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결에서 누가 먼저 승리할것인가
"엄마, 광대가 아파요." 아들의 목소리다. 엄마인 나는 난처한 상황이다. 아이는 콧물을 훌쩍이며 감기에 걸린 것 같다고 말하지만, 그 눈빛을 도저히 엄마는 바라볼 수가 없다. 반백살을 살아온 엄마는 여행 후 여독을 즐기는 중이라 남들이 쉽게 말하는 시차적응을 하는 중이며, 졸음에 몸을 지배당한 지 일주일이 넘었고 종일 졸음에 시달려 눈을 제대로 뜨기도 힘겨운 일상을 살아내는 중이다. 바로 이때, 아들의 목소리가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한다. 고맙다 아들아!
콧방울 주변이 핑크색으로 물들어 있다. 콧물이 주르륵 흐르기 전 재빨리 티슈의 도움을 받아 정리하는 아들을 엄마는 볼 수 없었다. 여독에 빠져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는 나날 때문에. 본 들 뭐 하랴. 그 소리도 까마득하게 듣지 못하고 이 한 몸 살피는 것도 힘겨웠으니. 감기는 아들이 아닌 엄마가 앓고 있는 것 아닌가. 몸이 천근만근이라 출근하는 남편의 인사는 메아리보다 더 소중하게 들리곤 했다. '아, 이거 큰일 났다.' 웬만해서 그런 말을 아끼는 아이인데 얼마나 아프면... "아, 아들아 근데 지금 시간이 몇 시쯤 되었니?" 눈을 떠 시계를 본다. 한낮이다.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아침을 챙겨주지 못해 아들이 감기에 걸린 걸 꺼야. vs 지난주 새벽까지 놀아서 그런 걸 꺼야.' 비몽사몽 중얼거린다.
결국, 아들은 다시 침대에 눕고, 나는 잠을 참으며 감기약을 챙긴다. 벽 쪽을 바라보고 누워있는 아들의 뒷모습과 방치해 놓은 스마트폰이 보인다. '웬만큼 아파서는 폰을 포기하지 못하는 아이인데...'
"몸은 좀 어때?"
"왼쪽 콧구멍이 막혀서 오른쪽으로 누웠어요."
"아하 그렇구나. 약 맛있게 먹어."
"그건 제 전문이죠"
"뭐~~?" 귀에 이상이 생긴 걸까 '전문'이라는 단어가 왜 여기서 나오지. 나는 다시 묻는다.
"맛있게 먹는 건 제 전문입니다." 녀석이 금방 나을 것 같다.
엄마의 졸음과 아들의 감기의 대결이다. 누가 먼저 이길 것인가. 아침밥을 하고 다시 잠을 자더라도 감기에 걸린 아이에게 밥상과 약을 챙겨줄 수 있으려면 무조건 내가 이겨야 한다. 그래도 이 와중에 "그건 제 전문이죠."라는 말을 들으니 아들이 감기와의 대결에서 이길 것 같아 힘이 난다. '그래, 너의 양쪽 콧구멍이 막히지 않길 바라며 엄마도 힘을 내볼게.' 아들은 약 기운에 벽을 보고 누웠고, 엄마는 약을 챙겼으니 다시 낮잠을 이어가려, 시차적응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었어요, 이불속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