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을 처음처럼 살아보기 위해
익숙한 하루의 틈새로 낯선 진동이 흘러들었다.
매일 걷던 그 길이었다. 발걸음에 맞춰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던 시간, 나는 걸을 때 음악을 듣지 않았다. 마음속 소음들을 하나씩 꺼내어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날은 문득 이어폰을 꽂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조금은 다르게 정렬된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을 뿐이다.
음악이 흐르자, 이상하게도 도로의 타이어 마찰음이 유난히 거슬렸다. 음악이라는 새로운 질서가 외부의 무질서를 선명하게 대조시킨 탓일까. 평소엔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소음이 날카로운 바늘처럼 귓가를 찔렀다.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멀리서 들려오는 공사장의 쇳소리. 모든 것이 낯설 만큼 생생하게 쏟아져 들어왔다.
어제까진 아무렇지 않았던 소리들이 오늘은 왜 이렇게 생생하게 들릴까.
익숙함 속에서 느껴진 낯선 감정. 그것은 내가 평범한 하루를 얼마나 무심히 지나쳐왔는지에 대한 강렬한 자각이었다. 누군가의 마지막 하루처럼. 나도 오늘을 조금 더 진심으로 붙잡고 싶었다.
그날 이후, 나는 작은 시도를 시작했다.
늘 걷던 길이 아닌 다른 골목으로 돌아 들어갔다. 그제야 보였다. 초록빛이던 감이 붉게 익어가는 시간의 흐름. 낡은 주유소의 빨간 지붕 위에 닭집에서 울어대는 닭의 목소리. 좁고 어두운 마당 밖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까지.
모든 풍경이, 모든 소리가 마치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나를 멈춰 세웠다.
예전엔 그냥 지나쳤던 과일가게 앞에서 이름 모를 낯선 과일을 집어 들었다. 입안에 퍼지는 새콤하고 강렬한 맛, 나는 알 수 있었다.
아, 이것이 온전한 살아있음의 감각이구나.
무심히 흘려보내던 일상 속 낯선 감정은, 결국 현재를 살아가는 명확한 감각으로 연결되었다.
어느 아침은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
첼로의 녹턴이 흐르고, 새의 지저귐이 낯설게 들렸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딸기잼의 달콤함이 혀끝에 오래도록 남았다. 그것만으로도 오늘이 새로웠다.
도시의 소음은 그대로 여전했다. 차의 경적도, 공사장의 요란함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소음들 사이에서, 소음에 묻히지 않는 내 마음의 목소리를 듣는다.
같은 길을 걸어도, 마음이 달라지면 풍경이 바뀐다.
그날의 소음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 삶의 진실한 풍경을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