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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에 미친(쳤던) 남자 ep.4

자그마한 식당부터 LA까지

by JUNO

"This is my first day in LA even United State!"



드디어 도착을 했다. 전날에 친구들이랑 떠남 기념으로 술을 마시고 아침에 비몽사몽 한 눈으로 기상을 했다.

2021년 말에 캐나다 밴쿠버 쪽으로 홀로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만난 홈스테이 어머니(관계가 참 복잡하다. 친구 엄마이자 홈스테이 엄마, 나의 캐나다 엄마)께 미리 연락을 드렸다.

"이번에 미국 엘에이로 여행을 가는데 경유지가 밴쿠버예요 잠시 얼굴이라도 뵙고 싶어요 엄마!"

그렇게 바로 성사된 밴쿠버 엄마와 내 친구와의 만남. 얼굴을 보자마자 울컥했다. 군대를 전역하고 3년 만에 만나는 거라 너무 반가웠다. 군대에서 근무하면서 꼭 만나야 할 인연들을 적어둔 적이 있는데 거의 먼저 적은 인연이 캐나다 가족들이다.

좌측은 Gen, 우측은 캐나다엄마 Deb이다. 둘은 모녀지간이다.

어째 더 젊 어지 진 거 같은 어머님과 최근에 대학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gen. 두 분 다 너무 좋은 근황으로 맞이해주시 내 일이 잘 된 것처럼 기분이 참 좋더라. 처음 만났을 때는 내가 영어를 많이 잘하지 못해서 중간중간 대화가 끊겼는데 소중했던 사람들과의 재회를 위해 군대에서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래서인지 "준호 영어가 많이 늘었네?" 하며 칭찬도 해주셨다. 농담 삼아 "네, 호주 여행 도중에 사랑에 빠져 호주사람이랑 1년 동안 연애를 했어요" 역시 언어 공부는 연애가 답이라고 농담을 주고받았다.

이제 LA행 비행기 보딩타임이 얼마 남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고 서로 떠났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너무 행복했던 시간. 다음에 또 보기로 약속을 했다.

LA 시작이 좋다!




LA에 도착하자마자 제이미께서 불러주신 택시를 타고 바로 숙소로 향했다. 위치는 Altadena. 엘에이보다 좀 위에 위치한 곳인데 너무나도 조용하고 안전한 곳이다. 캘리포니아 답게 도착하자마자 밤하늘의 별이랑 야자나무가 반겨줬다. 아 진짜 너무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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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하니 밤 11시였다. 순간 졸음이 확 쏟아져서 숙소에서 짐을 풀고 바로 잠을 청했다. 아 숙소는 제이미 지인분 Tricia께서 넓은 마음으로 그냥 묵게 해 주셨다.

다시 한번 "thanks for a beautiful accommodation tricia! you made my LA trip so great! also apprecriate a lot to Jamie! during whole LA trip!"

기상을 하니 햇볕과 새소리가 맞이해 주었다. 시간은 오전 5시. 역시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자서 그런가 눈이 저절로 떠진다. 난 눈 뜨자마자 바로 첫 LA 타코를 위해 구글맵을 켰다. 아침부터 오픈하는 '부리또 익스프레스'. 역시 LA라 그런가 주변에 타코를 파는 곳이 널렸다 정말. 타코가 먹고 싶으면 그냥 집에서 나와 도보 10분이면 된다고? 내가 사는 경기도 광주는 차 타고 30분은 가야 할 텐데..

IMG_1966.HEIC https://maps.app.goo.gl/TN7WhYS1MrrFjnYW6

이른 아침부터 아시안인을 본 사장님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누가 봐도 미국에 사는 사람은 아니고 헤어스타일부터 패션 딱 봐도 여행 온 한국인이다. 반갑게 hello~를 하며 주문을 했다. 카르네아사다 타코, 비프 타코 총 2종류의 타코로 아침을 시작했다. 음식을 받자마자 바로 나와서 도로 옆 벤치에서 아침식사를 청했다. 한 입을 베어 물고 한국 타코랑 다른 점은 '현지 타코가 훨씬 고소하고 담백하다'

(현지 타코라고 말하기엔 LA라서 어렵긴 하나 LA에 멕시칸들이 많이 살기도 하고 그분들의 타코가 한국보단 훨씬 현지화되어 있기에 현지 타코라 칭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집의 핫소스(살사로하)는 글 쓰고 있는 지금도 생각 나는 핫소스다. 스모키한 향이 분명 칠리를 한 번 로스팅을 해서 낸 향 같은데 한국의 '단 맛'이 있는 살사의 옆구리를 때리는 맛이다. 그래, 이게 진짜였구나. 이 집은 타코보단 살사가 너무 맛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미국에서의 첫 타코집이 살사 맛집이 될 줄은..

타코 고작 2개 먹고 소화 아닌 소화를 할 겸 동네 산책을 하러 2시간가량 계속 돌아다녔다. (미국, 캐나다, 호주; 필자가 가본 나라의 교외지역은 정말 할 게 없습니다. 한국의 동네 탐방과 비교하면 큰일입니다. 너무 할 게 없고 개인 주택들만 가득해서 걷는 걸 싫어하시면 자동차는 필수.)

산책하다 볼록 거울 보고 바로 사진 한 컷. 엘에이의 날씨는 한국과 비교하면 시원하고 따뜻하다. 한국이 더울 땐 시원하고 한국이 추우면 따듯한 그런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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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다가 tacos are always a great idea 그래피티를 보고 흡족해하며 사진 한 장. "아 역시 타코의 도시가 맞구나"하며 첫날부터 타코의 미친 자에게 설렘을 불러일으켰다.

좀 긴 동네 탐방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공원에서 잠시 턱걸이를 하는데 한 남성이 응원을 해주며 멋있다고 칭찬해 주셨다. 나도 기분이 좋아서 스몰톡을 이어갔고 it is my first day in LA even state! 그러자 놀란 표정으로 너무 좋아해 주셨다. 타코 먹으러 LA를 왔다고 하니 빵 터지며 "마침 조금 있다가 공원 바베큐장에서 다 같이 타코 파티 하는데 올래?" 오 마 이 갓 난 바로 YES!! 를 외치며 이름을 물어보고 5시까지 간다고 약속을 하고 숙소까지 뛰어갔다. 옷을 대충 갈아입고 들뜬 마음으로 다시 공원으로 향했다. 어? 가는 길에 유튜브에서 많이 본 천막이 보인다. 길거리 타코다. 통상 이런 타코 트럭이나 길거리 타코를 '타코 스탠드'라고 부르는데 현금으로 결제하는 게 암묵적인 룰인 곳. (몇몇 푸드 트럭은 카드 결제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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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타코집과 다르게 help your self 서비스가 있는 곳이다. 쉽게 말하자면 셀프코너? 내가 먹고 싶은 만큼 고수를 넣을 수 있고 내 입맛대로 살사를 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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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고수의 고수로써 팍 팍 올리고 양파도 팍 팍 올려먹었다. 이땐 타코의 맛이고 뭐고 '첫 타코 스탠드 경험'이라서 맛도 못 느끼고 흐느끼며 먹었다. 너무 감격스러운 눈물이랄까? 분명 맛있었을 거다. 싹싹 긁어먹었으니.

이렇게 3피스를 먹고 친구의 타코 파티로 이동했다.

타코를 먹기 전 "타코 한 피스 얼마예요?" 하니 빵 터지며 그냥 먹으라고 우리는 팔러 온 게 아니라 다 같이 먹으려고 하는 거라고 했다. "그럼 딱 3피스만 먹을게요! 오는 길에 타코 스탠드를 못 참고 이미 3피스를 먹어버렸어요"하니 나보고 타코 중독자냐고 깔깔 웃어댔다. 그들의 친절함과 반가움에 반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타지에서 온, 그것도 하루 밖에 안 된 이방인을 이렇게 맞이해 주는 건 너무나 뜻깊고 감사한 순간이다. 이것이 타지에서의 여행의 참 맛이기도 하고.. 타코 맛 평가를 해야 하는데 계속 감정이 이입되는 바람에 타코의 맛 평가가 어려워진다. 진짜 다음 타코부터는 내 미각, 촉각, 후각을 이용해서 평가해야지.

아 물론 친구의 타코는 Amazing이다. 절대 잊지 못할 맛. amigo!


첫 날 타코 소비량 8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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