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를 보던 중 원근감이 드러나는 포즈를 그리는 쇼츠가 나왔다.
뭔가 멋있다. 어려울 것 같다. 도전해보고 싶다. 무작정 펜을 들어본다.
이게 뭐람? 얼굴도 삐뚤. 원근감도 전혀 살아있지 않다. 저렇게 그리는 것 같던데 구도 자체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구도를 다시 잡고 그려본다.
이게 뭐람 버전 2가 나왔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 허리가 너무 이상하다. 원근감 역시 별로다. 수정의 수정을 더했지만 점점 더 길을 잃어가는 느낌이다. 미로 속을 헤매던 중 남편의 작업대 위에 있던 인체 모형이 생각났다.
나를 구원할 구원자인지 현실을 깨닫게 해 줄 벽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 다시 구도를 잡아본다.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얼추 원근감을 나타내려 했구나 라는 인상정도는 풍기게 만들어줄 것 같은 느낌. 디테일을 추가해 본다.
전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썩 맘에 들지는 않는다. 다만 눈물겨운 3단 변화에 만족한다. 이대로 끝내기 아쉽던 찰나 머릿속에 달리는 그림이 떠올랐다. 인체모형의 힘을 빌려 구도를 잡고 코믹한 이미지로 그려본다.
디테일을 추가하니 구도가 무너지는 모습이 보인다. 아쉬움에 다시 펜을 든다.
아까보다는 나아졌지만 같은 팔다리가 나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뛰는 느낌이 안 난다. 수정하여 그려본다.
조금 더 다이내믹해진 느낌이다. 얼굴은 말아먹었지만 포징은 훨씬 나아진 듯하다. 나는 그리며 2가지를 깨달았다.
1) 축약은 과감하게
->그래야 드라마틱하게 보인다.
2) 대비는 극명하게
->크고 작음이 분명해야 원근이 살아난다.
가장 앞에 오는 주먹을 크게.
뒤에 있는 팔은 가늘고 길게.
뒤에 있는 다리는 뒤로 뻗는 느낌이니까 형태만 잡아보자.
지금까지 중에 가장 생동감 있는 그림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어딘지 엉성한 포즈. 쉬면서 남편과 통화하던 중 집에 책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바로 뒤져서 펼쳐보고 단순화하여 따라 그려본다.
보고 그리다가 깨달은 게 있다.
몸통은 가슴-배-골반 3등분 해줘야 한다. 한 덩어리로 가면 꺾임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역동성이 떨어진다. 각각 덩어리로 나눠 배치하면 움직임이 강해지고 자연스러움이 더해진다.
아직 엉성하기 그지없는 그림이지만 날것의 기록을 위해 남겨놓는다. 언젠가 진짜 못 그렸네 라며 웃을 날이 오기를 바라며...라고 생각하며 자려고 눈을 감은 순간.
어라? 원근법 사다리꼴로 그리면 되지 않을까? 그래 좀 더 수학적인 접근이 필요해. 시험해보고 싶다...!
그래서 다시 펜을 잡았습니다.
사다리꼴로 크기를 조절하니 전보다 원근감이 살아난 것 같다. 물론 아직 미숙해서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중요한 걸 깨달은 것 같다.
4일 차 그림 그리기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