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작가'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다. <강아지 똥>의 저자인 권정생 작가님과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 작가님이 대표적이다.
예전에 황선미 작가님을 검색하다가 인터뷰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베스트셀러 <마당을 나온 암탉>을 쓰게 된 배경이 무엇이냐라는 것이 질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당시 막연하게 동화를 쓰면 재미있겠다 생각만 하던 시절이라 작가의 깊은 철학과 사명의식이 궁금하던 차였다. 또한 고고한 사명의식을 가져야만 작가가 될 수 있다고 굳게 믿었었다.
"그 이야기를 써놓은지는 꽤 오래 되었죠...그런데..."
작가가 공모전에 <마당을 나온 암탉>을 출품하게 된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잠시 뜸을 들였다. 나는 본래 비화에 더 관심이 많은지라 그녀의 이야기가 틀림없이 재미있고 놀라울 것이라 확신했다.
"그런데...돈이 필요했어요. IMF로 남편 회사 사정도 안좋았거든요. 사실 동화로 쓴 것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최종 후보로 올랐다가 떨어지고 말았어요. 1등을 한 작품은 역사물이었대요. 그러니까 표면적으로 저에게 전달된 이유는 동물이야기라서 떨어졌다는 거였어요. 아무래도 역사 이야기가 훨씬 커보였겠죠."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최소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었어요.'라는 상투적인 문장 하나쯤은 나올거라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돈'이라니, 난 알 수 없는 배신감에 혼자 헉, 소리를 내며 인상을 썼었다.
여러 날이 지나 언니들을 만났을때, 이 이야기를 했더니 큰 언니 왈, "아주 솔직한 대답이지 않니? 꿈이니 희망이니 하는 뜬구름 잡는 소리 말고, 그야말로 현실적인 대답이잖아. 작가들이 다 돈 벌자고 글 쓰는건데 뭘 기대한거야?"
아주 냉랭하게 대꾸하길래 나 혼자 속으로 구시렁구시렁거렸었다.
'참 나, 문학을 알기나 해?'
돌아보면 정작 나도 문학이 뭔지, 작가가 뭔지도 몰랐다. 물론 지금도 잘 모른다.
그런데 요즘들어 '돈'과 '문학'에 대한 내 생각이 크게 변하고 있다.
첫째, 창작도 무형의 '자산'인지라 경제적인 가치를 똑똑히 따져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소위 문학하는 사람들도 돈 이야기를 아주 당당하게 할 필요가 있겠다. 왜냐하면 돈은 '저속한 물질'이 아니라 '현실적인 바탕'이기 때문이다.
둘째, 경제적인 궁핍에서 멋진 작품이 나오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물질이 넘쳐나는 시대에, '내가 어릴 적엔 보릿고개가 있었는데...'라는 경험들은 이미 낡아버린 이야기인것이다. 그러므로 굶어 죽어가며 글을 쓴다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일 뿐이다.
셋째, 돈에 대해 정확하게 따지는 사람과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은 정반대의 인간 유형이 아니다. 본인의 정당한 몫을 주장하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가는 것이야말로 '진짜' 합리적인 사람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