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상한 사람 아니죠?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았던 건가?
무엇을 위해 살았던 걸까?
지난 시절을 돌이켜보면 끝없는 간섭, 무시, 무례를 견디며 영혼 없는 껍데기로 살아갔던 것 같다.
그렇게 몸이 먼저 알아차리고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왔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드디어 정신과를 찾았다.
정신과 진료 날에 설레기까지 하였다.
무엇부터 말해야 할까? 나에게 무슨 말을 해주실까?
"저는 가끔, 또는 자주 숨이 막히고, 당장 죽을 것 같은 느낌이 10년 전부터 있었어요.
처음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응급실에 실려갔고 검사를 받았지만 원인은 찾지 못했어요
신경안정제를 맞고서야 겨우 진정이 되었는데,
그렇게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졌어요."
“그 후로 적게는 1 년에 3번, 많게는 12번 정도 그런 증상이 반복됐어요.”
상담을 이어가자, 의사 선생님은 조용히 말씀하셨다.
"공황장애입니다."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1년 넘게 2주에 한 번 진료를 받으며 약을 복용하고 점차 좋아졌다.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에서 나는 큰 위로를 받았다.
그동안 마음속 깊이 묻어둔 가정사와 상처를 조심스레 꺼냈다.
말을 꺼낼 때마다 내 마음은 낯선 길을 걷는 듯 떨렸지만, 선생님은 차분히 들어주었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남편이 정신이 약해서 공황장애가 생기는 거라고 말했어요.”
의사 선생님은 ” 남편이 정신과 의사래요? “ 속이 시원하고 울컥하며 감사하기까지 했다.
'내가 그릇이 작아 어른이 하는 말 그냥 못 넘기는 속 좁은 사람이라서, ' '정신이 나약해서'.....
나를 억눌렀던 말들이 다 헛소리이었다는 사실이 통쾌했다.
누구나 그런 상황에서는 그럴 수 있다며
명절 지나고 오시는 진료 환자들의 대부분이 며느리들이라고 말씀하셨다.
나이 드신 분들도 오신다고 하셨는데 그중에서 종갓집 며느리인 분이 있었다고 한다.
시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한참 지나 공황장애로 진단받았다고 하셨다.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공황발작이 있었다면 힘들었을 텐데
그럼에도 내가 밝다고 한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잘 웃고, 사소한 일에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
기분 나쁜 일이 생겨도 금세 털어내고, 사과도 먼저 할 줄 아는 그런 여유 있는 사람이었다.
결혼 전,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즐기던
그때의 내가 문득 떠올랐다.
그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잠시나마 행복이 내 안에 스며들었다.
내 불편함을 말할 수 없게 하는 가족의 분위기.
나에게만 행해지는 불합리한 언행을 당연시하는 그들의 태도.
불편한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이 부덕이 되는 곳
스스로의 사람됨을 끊임없이 지적받아야 하는 곳이라면 그곳은 이미 지옥이다.
나는 그곳에서 나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를 끊임없이 받으며 증명해야 했고
나는 어쩌면 괜찮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매 순간 하였으며
스스로 나를 붙잡는 과정을 계속 해내야만 했다.
무너지고 또 무너지고
그럼에도 아이를 키우기 위해
다시 나를 세우는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하였고, 정신적 박탈감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출구가 없는 미로에 갇힌다면, 아마 이런 마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