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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에 미친(쳤던) 남자 ep.3.5

자그마한 식당부터 LA까지

by JUNO


타코가 그렇게 좋아? 그럼 타코 투어를 해봐!



그렇게 맛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난 바로 약속을 잡았다. 설레는 지하철 길. 난 이미 타코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폭풍검색을 한 탓일까 이미 도착하고 음식 앞에서 기다리는 강아지 같았다.

이 타코집은 사장님 애인분인 제이미도 가보신적 있으신 곳이었다. 피나콜라다가 그렇게 맛있고 피쉬타코는 감히 한국에서 따라올 곳이 없다고 알려진 타코집이다. 생전처음 피쉬타코를 들어보았고 무슨 맛일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알면 알수록 더 흥미로운 음식, 바로 타코였다. 또띠아에 따라 맛이 달라지며 안에 내용물인 고기, 생선, 야채에 따라 또 달라지고 위에 뿌리는 살사에 따라 맛이 또 달라진다.

무튼 이 레스토랑의 이름은 '멕시칼리' 아차산역에 위치하고 도보로 좀 걸어야 한다. 한 10분? 7분? 이 걷는 시간은 너무나도 기다릴 수 없었다. 배에선 꼬르륵 소리가 나고 기대에 한껏 부응했던 타코집이라서 그런가 다른 타코집과는 비교도 안 됐다.

이런! 웨이팅이 있는 집이었다. 대략 20분은 기다린듯하다. 꼬박 기다린 후 자리에 앉자마자 깊은숨을 내쉬고 메뉴판에서 바로 주문을 했다. "피쉬타코 2피스랑 비프 퀘사디아, 피나콜라다 한 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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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나왔다. 오마이갓 타코 트레이는 처음 본다. 심지어 가게 분위기도 내가 알던 타코집과는 다르게 패밀리 레스토랑과 비슷한 분위기, 굉장히 정갈하게 놓아져 있는 음식들. 타코를 먹으면서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맛은 말해 뭐 해 역시 맛있었다. 아니, 정말 맛있었다. 엄청 부드러운 대구살? 그리고 위에 뿌려져 있는 아보카도 살사와 어떤 과일맛나는 소스 그리고 멕시칼리만의 매콤 달콤한 특제 살사로하. 살사로하는 salsa roja 빨간 살사를 나타내는 말이다. 한국인이라면 아니 모든 전 세계사람들이 좋아할 맛이다. 너무 샤라웃투 멕시칼리인가? 근데 진짜 맛있다. 퀘사디아는 내가 알고 있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정말 큰 타코 느낌? 참고로 퀘사디아는 또띠아에 치즈를 넣어 만든 음식으로 에스파뇰로 queso는 치즈. 즉 께소와 또르띠아해서 퀘사디아. 영어로는 quesadilla. 아 이 집 퀘사디아 특별하게 맛있다. 스모키향이 가득하고 탄 것 같은 거뭇하게 잘 구워진 또띠아. 이 또띠아 정말 쫀득하게 맛있었다. 직접 제작하신 다는데 같은 따께로로써 열정 정말 존경합니다.


행복하게 배를 채우고 집을 가려던 순간 문득 전부터 또 가고 싶었던 '라까예'가 생각이 났다. 바로 친구와 지도를 찾아보며 얼마나 먼지 찾아봤다. 신당역까지 이 정도.. 흠 충분해.. 가자 그래서 도착한 라까예. 이 집도 정말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타코집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트렌디하게 릴스도 잘 만들고 그냥 멋이 흐르는 스타일이랄까?

f*ck fake street tacos!

이 타코집의 슬로건이다. 가짜 타코는 가라. 우리가 진짜다 하는 용기 있는, 배짱 있는 타코집이다. 타코는 멕시코인들의 소울푸드자 현지 길거리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그런 음식이다. 나이 상관없이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그래서 현지 멕시코 사람들에게 타코란 우리 한국인에겐 전통시장에 있는 분식, 잔치국수 이런 느낌과 비슷하다. 그래서 타코를 좋아하는 나에겐 타코+전통시장은 너무 좋은 조합이었고 한국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타코를 전통시장에서 오픈한다는 생각은 너무 재밌고 신선한 마케팅이었다. 인종, 나라만 바뀐 거지 사실 여기가 멕시코였으면 너무나 당연한 상황이다.


가게 앞에 바로 보이는 rostisserie가 먼저 반겨준다. 알파스톨을 굽고 있는 수직 그릴인데 흔히 케밥 하면 생각나는 그런 그릴이다. 이것도 작은 거지 미국, 멕시코 가면 정말 큰 rostisserie가 알파스톨을 굽고 있다. 주문 즉시 마이야르 반응을 위해 강한 불을 틀어 옆을 구워 기름이 노릇노릇 나오게 만든다. 그 후 전용 칼을 이용하여 이쁜 모양으로 잘라낸다. 이 기술이 생각보다 중요한데 맛에 변화를 줄 만큼 정말 필수적이다. 'la calle'여기는 총 4가지의 타코를 팔고 있었다. al pastor, tripa, barbacoa, shirimp 한국어로는 알파스톨, 곱창, 바바코아, 새우. 네 가지다 괜찮은 메뉴였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아있는 타코들이긴 했지만. 곱창타코, 새우타코를 여기서 처음 접해봤다. 곱창타코 역시 곱창답게 풍미가 장난 아니다. 대신 무언가 아쉬움이 너무 느껴져 박수를 줄 순 없었다. 역시 진짜 맛난 타코를 먹으려면 한국이 아닌 현지로 가야 하는 건가? 그래도 이 아쉬움을 뒤로한 채 최대한 한국에서 타코 투어를 계속해서 나아갔다. 이 밖에도 신사에 위치한 마사타코, 이태원에 바토스 등등 여러 타코집을 다녀왔다.

매일 다른 타코집을 방문한걸 항상 제이미와 사장님께 말씀드리며 저희도 이런 점을 보완하면 좋을 것 같아요 혹은 여기 타코는 이런 점이 부족했어요 하며 항상 타코 이야기를 했다. 타코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질리지도 않고 다른 타코집을 매일 가서 중독자처럼 먹는다? 누군가는 미쳤냐고 할 거다. 타코집에서 일해서 번 돈을 다른 타코집에서 쓰고 참으로 웃긴 상황이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듣는 사장님은 놀라시지 않았다. 사장님 자신도 그러시고 그랬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타코를 먹고 싶어서 일하는 식당에서 이 타코도 만들어보고 저 타코도 만들어보고 살사도 만들어보고 다양한 짓을 참 많이도 했다. 그때 제이미께서 제안을 하셨다. "준호, 타코가 그렇게 좋아요? 그러면 미국에 다녀와요!" 오 마 이 갓. 단지 타코 때문에 LA 여행을 제안하셨다. "정말요? 그래도 돼요? 그럼 거긴 얼마나 맛있어요?"

사장님, 제이미 두 분 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이시다. 그래서 특히나 LA를 다녀오라고 추천하셨다. 다양한 음식 다양한 문화 체험이 너무나 재밌는 추억이 될 거라 하셨다. 난 바로 승낙했고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ICN to LAX

그전까지 2달간의 기간 동안 행복한 마음으로 타께로로써 일을 했다. 근데 괜히 걱정되는 게 있었다. 만일 내가 남은 2개월 동안 타코 열정이 식으면 어쩌지? 그럼 비행기 표는 돈대로 나가고 시간은 시간대로 나갈 텐데.. 하며.

그래도 에이 벌써 그런 걱정은 필요가 없어! 하며 시간을 보내고 LA 여행날짜가 다가온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을 했다. 이 기간 동안 참으로 기억에 남는 손님이 계셨다. 백인 남성분과 백인 어머님, 그리고 같이 오신 한국인 여성분. 사장님, 제이미 두 분 다 출근 전이라 내가 홀을 보는 상황이었다. 외국인 손님은 역시 스몰톡이지! 하며 영어로 대화를 시작했다. 영어로 주문을 도와드리니 깜짝 놀라신 어머님께서 나에 대해, 타코집에 대해 많이 물어보셨다. 그리고 난 LA로 타코를 먹으러 간다고 하니 빵 터지시며 응원해 주셨다.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리뷰까지 남겨주시고 언급까지 해주셨다. 이런 맛에 서비스직을 하는 건가? 하며 뿌듯함을 느낀 젊은 따께로였다. 마지막에 다 드시고 계산을 하시는데 갑자기 어머님께서 지갑을 조용히 꺼내시더니 초록색 종이를 한 장 건네주셨다. 팁이었다. 미국에선 팁 문화는 당연하지만 오마이갓 한국에서 이런 팁을 받아보다니 기분이 너무 좋아서 바로 주방으로 달려가 자랑을 했다. 내가 받은 팁이지만 나중에 다 같이 회식자리에 더 좋고 재밌는 음식을 먹기 위해 매장 주머니 속으로 보내드렸다. 만일 지금이라도 보고 계신다면 really thanks for your kindness! hope we can meet again:)

이 밖에도 많은 손님들이 찾아와 주셨고 LA에서 오신 한인 부부께서 많은 LA 관광지랑 조심해야 할 점을 많이 얘기해 주셨다. 너무나도 도움이 되신 분들이다. 사장님도, 손님들도 타코로 인해 뭉쳐진 amor였다.




LA 여행 일정을 자랑하며 일하다 보니 슬슬 LA 날짜가 가까워졌다. 총기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미국이고 폭행, 도난은 밥 먹듯이 일어나는 나라다 보니 걱정도 슬슬 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해외여행에다 또다시 혼자라니..

그래도 나쁜 것만 생각하면 나쁜 것만 보인다고 넷플릭스로 '타코 연대기' 정주행을 하고 유튜브에서 LA타코 영상을 엄청 많이 찾아봤다. 새벽마다 입에선 침이 줄줄 샜다. 그렇게 타코집에서의 마지막 날이 되었고 LA여행 준비를 마쳤다. 많이 아쉬웠고 마치 군대 전역한 느낌이 다시 들었다. 안 좋았던 기억은 다 사라지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기억만 남았다.

자 이제 LA 타코를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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