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에 배운 자유

고요와 격랑 사이에서

by ice

나는 자연의 품 안에서 태어난 한 그루 나무다. 인공적인 보호막 없이, 그저 하늘과 땅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으며 살아왔다. 거친 바람이 온몸을 후려쳤고, 빗방울이 두드렸으며, 때로는 따뜻한 햇살이 어루만지고 부드러운 바람이 속삭였다.

햇살이 좋은 날이면, 나는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눈물이 날 만큼 황홀했다. 잎사귀 하나한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바람결에 몸을 맡기며 자연과 하나 되는 순간들, 그것은 살아있음의 가장 순수한 기쁨이었다.

하지만 자연은 늘 다정하지만은 않았다.

뜨거운 여름날, 태양빛은 너무 강렬해서 잎이 타들어가는 듯했다. 가뭄이 길어지면 뿌리 깊숙이까지 메마름이 스며들었다. 목마름이 온몸을 잠식할 때면 나는 고통스러웠다.

처음에는 이 고통이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왜 나만? 왜 나는 이토록 힘들어야 하는가?

그러나 강렬한 햇빛은 광합성을 더욱 활발하게 했고, 물이 부족한 환경은 나를 표면적인 안락함에서 벗어나게 했다. 살아남기 위해, 나는 고통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했다. 뿌리를 더 깊이, 더 넓게 뻗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이 목마름이었다. 고통은 나를 가장 깊은 곳, 존재의 근원으로 이끌었다.


나이테에 새겨진 이야기


자연에서 태어났기에 나의 나이테는 불규칙했다. 어떤 해는 가뭄으로 가느다란 선이, 어떤 해는 풍년으로 두툼한 층이 새겨졌다. 한때는 이 울퉁불퉁함이 부끄러웠다. 마치 표준에서 벗어난 듯, 남들처럼 고르고 예쁘지 못한 성장의 흔적 같았다.

하지만 이것이 나만의 이야기라는 걸 깨달았다.

확일화된 온실 속 성장이 아니라, 격변하는 자연의 템포에 맞춰 유연하게 적응하며 살아낸 증거.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오직 나만이 가진 서사였다. 불규칙한 선은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생존했는지를 증명했다.


그날의 폭풍우를 나는 잊을 수 없다.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빗줄기가 사정없이 내려쳤다. 나는 있는 힘껏 버텼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뚝, 뚝. 내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나는 뿌리째 뽑힐 것 같은 극한의 절망감에 휩싸였다.

그 순간, 온실 속 나무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안전했다. 일정한 온도 속에서 고르게 상장하며, 이런 상실의 공포를 모른다. '보호'라는 벽 너머의 그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상처가 아물어갈 즈음, 문득 깨달았다. 그들은 보호받지만, 나는 자유롭다.

온실 속 나무들은 폭풍우의 무서움을 모르지만, 폭풍우를 견뎌낸 후 맞이하는 고요의 가치도 모른다. 강한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고도 꺾이지 않았을 때, 내 전신을 꿰뚫는 전율. 가뭄을 이겨낸 뒤 단비를 맞는 온몸의 떨림. 그들은 보호 속에서 성장을 완성하지만, 나는 경험을 통해 생명을 완성한다.

뜯겨 나간 가지 자리에는 이미 새로운 싹이 돋아났다.

상처받는 곳에는 더욱 단단한 껍질이 생겨났다.

흔들린다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더 강하게 서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흔들리되 뿌리 깊게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다. 불확실성과 고통, 때로는 상실까지도.

그래도 괜찮다.

나에게는 바람과 대화하고, 빗소리에 귀 기울이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생생한 경험이 있다. 불규칙한 나이테에 새겨진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 이 모든 시련은 나를 더 깊이 뿌리내리게 했고, 더 자유롭게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가게 했다.

앞으로 어떤 시련이 닥치더라도, 나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결코 부러지지 않을 것이다.

바람에 흔들리며, 나는 비로소 자유를 배웠다.

흔들리되 부러지지 않으며, 자유롭되 뿌리 깊게.



"바람에 흔들리며, 햇살을 품어 안은 자유를 배웠다."


작가의 이전글7. 나는 언제 누군가의 햇살이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