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봉처럼 익어가는 아이들
파랑새의 교실에서
갓 여섯 살 은별이가 내게로 다가왔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마치 비밀을 털어놓듯 말했다.
"파랑새~ 나~는~~ 파랑새한테 고마운 마음이 있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은별이는 따끈따끈한 6세지만 초등 3학년처럼 키가 크고 목소리는 우렁차다. 여자아이가 이렇게 기가 센 건 15년 교사 생활에 처음이다. 쌍둥이 남동생 원별이는 거기서 한 술 더 뜬다. 또래보다 두 뼘은 더 크고, 목소리는 더 우렁차다. 이 남매는 교실을 누빈다. 태풍처럼.
이 둘은 놀이 중에 제일 잘 싸운다.
천둥 번개가 따로 없다.
그런데 서로를 위해줄 때는? 그야말로 눈물겹다.
얼마 전 은별이가 놀이 중 넘어져 큰 소리로 울었다. 내가 달려가자 은별이는 는 손을 확 뿌리쳤다.
"아냐!! 원별이 오라고 해!!"
그렇게 재밌게 놀던 원별이는 놀잇감을 확 던지듯 내려놓고 달려왔다. 은별이를 와락 껴안고,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오빠처럼 토닥토닥 다독여주었다. 순정 연인이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오늘은 원별이가 은별이의 어깨를 두 손으로 꼬집었다.
"내가 먼저 가지고 있었는데 은별이가 그냥 가져갔어!"
원별이가 울부짖는다. 천장이 울린다.
"이거 내가 먼저 내 거였거든!!"
은별이도 울부진다. 벽이 떨린다.
그래도 괜찮다. 아니, 좋다! 은별이와 원별이는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다. 따스한 행동이 툭툭 튀어나오고, 미소와 솔직함에 진심이 묻어난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벅차다. 나아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따뜻해지고 있다는 게 감사하다. 꾹 참아내는 모습이 살포시 나타날 때마다, 내 입가엔 미소가 저절로 번진다.
은별이, 원별이만이 아니다. 우리 반 새싹들은 모두가 하나하나 특별한 우주다. 상상력, 표현력, 순발력이 최고인 반짝반짝 빛나는 별별들이다.
이 녀석들이 얼마나 더 변화하고 깊어지고 익어갈까? 생각만 해도 두근거린다. 떫고 쌉쌀한 대봉이 적절한 시간과 온도, 보관에 따라 농익게 익어가지 않던가. 그 과정이 얼마나 신비로운가.
나는 오늘도 이들의 반짝이는 눈빛, 하하하 터지는 웃음, 펄쩍펄쩍 뛰는 두 다리, 우렁찬 목소리에 기쁘고 행복하다.
이곳에서 또 한 번, 가슴 한가득 뜨거운 감사를 맞는다.
사랑하는 나의 별들에게
너희는 지금 이대로 충분해.
우렁차게 소리쳐도 좋고, 때론 나지막이 속삭여도 좋아. 넘어져서 울어도 괜찮고, 서로 꼭 안아줘도 좋아. 싸워도 되고, 화해해도 돼. 그 모든 순간이 너희를 더 단단하고 따뜻하게 만들 거야.
세상은 너희에게 빨리 자라라고, 어서 익으라고 재촉할 거야. 하지만 괜찮아. 대봉처럼 천천히, 너희만의 시간과 온도로 익어가면 돼. 떫고 쌉쌀한 시간도 필요해. 그래야 나중에 더 달콤하고 깊은 맛이 나거든.
지금 너희가 반짝이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펄쩍펄쩍 뛰어다니고, 하하하 웃고, "내 거야!" 소리치는 그 모든 순간들을 기억해. 그게 바로 너희의 빛나는 지금이니까.
파랑새는 너희가 어떤 모습으로 자라든, 언제나 응원할 거야.
너희는 이미 특별하고, 이미 충분하고, 이미 사랑받고 있어.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자라렴.
언제나 너희 곁에서,
파랑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