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심리학 <런>

"아픈 네가 필요해" /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

by 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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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유약한 상태로 태어난다. 부모는 그 연약한 존재를 보호하고 양육할 책임을 지며, 아이는 부모에게 전적인 의존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는 또래, 이성,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품고, 부모의 품을 벗어나 독립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이 시기, 자녀를 떠나보내는 부모가 느끼는 상실감과 공허함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그 감정이 지나쳐, 자녀의 생각과 선택을 통제하고 성장의 날개를 꺾으려 할 때, 그것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 된다.

영화 〈런〉은 모성이라는 이름 아래 드리운 집착의 그늘을, 섬뜩할 만큼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 클로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의심해보다 >


외딴집. 그 안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 소녀 클로이는 하반신이 마비된 채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 당뇨와 천식 등 만성 질환도 앓고 있는 그녀는 학교에 다니지도, 친구를 사귀지도 않지만, 겉보기에 삶은 안정되어 보인다. 엄마가 손수 가꾼 텃밭, 깔끔한 집, 정갈하게 정리된 약통, 그리고 철저한 홈스쿨링. 세심하고 헌신적인 엄마의 보살핌은 무척이나 이상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던 어느 날, 클로이는 작은 단서 하나로 균열을 마주한다. 매일 먹는 약 중 하나가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되지 않았다는 사실. 그녀가 약의 정체를 캐내려 하자, 엄마는 인터넷 연결을 차단하고 외부 정보의 통로를 틀어막는다.
점점 더 수상한 일들이 그녀의 눈앞에서 펼쳐진다. 우편물을 향해 과도하게 신경 쓰는 엄마의 태도, 클로이의 대학 합격 통지서를 숨기기 위함으로 보이는 정황들……총명한 클로이는 의심하기 시작한다.‘이 모든 것이 정말 나를 위한 것이었을까?’

클로이가 도시의 약국에서 마침내 약의 정체를 알아낸 순간, 그녀의 세계는 무너진다.
“이건 동물용 근육 이완제야. 사람이 복용하면… 다리가 마비될 거야.”
약사에게 그 말을 들은 클로이는 충격에 휩싸이고, 어느새 쫓아온 엄마로부터 주사를 맞고 기절한다.




<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 사랑으로 위장된 학대 >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은 자신이 돌보는 타인에게 병을 조작하거나 유발해, 타인의 동정과 관심을 받고자 하는 병리적 행동을 말한다. 이는 때로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진다.
이 증후군의 본질은 돌봄의 가장자리에서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첫 번째 이유는 아픈 사람들을 돌보며 인정받고 싶은 욕망, 두 번째 이유는 돌봄의 행위로 자신의 고통을 회피하려는 무의식, 세 번째 이유는 강렬한 융합관계의 욕구다.
클로이 엄마는 세 번째 유형에 가까운 인물이다. 클로이를 끝없는 의존의 존재로 만들어, 결코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하려 했던 것이다.




< 아프게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


엄마는 클로이를 평생 곁에 두고 싶어 했다. 클로이를 사회와 단절시키고, 장애로 묶어두고, 의도적으로 약하게 만들며, 그녀를 무력화했다.
“나보다 널 더 사랑하는 사람은 없어”라는 말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했지만, 그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철저한 파괴였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클로이는 엄마에게 설명을 듣고 싶어 했다. 그러나 엄마는 대화를 피하며 말했다. “다 널 위한 거야. 예전처럼 돌아가자.”
그 말은 결국 자신이 느끼는 죄책감과 두려움을 외면하고,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려는 고집이었다. 클로이는 집안에서 탈출을 시도하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감행한다. 결국 병원에 실려 간 클로이는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지만, 엄마는 여전히 집착의 끈을 놓지 않는다.
다시 그녀를 납치하려는 엄마 앞에서, 클로이는 마침내 무언의 결심을 한다.
“한계를 뛰어넘어라.”
홍보물 속 문구를 바라보며, 클로이는 다리에 남은 마지막 힘을 끌어내어 휠체어를 멈춘다. 그것이 그녀가 선택한 첫 번째 ‘저항’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끝내 엄마의 체포로 이어진다.




< 탈출, 그 후 >


학대에서 벗어난다는 건 해방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평온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피해자는 종종 오랜 시간 동안 고통의 여파를 안고 살아간다. 자기비하, 불신, 수면장애, 감정조절의 어려움, 그리고 무의식적인 관계 반복…아물지 않은 상처는 내면의 지층 깊숙이 가라앉아, 잊는 것이 아닌 안고 살아가는 것이 된다.

7년이 흐른 뒤, 클로이는 조금씩 삶을 회복해 나간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걷고, 같은 아픔을 겪는 아이들에게 의족을 달아주며 살아간다. 다행히 클로이는 더 이상 자신의 아픔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타인의 회복에 보탠다.
그녀는 이제 엄마를 면회하러 교도소를 찾는다. 담담한 얼굴로 일상을 이야기하고, 한마디 덧붙인다.
“걷는 게 조금은 나아졌어. 크리스마스엔 친부모님 집에 갈까 해.”

하지만 그 마지막 순간, 클로이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은 상처를 보여준다. 가방에서 몰래 꺼낸 초록색 약을 엄마에게 내밀며, 그녀는 낮고 단호하게 말한다.
“사랑해, 엄마. 이제 입 벌려.”

그 말은 과거 엄마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행했던 모든 파괴의 행위들을, 한 문장으로 되돌려주는 조용한 심판이었다.


ㅡ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의 현상과 관련된 실제 사례들 ㅡ

1 . 1985년 텍사스주 간호사 진 존스는 샌안토니오 대학병원의 소아과 간호사로 재직 중, 각종 약품으로 수십 명의 유아를 살해했다. 그의 범행은 사망한 아이 18명 가운데 17명이 오후 3시~11시 사이에 사망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병원 측에 의해 발각됐다. 3~11시는 간호사의 오후 근무 시간이었다. 그는 "치명적 독극물을 주사한 후 죽기 직전까지 간 아이들을 살려내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2. 2006년 일본 기후현에 거주하는 다카기 가오리는 병원에 입원 중인 생후 8개월 딸에게 링거로 수돗물과 부패한 스포츠음료 등을 주입해 사망시킨 혐의로 체포됐다. 수돗물이나 스포츠음료는 링거와 색깔이 비슷해 의료진에게도 적발되지 않았다. 다카기의 두 번째, 세 번째 딸도 4살 이전에 모두 사망했다. 다카기는 "병든 아이를 간호하는 엄마의 헌신적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걱정해 주는 것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이 위험한 이유는 사람의 건강을 손상시키고 생명까지도 잃게 할 수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원하는 것은 물질적 이익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적 이득이기 때문에 주위에서 알아채기가 결코 쉽지 않다.

원인으로는 낮은 자존감, 정신 질환, 보호자의 과거 학대나 트라우마 경험, 사회적 고립 등이 있을 수 있고, 한 가지의 원인뿐만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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