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충전하는 나만의 방식
영하 9도. 어제만큼 바람이 불지 않는다. 눈발도 날리지 않는다. 종일 침대랑 붙어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영하 10도가 되어도 겨울 러닝은 할 만하다. 우선, 여름처럼 땀이 많이 나지 않기 때문에 수건이나 수분섭취가 필요 없다. 기온이 낮은 환경에서 우리 몸은 체온 유지를 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겨울 러닝은 여기에 추가적으로 에너지를 더 쓰기 때문에 지방 분해가 더 촉진된다. 경량 패딩 하나면 충분한 이유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금세 지치는 여름과 달리 체력 소모가 적게 느껴져서 겨울러닝이 가성비가 높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달리는 동안 '방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중과 달리 주말에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편이다. 하루를 허투루 보냈다는 판단이 들면 급작스럽게 몸의 리듬과 긴장감이 낮아진다. 어제처럼 가족행사로 피로도가 쌓이면, 그다음 날은 오랜 시간 잠을 자곤 한다. 끼니를 챙겨 먹는 일도 쉽게 하지 못한다. 연초에 인사를 드리지 못한 부모님을 찾아뵙고 식사를 하며 모든 것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만큼의 시간만큼 오롯이 혼자 에너지를 충전해야만 하는 나는, 오늘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루는 극도로 예민해진다. 그렇다고 매사가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다. 보람 없이 지낸 하루 같다는 심의가 발동되면 기운이 가라앉곤 한다.
나의 에너지는 한계가 있다. 그동안 터득한 바, 나와 가족을 위해 한정된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비축해 놓은 것이 고갈되기 전에 또 에너지를 채워 넣어야 한다. 내가 맡은 일을 하면서도 힘을 쓰고 행복을 느끼지만, 소진되기 전에 충전해야 한다. 나도 한 때는 울트라 파워 에너자이저였다. 이제는 쓸데없는 소모전을 할 수 없다. 내가 사랑하는 몇몇을 위해서만, 나한테 맞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에 에너지를 분투시킨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지낼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모든 생각의 방황을 한 번에 정리해 주는 녀석이 바로 달리기다. 내 삶을 정돈해 주고, 에너지를 충전해 주는 고마운 녀석이다. 다시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