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활동 7일, 1일 1 발행은 이제 그만

일주일 동안 매일 글을 올렸다. 이제부터는 긴 호흡의 글을 쓴다

by Wiggle

"네가 만약 하루만 늦게 태어났어도 아들이었다."


핏덩이 아기는 울지 않는다. 무언가 석연치 않음을 예감한 사람은 조산원에서 방금 도착한 산파뿐이다. 서른 살도 안 된 남자는 촛불처럼 어지러운 기도를 한다. 정리하지 못한 미련일까. 기다렸던 존재를 포기 못한 모습이 어리석다. '당신은 아들을 낳을 거야. 제발 네가 아들이길, 나의 아들로 와주길.' 산모는 남편이 입을 닥쳐주길 바라는 눈치다. '네가 내게 고통을 더하는구나.'


밤새 내린 눈은 녹지 않고 끝없이 쌓인다. 하얗게 한계 없이 펼쳐진 세상, 산파를 찾아 떠난 젊은 남자는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고 엎어지면 몸을 털고 또 걷는다. 하루 벌어 하루룰 사는 부부에게 겨울은 견디기 힘든 계절이다. 1월의 함박눈은 새로운 탄생을 축하하는 천사들의 선물이며, 가장의 무게를 대신 보여주는 운명의 다른 얼굴을 닮았다.


보통 때는 잘 울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는 아이인데 오늘따라 등에 업혀 잠도 안 자고, 계속 칭얼거린다. "희야, 뭐 줄까 사과 줄까" "엄마 ~ 엄마 ~" 계속 엄마만 찾는다. 여섯 살에 엄마 잃은 나를 닮은 목소리. 이런 걸 두고 사람들은 불행이라 말한다. 없는 사람이라고 마음조차 가난할까. 돈 벌러 나간 아내에 대한 마음과 엄마 보고 싶어 잠 못 자고 우는 아이를 업고 한참 동안 답 없이 서성인다. 빈 방에 단 둘이 갇혀 있다.


30년이 지나도 습관처럼 꺼내는 말, '하루만 늦게 태어났어도 너는 아들이었다' 사나운 그 말, 가위로 두 동강 내 끊어내고 싶은 그 말은, 죽지도 않는다. 사라지지 않을 언어로 내 머리에 박힌 못 같은 말을 나는 아직도 뽑지 못하고 있다. 옆집 닭이 알을 낳고, 돼지 새끼가 태어나도 결국 혼자라는 사실을 아는 아이는 한겨울 푹푹 빠지는 눈을 밟고 자기를 구하러 온 그날의 눈동자를 기억한다. 누구도 나를 거부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헛소리도 묻힌다. 나의 몸이 사라지는 것처럼 언어도 형체 없이 가야 할 곳으로 가야 하고 묻혀서 소멸해야 한다.


"얘들아, 이렇게 해봐."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을 따라 종이접기를 한다. 나도 선생님처럼 만들고 싶은데 마음처럼 쉽지 않다. 열 살 아이 눈에 종이꽃이 못마땅하다. '이게 꽃이라고! 이상해.'..'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하겠지. 학교 앞 문방구 옆을 지나가다 거짓말처럼 빨간 카네이션을 보고, 바로 너야, 너 참 예쁘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꽃을 샀다. 뭔가 제대로 잘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걸음이 가볍다. "죽은 꽃을 사 왔어. 도대체 어디서 배운 거야. 이런 죽은 꽃을 사 오다니 - "세상에서 가장 빨갛고 풍성한 꽃은 죽은 꽃이었다. ' 아이는 속으로 말한다. '내가 만든 건 너무 형편없었어. 그래서 제일 좋은 걸 드리면 좋아 하실 줄 알았어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사람의 말은 사람의 영혼을 죽일 수도 있다. 지독하게.


당신의 언어가 땅에 묻힐 수 있을까. 별안간 드는 생각은 깨진 유리 조각을 붙여도 거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혹시라도 그것들이 다시 나오지 않을까 흙을 쓸어 모아 여러 번 밟고 두드린다. 은행잎이 떨어지고 함박눈이 쌓인 후, 새싹에서 작은 소리가 고개를 든다. "필요한 것이 더 있나요." 눈꽃 같이 희고 맑은 것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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