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계절의 변화가 내 감정에 준 영향

늦여름 끝자락에서, 나는 새로운 나의 계절을 배운다.

by ice

비 온 뒤의 계절


어젯밤, 일기예보는 비를 예고했다. 창문을 닫고 잠들었지만 한밤중의 열기에 깨어났다. 갑자기 온몸을 덮친 뜨거움에 이불을 걷어냈다. 그러나 곧 한기가 밀려와 다시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걸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밤은 평온하지 않았다.


아침에 창문을 여니, 비 온 뒤의 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흙냄새와 풀잎의 숨결이 섞인 바람 속에는 이미 가을이 숨어 있었다.

달력은 여전히 늦여름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빛의 결은 달라져 있었다.


거울 앞에 서서 멈칫했다. 언제부터인가 내 얼굴에 낯선 피로가 새겨져 있었다. 불과 몇 년 전의 사진 속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른 사람 같았다.

갱년기는 그렇게 왔다. 예고도 없이, 천천히가 아니라 급작스럽게.

몸은 자기 멋대로 뜨거워지고 식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때마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관절은 삐걱거렸고, 늘 오르던 계단이 버거워졌다.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낮에는 안갯속을 걷는 듯 멍했다.

더 힘든 건 마음이었다. 어떤 날은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또 어떤 날은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났다. 집중이 안되고,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면 두려웠다.

'내가 나를 잃어가는 건 아닐까."


창밖으로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예전이라면 카메라를 들고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창 너머로 바라볼 뿐이었다. 아름다움이 투명한 벽 너머에 있는 것만 같았다.


옷장을 정리하다가 몇 년 전 입던 옷을 발견했다. 한때는 잘 어울렸던 색이었다. 그러나 지금 거울 앞에 대보니 어색했다. 옷이 변한 게 아니라 내가 변한 것이다. 나는 그 옷을 다시 옷장 깊숙이 넣었다.

조카가 물었다. "왜 자꾸 한숨을 쉬어?"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좀 피곤해서." 조카에게 이 혼란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언젠가 너도 겪게 될 이 시간을.


그럼에도 오늘 아침의 공기는 위안이었다. 비 온 뒤의 바람은 차갑고 투명했다. 이것도 지나가겠지.

열감도, 불면도, 감정의 파도도.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

계절은 반드시 바뀐다. 여름이 가을을 거쳐 겨울로 가듯, 나도 이 변화를 통과할 것이다.

지금은 혼란 속에 있지만, 언젠가는 고요한 겨울에 닿을 것이다.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바람을 들이마신다. 오늘은 이만큼.

내일은 내일의 공기가 있을 것이다

나는, 나만의 속도로 간다.



"가을바람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자연의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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