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고 싶은 보석함 속 호박
슈퍼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길가에 마른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서성였다. 작고 여린 몸에 세상의 모든 두려움이 담긴 듯했다.
내 시선을 느낀 고양이는 황급히 주차된 자동차 밑으로 숨어들었다. 가방에서 사료를 꺼내 인도 턱 위에 조용히 올려두었다. 그때, 거친 오토바이 소리가 골목을 울렸고 고양이의 귀가 작게 떨렸다.
나는 조심스레 "야옹"하고 불렀다.
'괜찮아, 먹어도 돼.' 하지만 고양이는 내 발끝만 바라볼 뿐이었다.
호박빛 눈동자 속의 두려움을 달려주고 싶었다. 내가 먹는 시늉까지 해 보였지만, 경계심은 여전했다. 그래서 천천히 일어나 몇 걸음 물러섰다. 입술에 손을 대어 신호를 보냈다.
'정말 괜찮아. 먹어도 돼.'
충분히 거리를 둔 순간, 고양이는 조심스레 차 밑에서 나왔다. 주변을 살피던 작은 머리가 사료 쪽을 향하더니, 이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용히 따뜻해졌다.
내가 무언가를 준 것 같았지만 실은 그 작은 존재가 나를 채우고 있었다. 사료 한 줌을 나눈 것뿐인데, 내 안엔 평온이 스며들었다. 고양이가 두려움을 조금씩 내려놓는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그저 위협하지 않는 거리를 유지하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그 순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떠올랐다. 따뜻한 집, 끼니 걱정 없는 하루, 편안한 잠자리.
그 모든 것이 누군가에겐 절실한 꿈일 수도 있겠구나.
고양이가 내게 준건 사료보다 훨씬 큰 선물이었다. 마음의 평온, 일상에 대한 감사, 그리고 작은 존재를 향한 연민. 그것들이 조용히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햇살이 된다는 건 어쩌면 이런 일일지도 모른다. 잠시 멈춰 서서 두려워하는 존재에게 안전함을 건네는 일. 그리고 그 따스한 순간 속에서 나 또한 빛을 받는 일.
그날 나는, 아주 작은 햇살이 되어보았다.
그날 이후, 나는 핸드폰을 열어 호박색 목걸이를 검색했다.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작은 빛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