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절실한 순간의 도움

by 마음벗

전화가 걸려 왔다. 아버지였다.


수술을 마치고 정신을 차린 뒤 전화하셨다고 했다.

“무슨 수술이에요?” 놀라 물었다.


충수염이 터지면서 복막염으로 악화되어 응급수술을 받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얼마 전부터 배가 아파 몇 차례나 병원을 찾으셨지만, 약만 처방받았을 뿐 충수염임을 제대로 진단받지 못하셨던 모양이다.


결국 복막염으로까지 번져 배를 절개하는 큰 수술을 하셨다. 얼마나 아프셨을까. 며칠 동안이나 그 고통을 참아내셨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졌다.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수술이 잘 끝났다고는 하지만, 정작 나는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원래 아파도 자식들에게 말하지 않는 분이었다.


언제나 혼자 감당하고, 알아서 해결하려 하셨다. 연락을 받고 나니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

곧장 언니에게 사실을 알렸다. 내가 가겠다고 했지만, 언니는 어린애들을 데리고 무슨 수술 환자 곁에 가느냐며 본인이 갈 테니 오지 말라고 했다.


하필 남편도 시아버지 입원으로 며칠째 타지에 있어 집안 사정이 녹록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가야만 했다.

두 살과 여섯 살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작은 아이는 아기띠로 안고, 등에 커다란 배낭을 메었다.

한 손에는 접은 경량 유모차를 들고, 다른 손으로 큰아이 손을 잡았다. 택시와 시외버스를 갈아타며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오르내릴 때마다 팔과 다리에 힘이 빠졌다. 시외버스에 오르려던 순간, 그 작디작은 유모차가 어찌나 무겁게 느껴지던지 손에서 힘이 풀려버릴 뻔했다.

그때 한 젊은 남자가 다가와 유모차를 들어주며 말했다.

“도와드릴게요.”

그 짧은 한마디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전했을 뿐, 그분의 얼굴조차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눈을 마주치는 순간, 주체할 수 없이 울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초췌한 얼굴로 누워 계셨다.

다시 한번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러나 애써 더 환하게 웃으며 아버지께 인사드렸다. 아이들을 보신 아버지는 반가워하면서도 도리어 “왜 왔냐”며 나를 나무라셨다. 애들이 고생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근처 호텔에 숙소를 정하고 2박 3일을 머물며, 하루에도 몇 번씩 유모차에 작은 아이를 태우고 큰아이 손을 잡고 병원에 들렀다.


필요한 물품을 사서 전해드리고, 잠시 곁에 있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사소한 도움밖에 드리지 못한 것 같았지만, 그 순간 내 마음은 온전히 아버지 곁에 있었다.

3일 뒤 남편이 병문안을 겸해 나와 아이들을 데리러 왔고, 언니도 병원에 도착했다.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언니가 아버지 곁을 지키며 퇴원까지 함께해 주었다.


가끔 문득 떠오른다. 시외버스에서 나를 도와준 그 젊은 남자분.

그는 알까? 그 순간 건네준 작은 도움이 내게 얼마나 큰 희망이 되었는지를. 절실한 순간에 내민 손길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그 힘으로 나는 버틸 수 있었고, 아버지 곁에 설 수 있었다.


잘 지내고 계시겠지요?

그때 당신의 도움,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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