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같은 한 주가 지나고

목련 봉오리와 보물 같은 주말 오전

by 이혜원

한 주가 휘리릭, 슈우웅, 총알처럼 지나갔다. 화살보다 빠르게. 그렇게 맞이한 주말 오전, 보물 같은 이 시간.

오늘 오전, 사랑하는 딸과 남편과 함께 겨울 거리를 걸었다. 솜털을 스치고 비껴간 찬 바람이 뺨을 할퀴었다. 고개 들자 구름 한 사발 없다. 끝없이 짙은 바다 같은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겨울이어도 햇살만큼은 화려했다. 찬란했다.

그때, 목련 가지에 눈이 멈췄다.

내 새끼손가락 끝 모양처럼 봉오리가 싹을 틔우고 있었다. 이 차가운 계절에도 생명은 준비하고 있었구나. 놀라웠다. 가슴이 뛰었다.

자유로운 내 감성이 바람처럼 흔들렸다. 이 아름다운 겨울 오전의 넘치는 감정을, 이 찬란한 순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나의 졸렬한 글 재주에 속상해졌다. 담고 싶은데, 담기지 않는다. 붓이 모자라다.

그래도 괜찮다.

그냥 겨울 햇살처럼 너희들에게

내마음을 전하면 되는거니까

목련아,

너는 말없이 그곳에 서 있구나. 매서운 바람에도, 얼어붙은 땅 위에서도, 묵묵히 봄을 준비하는구나. 너의 작은 봉오리 안에는 얼마나 많은 기다림이 담겨 있을까. 얼마나 많은 참음이 숨어 있을까.

나는 너를 보며 배운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지금 이 추운 계절도 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꽃잎을 활짝 펼치기 위해서는 이 차가운 기다림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을.

겨울 하늘아, 너는 왜 이리 깊고 푸른가. 차가운 계절의 하늘이 오히려 더 맑고 투명한 건, 무언가를 비워내야 더 깊어진다는 걸 알려주는 걸까. 끝없이 펼쳐진 너를 보며 나도 자유로워진다. 내 안의 작은 울타리가 무너진다.

햇살아, 너는 겨울에도 이렇게 화려하구나. 차갑지만 빛나고, 따뜻하지 않아도 눈부시구나. 네가 목련 가지 위에 내려앉을 때, 그 봉오리들은 분명 너의 온기를 느낄 거야. 아주 조금씩, 천천히.

바람아, 너는 왜 내 솜털을 스치고 지나갔니. 차갑게 할퀴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휘리릭 사라졌니. 하지만 괜찮아. 너 덕분에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꼈으니까. 차가움도 감각이니까. 스침도 만남이니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걷고, 겨울 하늘을 올려다보고, 목련 봉오리의 작은 기적을 발견한 이 순간.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글이 서툴러도, 마음은 넘친다.

총알처럼 지나간 한 주였지만, 이 보물 같은 주말 오전은 천천히 흐른다.

목련 봉오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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