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는 게 편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시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고, 작은 김치 냉장고를 하나 사주겠다 말씀하셨다.
나는 시어머니에게 김치냉장고는 필요 없다고 정중히 거절하였다.
그리고 남편에게 전화해 “어머니께서 작은 김치냉장고를 사주신다는데?” 말을 전했다.
남편의 대답은 참으로 황당했다.
“ 우리 엄마 얼마나 벗겨 먹으려고 하냐?” 말하며 버럭 화를 냈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 되는 소리인가 싶었다.
남편에게 “ 내가 뭘 벗겨 먹었다고?” 쏘아 물어보았다.
“ 솔직히 내가 어머니 벗겨 먹은 것이 있으면 말해봐! 한 가지만이라도 말해” 목소리가 떨릴 만큼 화가 났다.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남편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며 살아가는지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의 말과 행동이 나에게 얼마나 아픈지, 그는 알지 못했다.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 늘 화내고 웃고 있었다.
사람은 악의를 품지 않고도 상처를 준다. 남편은 내게 그런 사람이었다.
남편에게 당분간 아이 데리고 친정 언니네 집에 내려가 있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지병이 있으셨던 시아버지께서 이 소식을 듣고 걱정하실까 미리
시어머니에게 전화해 일주일간만 친정 언니네 집에 다녀오겠다 말하며 남편이 말한 이야기를 다 전해주었다.
“남편이 함부로 말하는 버릇을 고쳐야 할 것 같아요”
“일주일간만 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올 것이니 아버님 걱정하지 마시라고 전해 주세요” 말했다.
시어머니께서는 친정언니네 집에 가지 말고 시댁에 내려와 있으라고 말하셨다.
나는 거절을 했고 기차를 타고 친정 언니네 집에 가게 되었다.
언니에게는 깊은 속사정은 말하지 않고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나는 남편과는 3일째 연락하지 않았고, 친정 언니네 집에 내려간 날부터 하루에 한 번씩 시어머니에게 연락해 안부를 전하고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였다.
4일째 되던 날 낮에 시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화가 잔뜩 난 목소리였다.
“네가 거기가 어디라고 내려가 있냐?”
“ 네 남편이 연락이 안 된다. 술 먹고 있던 것 같은데 혹시 잘못되면 네가 책임질 거냐?”
라고 소리를 질러 대셨다.
당황한 나는 “어머니 제가 연락해 볼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있던 찰나에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어머니, 지금 남편한테 전화가 오니까 통화 후에 바로 전화드릴게요”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고 남편과 통화를 했다.
남편에게 “어머니가 당신이랑 통화가 안 된다고 하는데, 왜 어머니 전화 안 받아?”라고 말했다.
남편은 “ 무슨 소리야? 너랑 통화하기 몇 분 전에 어머니랑 통화하고 좀 지나서 너한테 전화한 건데?”라고 말했다.
나는 전화를 끊고 다시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님, 남편이 어머니랑 통화한 지 몇 분 안 되었다고 하는데요”라고 말했다.
시어머니께서는 “걔가 술에 취했나?”라고 말씀하시더니 아까와는 다른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래 알았다” 말하며 슬며시 전화를 끊으셨다.
남편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확인하려 했더니, 남편은 시어머니와 통화하지 않았다고 은근슬쩍 넘어가는 듯 말을 흐렸다.
시어머니는 어떤 의도로 나를 바보 취급하셨던 건지 모르겠지만
‘가재는 게 편’이었다.
시어머니가 거짓으로 겁박하고 내게 화를 낸다 한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속상했다.
시어머니가 나에게 저지른 무례한 만행들은 언제나 그랬듯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 버려도 되는 일들이었다.
그러한 현실이 나를 더욱더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순간의 거짓이 쌓여 그들의 인생 전체가 거짓으로 물들어 갔다.
나는 그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이번에도 거짓일까?’ 의심하게 되었다.
거짓의 가장 큰 벌은 바로, 말의 신뢰가 사라지는 것이다.
신뢰를 잃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벌이다.
나는 그녀를 이제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아니 더 이전부터 그랬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