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어째서 조선이고, 단군은 무엇이 단군인가?

by 권경률

‘조선’이라는 나라 이름이 언제 생겨났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추측건대, 아득히 먼 옛날 해가 먼저 뜨는 동방의 하늘 아래 살던 사람들이 ‘맨 처음 새어오는’ 아침을 자랑으로 삼으니, ‘첫 샌’이라는 소리가 땅 이름으로 쓰인 것이다.


시간이 흘러 중국에서 한자가 들어오자 ‘아침 조(朝)’와 ‘밝을 선(鮮)’ 두 자를 골라 그 이름을 기록하였다. 소리가 비슷하고 뜻이 통하는 한자를 빌려 쓴 것이다. 조선은 한자어지만 원래 우리말이다. 이 땅과 사람들,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가장 오래된 이름이다.


상고시대의 조선을 <삼국유사>에서는 ‘고조선(古朝鮮)’이라 칭하였다. 흔히 1392년 이성계가 창업한 조선과 구별하기 위해 쓴 국명이라고 여기지만 그건 아니다. <삼국유사>는 그보다 100여 년 앞서 편찬되었기 때문이다.


신화에 따르면 고조선은 단군왕검이 세웠다. 그는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과 곰이 사람으로 변신한 웅녀에게서 태어났다. 신화를 역사적으로 해석하면 천신 숭배 집단과 곰 토템 종족을 통합한 동방의 대군장으로 볼 수 있다.


단군(檀君)은 무당을 가리키는 우리말 ‘당굴’로 이어진다. 하늘을 뜻하는 몽골어 ‘텡그리(tengri)’와도 서로 통한다. 그런 의미에서 단군은 신단수 앞에서 제를 올리며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고대 샤먼의 칭호로 보인다.


왕검(王儉)은 의심의 여지 없이 정치적 군장을 뜻하는 ‘임금’의 한자 표기다. 고조선의 도읍으로 거론되는 왕검성(王儉城)은 곧 임금의 성을 말한다. 단군왕검은 샤먼과 임금을 겸한 통치자로 인간을 널리 이롭게 했을 것이다.


그럼 단군은 언제 나라를 세웠을까?


우리나라 옛 문헌들은 고조선 건국 시기를 중국의 전설적인 제왕인 요(堯)임금과 연결한다. <제왕운기>, <고려사>, <용비어천가> 등 고려 후기~조선 초기의 문헌들은 요임금이 나라를 세운 무진년에 동방에서는 단군이 개국했다고 썼다. 이른바 동시 건국설이다.


그런데 조선 성종 대에 새로운 설이 떠올랐다. 서거정 등이 왕명으로 1485년에 편찬한 역사서 <동국통감(東國通鑑)>에 요의 개국 원년은 갑진년이고, 단군은 요임금 25년인 무진년에 나라를 일으켰다는 기사가 정설로 실린 것이다.


이는 중국 송나라의 현자 소강절이 설파한 요임금 개국 갑진년 설을 받아들인 것이다. 소강절은 조선 선비들이 숭상한 성리학의 선구자였다. <동국통감>에서 단군이 즉위한 해로 본 요임금 25년은 서기로 환산하면 기원전 2333년에 해당한다. 단군기원, 단기(檀紀)의 원년이다.


그러나 단군과 요를 엮은 건 과거 유학자들의 희망 사항일 뿐. 연도가 무슨 의미 있겠는가. 단군은 별처럼 아득히 멀리서 빛나는 존재인데...


무씨사당화상석.jpg 중국 산둥성 무씨사당의 화상석. 단군신화를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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