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하루

50대 갱년기, 작은 여행으로 맞이하는 가을

by ice

새벽에 눈을 떴을 때, 몸은 이미 땀으로 젖어 있었다.

갱년기의 발열은 마치 몸속에 작은 화로가 놓인 듯 갑작스럽고 강렬했다. 선풍기를 켰지만 낡은 날개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다가, 열기가 식어갈 즈음에서야 겨우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들으며 불현듯

'나도 이제 오래되고 선풍기처럼 늙어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순간 눈물이 차올랐다. 어깨는 결리고 머리는 무겁게 가라앉아 오늘 하루를 무사히 버틸 수 있을지 불안했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지금의 상황은 허락하지 않았다. 여건도, 몸의 컨디션도 따라주지 않았다. 그렇게 기운 없는 발걸음을 옮기다 문득 동네 슈퍼가 눈에 들어왔다.

살 것이 없어도 괜히 들어가고 싶어졌다. 충동적인 걸음이었지만, 그곳에서 뜻밖의 풍경을 만났다.

늦여름의 끝자락에서 슈퍼는 벌써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다. 밤과 고구마로 만든 작은 과자들이 놓여 있었다. 사소한 풍경이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포근해졌다. 이유도 모른 채 몇 봉지를 집어 들고 계산대를 나설 때, 나는 봉투를 들고 있는 내 얼굴에서 낯선 미소를 보았다.

거창한 계획도, 먼 여행도 아니지만 "그래, 이게 내 가을 여행이구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달콤하고 포슬포슬한 고구마와 밤의 향이 내 몸과 마음을 다독였다.

작은 과자 몇 봉지에 담기 가을의 온기가 그토록 거칠었던 하루를 조금은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갱년기의 하루는 감정의 롤러코스터 같다. 아침엔 격렬한 눈물과 무력감, 오후엔 슈퍼에서 만난 계절의 평화.

감정은 잔인할 만큼 거세다가도, 이처럼 사소한 것에 쉽게 잦아든다. 이것이 바로 이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여성의, 조용하지만 진실한 일상이다.


여전히 새벽의 땀은 두렵고, 늙어간다는 사실은 종종 서늘하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오늘의 고구마 과자처럼, 어쩌면 내일 또 다른 '슈퍼'에서 다른 계절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적은 가능성 하나가,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희미하지만 따뜻한 빛이 되어준다.



"갱년기의 여행은 멀리 있지 않았다.

내 손에 쥔 작은 계절의 맛, 그것이 오늘의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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