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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에 미친(쳤던) 남자 ep.3.0

자그마한 식당부터 LA까지

by JUNO
"자 이제 제대로 타코에 푹 빠져볼까?"




이런 그릴은 flat grill 이라고 부른다. 그릴엔 상당히 많은 종류가 있는데 아마 이 그릴이 제일 보편적인 그릴이 아닐까 싶다.





요식업을 하기 전 그냥 주는 대로 잘 먹었던 나는 이 분야에 대해 일가견이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많은 노력과 정성은 뒤에 두고 단지 '먹는다'에만 포커스를 뒀기에. 하지만 타코를 만든 후부터 음식에 대한 접근법이 달라졌다. 단순히 먹는다가 아닌 음식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물론이며 음식을 만든 계기, 이 요리의 역사, 좀 더 세분화된 요리의 다양성, 쿡에 대한 스타일 또한 관심이 생기게 된 계기다. 단순히 철판온도 체크하는 사진이지만 당시엔 난생처음으로 '정말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남기기 위해 찍은 사진이었다. 내가 이 정도로 진심이었구나를 보여준 초심자의 사진이랄까?






타코에 빠져 바베큐에 빠지고, 또띠아에 빠지고, 그릴에 빠지고, 고수에게 반해버렸다. 그 후 난 더 많은 타코를 먹어보고 싶어 서울에 있는 많은 타코집을 돌아다녔다. (사실 진정한 타코 고수들에게 덤빌정돈 아니었다. 진정이면 아마 사장님처럼 국내 거의 모든 타코집을 가보시지 않았을까?)

첫 번째로 방문한 타코집은 서울 종로에 위치한 '올디스 타코'. 최근에 과자회사와 협업을 해 '올디스 타코맛 포테이토칩'을 만들었던데 이 집은 마케팅에 고수였다. 위치부터 간판, 인테리어까지 길 가다가 납치당하듯이 들어가는 그런 집이다.


아쉽게도 사진은 딱 한 장뿐이다. 인테리어가 참 멋있는 집인데 마치 미국 길거리에 있는 편의점이랄까? 편의점이지만 철판에다 타코나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파는 그런 분위기에 타코집이었다. 미국인 친구와 같이 갔는데 친구 말로는 비리아타코가 괜찮다고 했던 집이다. 내 인생 첫 비리아 타코. 비리아타코는 소고기 혹은 양고기로 만드는데, 미리 만들어둔 뻘건 육수에 고기를 장시간동안 푹 끓여 부드럽게 만들어낸 후 타코를 만들어 한 번 더 구워주는 방식으로 은근 기름기가 있는 타코다. 이게 갑자기 유행하는 음식이 되어 음식의 성지 뉴욕에서도 굉장히 인기 있는 음식이라고 한다. 그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거의 모든 타코집은 '비리아 타코'를 무조건 판다. 사실 내 입맛엔 그냥 그랬던 타코다. 보기엔 제육볶음처럼 자극적인 맛이지만 사실 은근 담백하고 약간 매콤한? 그런 음식에 가깝다. 누군가에겐 비리아타코가 인생음식이라고도 한다.(내 친구가 실제로 그랬다.)

그 후 많은 타코집을 갔다. 타코에도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하는데 텍스맥스 스타일, 카르니타스, 알파스톨, 비건 타코, 심지어 선인장 타코(이건 내 인생에서도 아직 안 먹어봤다. 안 먹어본 게 너무 후회인 타코) 등등 사실 모든 재료로 타코가 될 수 있다. 소금을 뿌려먹는 것도 소금타코, 김치를 올리는 것도 김치타코.

이건 삼성중앙역에 위치한 카르니타스 전문점 '비야 게레로' 이미 많은 음식 유튜버, 방송에도 나온 유명한 타코집이다. 콘 또띠아를 사용해서 더 고소한 맛. 고기는 구운 고기가 아닌 라드(돼지기름)에 장시간 끓여 엄청나게 부드러운 고기.

사실 한국에서 파는 타코는 거의 택스맥스 스타일이 아닐까 싶다. 고기를 한국인 입맛에 맞게 변형된 향신료에 마리네이드를 하고 굽는 방식. 그래서인지 '비야 게레로' 타코를 처음 먹으면 "이게 무슨 맛이지? 애매한데?"라는 반응을 보인다.

지극히 정상이다. 나도 그랬고 내 친구들도 그랬다. 살사 맛에 의존하며 먹었던 타코. 하지만 이 슴슴한 매력에 빠지면 평양냉면에 중독되듯 카르니타스 전문점만 찾게 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초리소 타코도 먹었는데

"여긴 카르니타스 타코를 전문으로 하시는 게 분명해"라는 말과 함께 카르니타스만 즐겼다.




"여기 비리아 맛있나요?"

맛없으면 환불해드립니다.


타코 좀 먹어보고 나도 따께로야! (타코를 만드는 사람을 칭하는 말)하며 자신감이 올라간 상태로 혀가 꼬이는 타코 이름을 막힘없이 부르며 주문하는 내 모습을 보고 어깨가 에베레스트처럼 상승했다.

여긴 이태원역 근처 해방촌에 위치한 타코 스탠드. 한국에서 가장 멕시코 스럽게 인테리어를 하고 가장 멕시코 스러운 메뉴로 승부를 보는 곳. 주말에 갔는데 멋쟁이들만 가는 곳인가 보다. 손님들이 하나 같이 남다른 패션 센스를 자랑했던 곳이다. 양복을 입고 있는 커플들, 파리 패션위크 수준을 보여주는 형님, 누님들, 진짜 현지 멕시코인들, 그냥 동네 마실 나오듯이 입고 나온 나. 사실 이게 진정 타코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신분, 계급, 성별 다 상관없이 타코 앞에선 다들 한 손으로 또띠아를 접고 고개를 옆

으로 꺾어 먹는 모습은 다 똑같다.

사실 이 가게를 알게 된 과정도 참 웃기다. 영국친구 farewell 파티 때 만난 LA에서 온 형을 통해 알게 된 타코집인데 분명 타코샌드가 한국에서 제일 맛있다고 알려주고 며칠뒤 난 타코 샌드, taco sand를 네이버 지도에 검색해 보고 난리도 아니었다. 결국 못 찾아서 가길 포기했지만 타코 스탠드였던 것.

이런 리스닝이 부족했어..

무튼 타코집에서 같이 일하던 바텐더 누나와 내 친구랑 같이 갔다. 와 근데 여기 진짜 멕시코 스럽게 맛난 곳이다. 살사의 종류도 많고 타코종류도 많고 직접 또띠아도 제작하는 곳이다. 여쭤보니 멕시코에서 타코집을 운영하셨다고 한다. 만약 맛이 없다면 그건 어불성설. 그렇지만 각 메뉴마다 아쉬움들은 존재했던 곳이긴 하다. 그래도 뭐 이 정도 수준의 타코집을 한국에서 열어주셨다? muhas gracias! 하며 먹어야 한다.

일하시는 따께로 형님들의 열정과 패션이 멋있었던 곳이었다. 역시 멋을 아는 사람이라면 해방촌을 가라는 게 진짜였던 그곳. 비리아 국밥인가 팔았는데 참으로 맛나보였다.


이제 난 다시 내 식당으로 돌아가 타코, 헬스장, 집, 타코, 헬스장, 집 무한 굴레에서 있던 와중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준호야 진짜 맛있는 타코집을 하나 알아냈는데 같이 갈래? 같이 일하는 형이 두 명에서 16만 원을 쓰고 왔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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