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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은영 May 08. 2019

35. 비관적 현실주의자

소설가 김영하님

김영하 작가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낙관주의가 아니라 '비관적 현실주의자'적 관점이라고 강조한다.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라는 말에 익숙한 나로서는 아주 신선한 주장이었다. 이는 현실을 정확하고 냉정하게 바라보라는 주문인 셈이다. 모든 일이 잘 될것이라고 무작정 기대하다가 안 되었을 때를 생각해보자.  기대가 클 수록 실망도 큰 법이니, 실망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낙관론으로 일관하다가 현실의 쓴 맛을 계속 본다면 삶 자체를 긍정하기도 힘들어지지 않을까? 

그럼 어떻게 해야 비관적 현실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 '감성 근육'을 키워 개인적 즐거움을 찾으란다. 감성 근육은 훈련과 경험을 통해 발달하는 것인데, 특히 오감을 모두 활용하여 경험하는 것이 아주 좋단다. 
좋은 예로 '오감으로 글쓰기'가 있다. 

우리는 흔히 시각적 기억에 의존해 글을 쓴다. 그날의 풍경과 사람들의 움직임, 구름 모양 등을 묘사하면서 추억을 되살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학생들에게 오감을 써서 글을 쓰라고 주문하자 훨씬 좋은 글이 나오더란다. 갈매기가 우는 소리, 수영을 하며 느낀 물의 온도, 발바닥에 느껴지는 감촉 등등, 아주 생생한 감각들이 글로 전해졌던 것이다. 

그의 글을 읽기 전까지 나도 늘 시각적인 상상과 기억에 의존해 글을 썼었다. 아니, 사실은 내가 시각적인 것에만 의존했다는 사실 조차 인식하지 못했었다. 이는 후각이나 촉감 등의 감각을 내가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인듯 싶었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다리가 아파, 나무 옆 벤치에 앉았다. 문득 그의 글이 떠올라 나무 껍질에 코를 갖다댔다.  매일 보던 나무인데 냄새를 맡아보는 건 처음이었다. 깊은 향이 내 몸을 파고 들었다. 내친김에 딱딱한 나무 껍질에 손도 올려보았다. 거친 표면에 불규칙적으로 간 균열들이 손 끝에 날카롭게 전해졌다. 그러자 나무가 완전히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냥 우두커니 서 있는 생기없는 나무가 아니라, 끊임없이 생명력을 내뿜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오감은 누구에게나 있고, 이를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 오감으로 익힌 것은 뇌리에 오래 남고, 세상을 알아가는 색다른 재미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감을 통한 경험으로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김영하 작가님의 조언처럼 적극적으로 오감 근육을 키워보자. 그리고 나만의 고유한 즐거움을 추구하며 살아가보자. 그럼 우리의 삶이 지금보다 한층 즐거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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