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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하늘 Oct 13. 2024

몰입과 본질 사이

몰입의 끝에서 본질을 찾다

나는 모터사이클을 탄다. 모터사이클을 타는 순간, 자유로움과 해방감이 나를 감싼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그 찰나에,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걱정과 스트레스는 스르르 사라지고, 오로지 지금 이 순간만이 남는다. 그래서 나는 모터사이클을 사랑한다. 하지만 단순한 즐거움만으로는 오래도록 안전하게 탈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라이딩 테크닉을 배우기 시작했다. 바이크를 잘 타는 것이 안전을 위해 필수적이니까.


처음에는 안전을 위해 시작한 이 과정이 점차 흥미로워졌다. 테크닉을 익히면서 새로운 차원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한계에 도전하고, 더 빠르게, 더 세련되게 달리는 자신을 보며 점점 스릴에 빠져들었다. 자유로움을 추구했던 라이딩이 어느새 스포티한 경쟁심으로 바뀌는 순간도 있었다. 더 좋은 성능의 모터사이클을 찾고, 최신 장비를 구입하며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몰입하게 되었다. 마치 테크닉을 갖추고 더 잘 타는 것이 나의 최종 목표가 된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진정 중요한 것은 기술적으로 더 뛰어나지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바이크를 처음 타기 시작한 이유는 자유로움과 즐거움, 그 자체에 있었다. 결국, 모터사이클을 잘 타는 것보다, 내가 타고 싶을 때 자주 타고,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요즘 새로 배우고 있는 골프도 비슷한 면이 있다. 좋은 사람들과 드넓은 잔디를 밟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 골프이다. 하지만 한창 재미를 느끼고 몰입하다 보니 어느새 더 좋은 장비를 갖추는데 신경 쓰고, 드라이버의 비거리나 퍼팅 정확도에 집착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공을 더 멀리 보내고, 더 적은 타수로 코스를 끝낼 수 있을까 고민하며 연습에 몰두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중요한 것은 단지 성적이나 기록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골프를 하면서 느끼는 자연과의 교감, 조용한 필드 위에서 공 하나에 집중하며 보내는 시간, 그리고 동반자들과 나누는 대화와 웃음이 더 큰 의미를 준다. 마치 모터사이클을 탈 때의 자유로움처럼, 골프 역시 성과를 뛰어넘는 순수한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혼자보다는 함께일 때 배가 된다. 라운드를 마친 후 클럽하우스에서 나누는 이야기, 경기 도중의 작은 농담들, 함께 걷는 시간들이 결국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골프도 모터사이클처럼, 나 자신과의 도전인 동시에 동료들과의 소중한 순간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모터사이클이나 골프 모두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바이크를 타든, 골프를 치든, 그 즐거운 시간을 함께할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그 순간은 배가 된다. 인생이란 결국 혼자보다, 누군가와 함께일 때 더 빛난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성취감이나 기록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고, 더 큰 행복을 선사한다.


앞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우리는 때때로 행위 자체에 과몰입하여 추구하고자 하는 바의 본질을 잊고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니, 사실은 많은 경우 그렇게 본질에서 벗어나곤 한다.
마치 강을 건너기 위해서 노를 열심히 저어 나가다가 노를 젓는 것에만 집중한 나머지 방향이 틀어지는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것과 같다. 그럴 땐 가끔 고개를 들고 맞는 방향으로 가는지 확인하고 키를 돌려 본래 가고자 하는 경로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 번쯤 멈춰 서서 잠시 쉬며 뒤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본질을 뒤로한 채 디테일에 몰입되어 내가 처음 추구하던 것의 본질을 잊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삶에서 몰입은 아주 중요하지만, 과도한 몰입은 때때로 가려던 방향을 잃고 헤매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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