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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월 Sep 07. 2020

코로나 시대의 방구석 콘서트

이랑X소울지기 콜라보레이션



“마스크를 더 사놓을까?”


2020년 1월, 그때 나는 엄마의 걱정이 기우라고 생각했다. 마스크를 더 사놓을지 어쩔지 고민이라는 엄마에게 내가 내어놓은 답은 고작 “에이”.


2020년 2월, 일하는 곳에서 본격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근무를 하기 시작했다. 마스크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고 나는 새벽마다 쿠팡을 들락날락했다. 위험을 감지한 생존 본능이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그저 조금 억울했을 뿐. 마스크 구매에 대한 집착은 분노와 오기에 더 가까웠다.


코로나가 이렇게 오래도록 내 삶에 영향을 끼칠 줄 몰랐을 때의 이야기다.


이후의 상황은 이렇다. ‘거리두기’라는 이름의 캠페인이 실시됐고 콘서트가 취소됐다. 나는 보고 싶었던 몇 편의 뮤지컬과 연극을 놓쳤고 바깥에서의 만남을 줄였다. 집 밑에 있는 편의점에 잠깐 갈 때에도 마스크부터 챙기는 게 익숙해졌고 간혹 거리에 보이는 맨 얼굴은 놀랍도록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제법 이 사태에 잘 적응해 왔다 생각하며 버티기를 몇 달. 어느덧 9월이 되었고, 잠시 나아지나 싶었던 상황은 다시 나빠졌다.



오, 살아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노래 <우리의 방X강가에서>-



7월 23일, 온라인 생중계되었던 이랑X소울지기 콘서트 중 몇 개의 영상이 이랑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 좋다’와 ‘살아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의 사이, 어쩌면 지금은 그것을 논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가 아닐까.


살아 있다는 감각이 환기하는 무게를 가늠하는 요즘이다. 백신도 없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 ‘거리(距離)’가 서로의 안녕을 보장하는 방법인 시대. 생존욕은 다른 어떤 욕구보다도 앞서며 압도적이다.


길이 닫히고 거리[路]가 비었다. 나아지는 것 하나 없이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시간은 흐른다. 좁아진 활동 반경 안에서도 사람들은 움직인다. 가수는 텅 빈 객석 앞에서 노래하고 무대를 밝힌다. 우리는 그곳에 없다. 우리는 각자의 방에 있다. 단지 살아 있기 위해, 살아 남기 위해. 이 모든 것이 한 여름밤 꿈처럼 지나가길 소원하며 숨 죽인 채 이곳에 살아 있다.


그러나 생존만을 위한 생존은 결코 아니다. 살아남는 것의 무게를 체험했다 해도 나는 여전히 “살아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살아있어 다행이라는 안도 이후에는 그보다 더 나은 삶에 대한 끓어오르는 갈망이 있다.

넓은 곳으로 나아가려 해

노래의 말미 이랑은 몇 번이고 이 말을 되풀이한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중, 마음에 더 먼저 닿은 가사는 무엇이었나. 나는 그 반대를 말해주려 한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당신께는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자는 말을, 살아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당신께는 나는 당신이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말을. 삶에 대한 응원으로 저간의 멀찍한 거리를 채워보고자 한다.



2020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 이랑x소울지기 - 우리의 방x강가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J27cf1XYwG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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