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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정 May 02. 2023

나에게 쓰는 편지

메타버스에서 꿈을 이루다


시간 속에 묻혀있는 나의 기억들을 소환하며 나를 기억해 보려고 한다.

어린 시절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던 나를 기억한다.

피아노도 치고 싶고, 미술학원도 다니고 싶고, 노래도 하고 싶고, 모델도 하고 싶고, 배우도 하고 싶고, 스튜어디스도 하고 싶고, 간호장교도 하고 싶고, 현모양처도 하고 싶고.....


2남 1녀의 장녀로 태어나서 남동생들을 예뻐하시는 아들 우선주위의 부모님 덕분에 난 항상 엄마의 도우미였던 기억이 있다. 명절, 제사, 아버지 낚시 다녀오시면 식구들 회식 등...

엄마와 같은 성별이라는 이유만으로 항상 나는 엄마 옆에서 종종거리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렇지만 엄마는 언제나 아들 밖에 모르는 엄마였고, 여자아이라는 이유 만으로 통제되는 삶이 너무 싫어 결혼이라는 제도를 빌려 집을 탈출하지만 그 또한 녹녹하지 않았다.

친정부모를 탈출하면 또 다른 부모가 생긴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자녀가 생기고 가사와 육아에 내던져진 채로 30대를 보내버린 나를 기억한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이들의 꿈이 생기고 그들이 원하는 것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다시 나의 어릴 적 시간들이 소환된다. 아이의 소망을 채워주지 못하는 부모는 자녀의 마음에 원망을 남겨 주고 부모 로부터의 이른 독립을 갈망한다는 나의 경험을 떠올리며 워킹맘의 길을 걷게 되었던 나의 40대를 기억한다. 이름 날리며 신나게 일했었는데.. 보험회사에 다니면서 세명의 자녀들을 부족함 없이 성장하게 해 준 나의 40대를 칭찬하고 싶다. 자녀들에게 듣는 최고의 칭찬이 무엇일까?

부모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 주고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들만의 인생을 즐겁게 살게 해 준 엄마가 감사하다는 말, 다른 집 부모들도 다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르더라는. 친구들의 방황을 보며 엄마에게 감사하다는, 자녀가 인정해 주는 부모로서 감격스러워했던 나, 장한 어머니 상을 받았던 큰 아이의 중학교 졸업식이 기억난다.


경제적인 부를 유산으로 물려줄 수는 없지만 각자가 원하는 악기를 공부하던 시절 악기를 유산으로 물려준다는 마음으로 큰 딸은 플루트를, 막내는 바이올린을 , 아들은 피아노를 사주었던 나를 기억한다. 그들이 가지고 태어난 달란트를 받은 만큼 주신 분께 돌려 드리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고 음악으로 예배하는 믿음의 가정을 이루는 소망을 간직하며 살았던 나의 40대를 기억한다.


그렇지만 아들은 이제 자신의 가정을 이루게 되는 나이가 되어 버려서 나의 바람은 이룰 수 없게 되었다. 그의 가정을 통해 헌신받으실 하늘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아들의 가정을 위해 기도해야겠다고 다짐하는 현재의 나를 들여다본다.


건축하는 큰딸은 오피스텔에서 악기를 연주할 수 없어서 연습실을 빌려서 가끔 연주를 한다고 한다. 스트레스 해소가 된다고 하니 감사하다. 플루트 연주로 예배드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딸의 믿음을 위해 기도하는 엄마로서의 나, 막내딸도 바이올린을 지금은 하고 있지 않지만 바이올린을 들고 연주하며 예배드릴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도하는 엄마로서의 나, 60살이 되었을 때 나는 이런 나를 기억하겠지?


어렸을 때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 가운데 이루지 못한 일들을 요즘 메타버스에서 이루고 있는 나를 기억할 나의 60대를 기대해 본다. 이프랜드에서 댄스팀에 들어가 활동하고,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패션모델도 하면서 메타버스 연예인이 된 것 같은 요즘의 나! 

이런 나의 부케를 기억할 나의 미래를 축복하고 싶다. 그런 현재를 살고 있는 나에게 외치고 싶다.


"춤춰라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는 것처럼

일하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인간이 그리는 무늬(최진석)-


나로부터 나온 나만의 이야기를 기억해 줄 나의 60,70을 기다리며 오늘의 충만함을 허락하신 분께 감사하다. 당연히 받았어야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미래의 나에게 편지한다.


"행복도 습관이고 불행도 습관이다. 자꾸자꾸 행복하다고 말하라. 우린 죽음의 순간도 오늘 맞이하게 된다. 다가올 오늘을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오늘 행복할 수 있어야 죽음을 맞는 오늘에도 행복할 수 있다. 부디 미래에 행복하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그것은 마치 죽은 후에 행복하겠다는 선언과 같다."

-고명환(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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