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생에는,부탁드립니다.

화려한 꿈과 평범한 인생 사이에서

by 이혜원





다음생에는…

오늘 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한숨의 끝에는, 아무도 몰라볼 만큼 작은 기도가 달려 있었다.

MBN의 현역가왕 방송을 보다가, 나는 나 모르게 눈물이 고여 있었다. 아니, 눈물만이 아니었다. 가슴 안에서 무언가가 흔들렸다. 그것은 오래된 것이었고, 깊은 것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건, 단순히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무대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 얼굴도, 목소리도, 살아온 이야기도, 그리고 그 이야기를 품은 환경까지. 그들은 각각의 자신을 가지고 오늘 이 자리에 왔고, 그 자신을 불태우는 것을 나는 목격하고 있었다.

한 가수가 목 놓아 부르며 소리를 지를 때, 나는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 담긴 고통과 간절함과 정성을 느꼈다. 때로는 함께 울었고, 때로는 함께 웃었다. 그리고 때로는, 그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나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나도… 나도… 나도.

그 세 글자가 마음 안에서 울렸다.

노래를 그들처럼 잘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달라진 인생이었을까. 그 질문은 오늘 처음 든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오디션 프로를 볼 때마다 내가 치르는 작은 전쟁이었다.

평범한 인생. 그것이 내가 살아온 것이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평범이라는 말은 쉽게 들린다. 하지만 평범 안에도 있는 어려움, 그 어렵다는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나는 알고 있다. 평범이란, 사실 얼마나 큰 용기를 요구하는 일인지를.

그런데도. 그런데도 마음의 한구석에는 항상 그것이 있었다. 화려한 무대, 많은 사람들의 눈과 주목, 그리고 그들로부터 받는 진심의 사랑과 관심. 그것을 원하는 마음. 거만한 감정이라고 스스로 깎아내린다. 하지만 그것은 거만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든 품을 수 있는, 가장 순수한 꿈이었다.

오디션 방송을 볼 때가 가장 힘들다. 그때가 그 마음을 가장 강하게 건드리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때가 가장 깊은 감사를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지금 내 인생, 평범하고 조용하고 때로는 지루하지만, 무탈하게 지내온 그 하루하루. 그것 역시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

평범한 인생을 받아들이는 것과 평범한 인생에 감사하는 것, 이 두 가지는 다르다. 나는 지금, 그 둘 사이의 어디즈음에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나는, 깊고깊은 겨울의 한 밤에,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한다.

한꺼풀씩 벗겨가는 이 차가운 겨울밤의 공기 속에서.

다음생에는. 부탁드립니다.

다음생에는, 타고난 목소리를 가져주세요. 그리고 그 위에 쌓을 수 있는 깊은 노력과, 그 노력을 이어가는 힘. 좋은 인성을 주세요.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합쳐져서, 많은 이들에게 작은 감동과 작은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부자집의 둘째딸로. 그리고 가수로.

이생에서 내가 쌓아온 것들이, 다음생의 나를 이끌어주길. 그것만큼은, 진심으로, 간절히, 기대한다.

겨울밤은 깊어지고 있다. 그리고 나의 기도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그것이 거만함이든, 꿈이든, 아니면 그 사이의 아름다운 무엇이든. 나는 오늘 밤, 그것을 숨기지 않고 두 손 사이에 두었다.

다음생에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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