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움이 낯설던 젊은 날의 은인

by 마음벗

한여름이었다.


혼자 지내다 보니 끼니를 자주 거르고 살았다. 사회 초년생의 삶은 늘 낯설고 분주했다.

출근 준비에 서두르느라 아침조차 챙기지 못한 채, 그날도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볕이 유난히 뜨겁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갑자기 귀에서 ‘치~~~~’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눈앞이 노랗게 변하더니 시야가 흐려지고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정신은 또렷했지만 앞이 보이지 않았다.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며 주저앉고 싶은 충동이 몰려왔다.


신기하게도 그 순간, 눈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걱정보다는 지금 내 눈이 안 보이는 게 맞는 걸까? 혹시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이게 도대체 뭐지?” 하는 의아함이 더 뚜렷하게 밀려왔다.

마침 내려야 할 정거장이 다가왔다는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앞이 보이지 않는 와중에도 일단 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더듬거리며 버스에서 내려 정류장 의자에 겨우 몸을 앉혔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 낯선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요, 아가씨? 얼굴이 너무 창백해 보여요.”


나는 힘겹게 대답했다.

“앞이 안 보여요…”


병원에 가자고 하셨지만, 제정신이 아니었던 나는 회사가 바로 앞이니 일단 회사로 가겠다고 했다. 그녀는 말없이 나를 부축해 주었다. 그녀의 손에 이끌려 몇 걸음 옮기다 보니, 보이지 않던 시야는 조금씩 서서히 확장하듯 흐릿하게나마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회사에 도착하자 동료들은 놀란 얼굴로 달려왔다. 그분은 이름도 남기지 않은 채, 조용히 돌아가셨다. 나중에야 들은 이야기로는 근처 교회에 다니는 분이라고 했다.


진료 결과는 저혈압성 쇼크였다.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내 마음속에는 병원의 기억보다 그분의 목소리가 더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그분의 얼굴은 기억하지 못한다. 오직 다정하면서도 단호했던 목소리만이 내 안에 남아 있다.

도움을 받고도 감사 인사 한마디 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어쩌면 그분은 나의 말보다 내 안도의 눈빛을 보고 이미 충분히 알았을지도 모른다.

그날 버스 정류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모두 바쁜 걸음으로 지나쳐 갔다. 단 한 사람, 그 중년 여성만이 내 몸의 작은 이상 신호를 알아채고 다가와 주었다.

작은 신호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눈길, 주저 없이 내민 손길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분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살다 보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은인이 될 수도, 누군가의 외면자가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날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타인의 삶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행동이 아니라, 지나치지 않는 눈길과 손길이라는 것을.


그분의 목소리는 지금도 내 안에서 파도처럼 남아 있다.

“괜찮아요, 아가씨?”


그 한마디는 한여름의 더위보다 뜨겁게, 그러나 동시에 시원한 바람처럼 내 삶을 흔들어 주었다. 나는 아직도 그분을 얼굴 없는 은인으로, 마음 깊이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다.


잘 지내고 계시죠?

저를 그냥 지나치지 않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