았다.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았다. 숟가락 소리만 들렸다. 그 소리가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아무 말 없이도 같이 있는 소리였다.
조수현이 열한 살 조운을 보았다. 열한 살 조운이 밥을 먹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그 옆모습이 또 흔들렸다. 조수현은 시선을 거두었다. 밥을 먹었다.
성훈이 성인 조운을 보았다. 성인 조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눈빛만으로 충분했다. 사흘. 사흘만 버티면 됐다.
이종창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몰랐다. 변호사를 만나고 있을지 몰랐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있을지 몰랐다. 37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사람이 이틀 안에 무너질 리 없었다. 그 생각이 식탁 어딘가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밥을 먹었다.
오후에 성인 조운이 잠깐 서재로 들어갔다. 파일 박스를 열었다. 37년어치 파일들이 있었다. 그 안에서 이종창 관련 파일만 꺼냈다. 탁자 위에 펼쳤다. 사진. 문서. 날짜들. 37년이 거기 있었다. 성인 조운은 그것을 보았다. 오래 보았다. 이것이 충분한지. 이것만으로 되는지. 사흘 안에.
성훈이 서재 문 앞에 섰다.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보았다. 성인 조운이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성훈이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났다. 충분하다는 뜻이었다.
열한 살 조운이 그 서재 안을 보았다. 아버지 이름이 적힌 종이. 이종창의 글씨. 37년어치 파일. 그것들이 지금 성인 조운의 탁자 위에 있었다. 열한 살 조운이 그것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거실에서 아버지 숨소리가 들렸다. 고른 숨소리였다.
그 숨소리 때문이었다. 이 모든 것이. 아버지가 살아있기 때문에 이 방에서 저 파일들이 의미가 있었다.
식사 후에 차를 마셨다. 거실이 조용해졌다. 아버지가 잠이 들었다. 소파에서. 엄마가 그 숨소리를 들으면서 차를 마셨다. 조수현이 창밖을 보았다.
열한 살 조운이 그 장면을 보았다.
아버지. 엄마. 형. 누나. 그리고 하온.
자신이 아직 갖지 못한 것들이었다. 1988년의 자신에게는 아직 없는 것들이었다. 아버지는 병원 침대에 있었다. 형은 어딘가에 있었다. 누나는 아직 어렸다. 하온은 태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여기에 다 있었다.
열한 살 조운이 생각했다. 이 가족을 빌려온 것 같다고. 37년 뒤의 미래에서. 잠깐. 빌려온 것 같다고.
잠깐. 돌려줘야 하는 것처럼.
그런데 이상한 것은. 빌려온 것 같은데 낯설지 않다는 것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자신의 사람들인 것 같았다. 아직 갖지 못한 것들이지만. 언젠가 갖게 될 것들인 것 같았다.
저녁이 되었다. 가족들이 하나씩 돌아갔다. 성훈 가족이 먼저 갔다. 아버지와 엄마는 성인 조운이 모시고 나갔다. 조수현이 마지막으로 열한 살 조운에게 말했다.
"잘 자."
"누나도."
조수현이 돌아보지 않고 갔다. 하지만 어깨가 잠깐 흔들렸다. 열한 살 조운만 보았다.
거실에 성인 조운과 열한 살 조운과 하온이 남았다.
열한 살 조운이 말했다.
"고마워."
"나도."
하온이 조용히 말했다.
"저도요."
세 사람이 잠깐 그 말 안에 있었다.
성인 조운의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성인 조운이 그 번호를 보았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 받았다.
"여보세요."
아무 말도 없었다.
숨소리도 없었다.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리고 끊어졌다.
성인 조운이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누군지 확인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열한 살 조운이 그 표정을 보았다.
"누구야."
성인 조운이 잠깐 멈추었다.
"모르겠어."
열한 살 조운이 그 대답을 들었다. 모르겠어. 그 말 안에 이름 하나가 있었다. 말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 다 알고 있었다.
사흘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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