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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자기빵 Jun 07. 2024

40대 경력단절 전업주부 알바시작~!

결혼하고 살림 육아만 하다가

사회에 나가려니 큰 결심이 필요했다.

애들 키우고 노후도 걱정이니까

첫번째는 동네 반찬가게에 알바지원 했는데 무소식...

두번째는 월~금 4시간 근무 읍내 빵공장

최저시급, 주휴수당 있음, 공휴일 휴무

청소, 설거지, 포장 보조업무

빵도 좋아하니까 적성에 맞겠지 싶어서

알바지원했는데 빠른 답문이 와서 이튿날 면접 잡음

야호~! ^^



애들 학원비, 용돈벌이라도 하고 싶다고

쓸데없는 tmi까지 적었는데...

뭐 든~일단 부딪히는게 중요하니까

업장 앞에서 심호흡 한번 하고 후웁~!

면접은 호의적이었고 요식업이라

보건증 일주일 안에 내달라고 했다.

출근은 다음주 월요일부터 무조건 ok~!!


발효기


월요일 출근해서

위생모, 마스크, 앞치마 필수

사진은 발효기인데 저것도 닦아주고

데크오븐


말로만 들어본 데크오븐도 청소하고

오븐팬, 타공팬, 스텐볼도 세수대야 만큼 커서

팔도 아프고 온수로 씻으니 후덥지근 ㅠㅠ


버티멀믹서 반죽기


가장 힘든 일은

대용량 버티컬 믹스 반죽기 청소

내가 들어가 앉을 수 있을 만큼 겁나 큰데

2대는 일체형이라 분리가 안됨

분무기로 물을 뿌려가면서 굳은 반죽을 걷어내고

스크립퍼로 긁어가면서 청소하는 작업

1대는 분리형이라 쉬운데...애증의 반죽기

(사진은 내가 알바업장은 아니고 인터넷 검색함)


첫날 청소하다가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거지..."

젊은 제빵사들 지시를 받으며

허드렛일을 하고 퇴근 인사하고 나오니

뼈마디 쑤시고 손은 물에 불어있고

내가 계속 다닐수 있을까?


알바 출근한 사이에 둘째가 만들어 놓은 블럭


오후 출근하러 집에서 나가면

둘째가 하교해서 집에 혼자 온다.

간식을 챙겨 두면 애들이 챙겨 먹고 설거지를 부탁한다.

고된 일을 마치고 터덜터덜~;집에오면 6시

남편은 당장 관두라고 하는데...그럴수가 없다.


일은 힘들고 "또 얼마나 가겠어." 하는 눈치

어차피 결혼전 경력은 제로가 되버린 전업주부는

취업의 문턱이 좁고 괜찮은 알바자리로

올라가려면 끈기를 보여줄 빌드업이 필요함


편한복장으로 알바출근


며칠 군소리 없이 출근도장 찍었더니

두둥~! 반죽기 청소를 아주 잘 해놨다고

대표님이 만족한다고 전해들음

칭찬은 좋은 거지만...고생길이 훤~!


알바 중 체격, 손이 큰 사람 보다

내가 손이 작고 구석구석 청소해서 그런가...

사람은 절대 최선을 다 하면 안된다는

김영하 작가의 어록이 스쳐 지나감 ㅠㅠ


일주일 지나니 요령도 생기고 투명인간처럼 버티고 있다.

당장 내일 그만둔다고 해도 수긍할 만큼 힘들지만...

퇴근하고 집에 갈때 애들 얼굴이 아른거리고

내체력이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초보인 나를 고용해준 업체에도 감사하고

다니다가 더 좋은곳 옮길수도 있을테니까

결론은 하는데까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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