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그는 집에 들어서면
늘 가장 먼저 고양이를 찾게 된다.
해가 완전히 들기 전도,
하루가 끝난 뒤의 늦은 시간도 아니다.
그저 문을 닫고 숨을 고르는 순간,
바구니 속에서 몸을 말고 있는 작은 존재가
하루의 속도를 조용히 낮춘다.
예술가는 그 모습을 보고서야
서두르던 생각을 내려놓는다.
고양이는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몸을 말고,
같은 눈빛으로 세상을 본다.
급할 것도, 증명할 것도 없다.
그 단순한 태도가
예술가의 하루를 조금 느리게 만든다.
한때 그는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라 믿었다.
성과 뒤에, 인정 뒤에,
조금 더 잘된 내일 뒤에
비로소 도착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늘 다음을 향해 달렸고,
지금은 잠시 머무는 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고양이는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따뜻한 바구니 안에서
눈을 반쯤 감고 숨을 고른다.
손길이 닿으면 가볍게 몸을 맡기고,
필요 이상의 이유를 묻지 않는다.
행복은 그렇게
아주 작은 크기로 존재한다는 걸
몸으로 보여 준다.
예술가는 점점
그 방식을 닮아 간다.
완벽한 하루 대신
무사한 하루를 받아들이고,
큰 의미 대신
작은 온기를 남긴다.
고양이 곁에 앉아
차를 한 잔 마시는 시간
아무 말 없이 숨을 고르는 순간이
하루를 지탱해 준다는 걸 알게 된다.
고양이는 그의 삶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조언하지도, 재촉하지도 않는다.
그저 곁에 머무를 뿐이다.
그러나 그 존재만으로
예술가는 안심한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지금의 나로도 충분하다는 확신이
조용히 자리 잡는다.
행복은 여전히 거창하지 않다.
고양이가 바구니 속에서
조용히 잠들 때,
예술가는 그 고요를 해치지 않기 위해
발걸음을 낮춘다.
그 배려 속에서
자신이 조금 성숙해졌음을 느낀다.
삶을 통제하려 하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 가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도 고양이는 그 자리에 있고,
예술가는 그 곁에 앉아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 시간이
그에게는 가장 충만한 순간이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삶 속에서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행복을 길러 가고 있다.
過客 心泉
에픽테토스는 말했습니다.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 부유하다.”고.
행복은
멀리서 완성되어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곁에 앉아 있는 작은 숨결인지도 모릅니다.
빛나는 순간은 짧고,
인정은 바람처럼 지나가지만,
저녁의 고요,
말없이 몸을 맡기는 온기,
오늘을 무사히 건넜다는 안도는
조용히 오래 남습니다.
우리는 자꾸 더 멀리 가려 하지만,
삶은 종종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크게 이루지 못한 하루라도
조금 덜 서두른 하루라면,
그것으로 충분할지 모릅니다.
행복은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기르는 것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