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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Feb 03. 2022

대퇴사의 시대! 기업은 지원자의 ‘절실함’이 절실하다.

취업의 근본력-2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대부분 취업준비생일 다. 그런데 “어디 취업하고 싶어?”라는 질문을 받으면 열에 아홉은 선뜻 대답을 못하고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춘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질문일 텐데 왜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 까? 자신조차도 그게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들이 흔히 갖고 있는 문제는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것이다. 어떤 미래를 향해 줄달음칠지 어느 곳에서 무슨 일에 자신의 미래를 걸어야 할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취업을 바라는 대부분의 청춘들은 절실하게 원하는 기업이나 직무가 없다. 절실함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느낌이나 생각이 뼈저리게 강렬한 상태에 있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런데 기업에서는 ‘절실함’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어떻게 평가할까? 혹은 무얼 보고 알까? 절실함은 보통 그 대상, 즉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표현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기업의 입장에서 절실함을 판단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지원자의 경험이나 경력에서 ‘일관성’을 살피는 것이다. 그의 (지나) 발자취와 현재의 입사 지원을 견줘보는 것이다.


 ‘일관성(一貫性)’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것이다. 늘 변함이 없고 꾸준하다는 뜻이다. 입사를 마음먹은 분명한 이유가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입사를 위한 노력을 흔들림 없이 이어온 모습이 일관성이다.

 우리회사와 직무를 마음에 품고 그동안 입사를 위해 온갖 열정과 노력을 기울였다는 지원자의 주장을 살아온 삶의 궤적이 뒷받침해야 한다는 소리다. 



 기업은 제아무리 화려해도 일관성 없는 스펙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방랑형이 아니라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 일편단심인 지원자를 바라서다.

 예를 들어, 자격증을 여러 개 보유한 지원자가 공모전에서 몇 번이나 수상한 경력이 있다. 게다가 오랫동안 학회와 동아리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도 전공과목에서 올 A에다 장학금까지 받았다.


 얼핏 생각하면 그야말로 대단한 스펙이자 경험으로 들린다. 그런데 경험들이 하나같이 ‘광고’와 관련된 것이고, 정작 입사지원은 광고회사가 아닌 증권회사에 했다면 어떨까? 증권회사 입장에서는 지원자의 선택이 어떻게 비칠까?‘생뚱맞게’ 보이지 않을까?  


 그렇게 보면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흔해빠진 질문으로 치부하는 ‘지원동기’야 말로 단연코 ‘하이라이트’다. 언제·어떻게 지원하는 회사와 사랑에 빠지게 됐는지, 이 회사라면 죽고 못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애틋하고 절절한 스토리를 들려줄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빠지지 않고 ‘지원동기’가 질문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말하자면 지원동기는 우리회사에 얼마나 관심과 애정이 있는지를 에둘러 묻는 질문인 셈이다.  


 사실 기업의 입장에선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다. 필자가 어릴 적 친구들과 즐겨했던 <우리 집에 왜 왔니>라는 전래놀이가 있다. 아이들이 둘로 편을 나눠 한 줄로 어깨동무하고는 한쪽이 반대편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집에 찾아온 이유를 노래로 물으면 다른 쪽에서도 “꽃을 따러 왔단다. 왔단다” 이유를 노래로 답하며 즐기는 놀이다.


 누군가 집에 들어오고 싶다고 문을 두드리면 “왜 왔니?”라고 이유를 묻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물며 우리회사와 미래를 함께 하겠다고 찾아온 지원자에게 기업이 이유를 묻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닐까?  



 하지만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취업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까다로운 질문 중의 으뜸이 단연코 지원동기다.

 참 신기한 것은 예상 질문으로 첫 손에 꼽으면서도 막상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지원동기를 물어보면 시원스레 답을 하는 지원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마땅한 지원동기가 있을 턱이 없기 때문이다.


 지원동기요? 솔직히 귀사도 지원한 직무도 잘 모릅니다. 취업은 해야겠는데, 당장 뽑아주는 회사는 없고. 마침 귀사의 채용공고가 떠서 지원한 것뿐입니다. 그러니 딱히 내세울 지원동기가 있을 턱이 없지요.

 사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니 어떤 기업이나 직무도 관계없습니다. 어디든지 뽑아만 주면 들어가겠다는 생각뿐이니까요. 요즘 같은 취업난에 어떤 취업준비생이 일편단심 한 기업만 보고 달리겠습니까?” 아마 지원자들의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준비생 생활을 얼마나 더 이어가야 할지 모르는데 절실함을 따지는 것은 물정 모르는 한가한 소리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뻔한 지원동기는 이제 그만 물어보면 좋겠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런데 기업은 왜 그렇게 지원자의 절실함에 의미를 두는 걸까? “왜 꼭 우리 회사여야만 하는지”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를 지원자가 진짜 원하는지”를 그토록 궁금해하고 끊임없이 확인하려 들까?

 아니 솔직히 말하면 지원한 회사와 직무에 대한 절실함이야말로 기업들이 지원자에게 바라는 최고의 스펙이라 해도 별 무리가 없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슷한 조건이라면 오랫동안 ‘우리회사’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온 지원자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기억에 남는 입사지원자

관심 있는 자에게 정이 가기 마련이다. 면접이란 서로가 선을 보는 자리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관심과 열정을 더 가진 사람을 뽑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지원자는 가능하면 원하는 기업의 정보나 경영의 지향점, 미래가치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조영환 著, <면접의 비밀> 中-


 인사전문가인 조영환 원장은 30여 년간 기업에서 인사를 담당하며 기억에 남는 입사지원자로 두 명을 꼽았다. 이들에게는 입사하려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열망을 표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명은 지원동기를 묻자, “회사 빌딩 앞 지주석을 붙들고, ‘나는 너와 생사고락을 같이하겠다'라고 다짐하고 왔다”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한 명은 회사 홈페이지 전체를 통째로 외웠다. 조원장은 “면접위원도 사람이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겠다는 사람을 배제하기 힘들다”며 “능력도 인성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회사에 관심이 있을까’도 중요 요소이므로 회사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출처: <면접을 앞둔 당신이 알아야 할 4가지> 中, KBS 2017.10.18


 특히 면접에 부를 지원자를 추리는 과정인 서류전형에서는 더욱 그렇다. 절실함을 담을수록 자기소개서의 경쟁력도 비례해서 높아진다.

  필자도 서류전형을 숱하게 해 봤지만 진짜 너무하다 싶은 경우만 아니라면 우리회사 사랑에 푹 빠져 있는 지원자를 거절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조금 부족한 점이 눈에 띄더라도 “어지간하면 참아주고 긍정적으로 봐주자. 일단 면접에는 불러보자”는 쪽으로 마음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아니 회사 이름만 바꾸면 어느 곳에나 제출해도 괜찮을 것 같은 판에 박힌 자기소개서들 사이에서 오직 ‘우리회사’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자기소개서를 만나면 반가움에 눈이 번쩍 뜨일 정도다. 마치 오랜 짝사랑을 고백하는 연애편지를 받은 기분이랄까!



 절실함이 가득한 자기소개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읽을수록 가슴이 뻐근해질 만큼 진한 감동이 전해지고 “누구일까?”지원자에 대한 호기심이 샘솟는다. 면접에서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질문거리’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또 질문은 관심의 표현이고, 질문거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합격의 길에 가까워진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입사에 대한 절실함’은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하는 개성이자 강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거꾸로 면접에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가 소위 ‘스펙’도 빠지지 않고 호감 가는 인상에다 품성까지 좋아 보이는 한마디로 모든 면에서 완벽해 보이는데 정작 우리회사와 직무에 대한 절실함은 느껴지지 않는 지원자를 만날 때다.

 지금 이 자리에서 면접을 보는 이유에 대해 선뜻 공감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유를 묻게 된다. “(다른 기업이 아니라) 왜 여기(우리 회사)인가?” “(다른 지원자가 아니라) 왜 당신을 뽑아야 하는가?”


 그런데 십중팔구는 말끝을 흐리거나 대충 얼버무리고 만다. 면접을 보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에게 이 순간, 이곳이 어떤 의미인지를 납득이 되게끔 명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의 의미를 자신조차 모르는 탓이다.  


 그런 지원자들을 지켜보고 있다 보면 마치 물 한 모금 없이 고구마를 먹다가 얹힌 것처럼 속이 꽉 막히고 갑갑한 느낌이 든다. 자연스레 의문이 생긴다.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여기에 앉아있을까?” 안타깝지만 평가는 냉정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면접을 보면서도 ‘지금, 여기’의 의미를 모르는 지원자들, 그리고 취업 문턱에서 고배를 마실 때마다 ‘스펙 부족’ 탓으로 돌리고는 다시 스펙 쌓기에 매달리거나 취업의 비법을 일러준다는 취업컨설팅을 기웃거리는 청춘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우화(偶話)가 하나 있다.


한 사람이 컴컴한 밤에 가로등 아래에서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 지나가던 사람이 물었다. 여보세요. 뭘 찾고 있나요?” “잃어버린 시계를 찾고 있소.” “여기에서 잃어버린 것이 맞습니까?” “아뇨, 저 쪽에서요.” 불빛이 전혀 없는 곳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아니 그런데 왜 여기서 찾고 있소?” “여기는 불이 밝아서 잘 보이니까요”- 출처: 서울경제 2021.5.21


 ‘지금, 여기’의 의미를 몰랐던 취업준비생 마찬가지다. 그저 밝아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엉뚱한 곳에서 잃어버린 시계를 찾는 사람과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취업에 실패한 진짜 이유는 애먼 스펙 탓이나 취업컨설팅에서 비법처럼 알려주는  기술이나 요령을 몰라서가 아니라  짚어 ‘지금, 여기 의미를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 지원하는 회사와 직무에 대한 절실함이 덜해서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기업은 지금 눈앞에 앉아있는 지원자가 그저 ‘닥치고 취업’을 위해 온 것인지, 우리회사에서 지원하는 직무를 하려는 진심과 절실함으로 이 자리에 온 것인지가 너무나 궁금하다. ‘지금, 여기 소중한 의미를 마음에 품고 있는지가 뽑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 잣대이기 때문이다.  


스펙은 별로, 절실함으로 48대 1 뚫었다!

 전문대를 나와도 ‘절실함’만 있다면 은행원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OO은행 용인지점의 봉 OO 계장은 지난해 12월 입사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채용에서 전문대 졸업자 전형으로 10여 명을 선발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토익(TOEIC) 점수도 없고 다른 스펙도 별로”인 그가 어떻게 48대 1의 경쟁률을 뚫을 수 있었을까?

 봉 계장은 ‘ 절실함’과 ‘당당함’을 꼽았다. 최종면접 때 한 면접관이 ‘스펙’을 지적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공인 영어점수는 없지만 할머니·할아버지 고객에게 누구보다 한국말로 쉽고 친절하게 설명할 자신이 있습니다”봉계장이 면접 합격을 위해 들려주는 Tip이다. “자신만의 가능성과 미래를 면접관에게 당당하게 피력해야 합니다. ‘여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절실함은 필수이고요. -출처: 서울신문 2013.4.6


 그렇다면 기업은 취업준비생들이 아우성치듯이 “가고 싶은 단 한 곳에만 지원할 수 없는”취업시장의 현실을 모르는 걸까? 알면서도 못 본 척 외면하는 것일까?

 하지만 기업도 고민이 깊다. 그래서 취업준비생들에게 거꾸로 되묻고 싶다. 취업을 원하는 그러니까 ‘뽑히고 싶은 여러분’은 반대로 채용을 하는 즉 ‘뽑는 기업’의 고충을 아는가?


  이런저런 질문에 답이 될만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언젠가 지방 지역의 영업점을 총괄하는 임원분과 함께한 식사자리에서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둔 신입사원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그분의 말씀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연초에 신입사원 몇 명이 배치됐다. 반가운 마음에 부모님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드려서 훌륭하게 자녀들을 키워 은행에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 저도 자녀가 있는 사람이니 부모의 마음으로 신입사원들을 돌보겠다. 워낙 가족 같은 분위기여서 직장생활이라고 해서 딱히 걱정하실 필요 없다는 말씀까지 드렸다. 심지어 그 임원분은 신입사원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 자기 자리에 앉히고는 “이 자리가 언젠가는 여러분의 자리가 될 것입니다”라는 의미로 직접 사진까지 찍어서는 <미래의 임원>이라는 제목을 붙여서 보내주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신입사원 중 한 명이 사직서를 낸다는 보고를 받았다. 놀랍고 안타까운 마음에 면담을 해서 속사정을 들어보았더니 애당초 은행원이 되고픈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원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셨던 부모님이 제발 원서라도 내보라고 부탁하셔서 어쩔 수없이 지원했고, 그렇게 필기시험을 거쳐 면접에까지 덜컥 합격을 해버렸다.

 합격통보를 받고도 신입사원 연수를 포기하겠다고 버텼더니 또 부모님이 간곡하게 만류하시면서 일단 연수에만 참가하라고, 이후에 진로를 다시 고민해서 그만둔다면 받아들이겠다고 읍소하셨다.

  연수를 마치고 영업점에 배치된 다음에도 진로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고, 급기야 부모님으로부터 한 달을 채우고도 생각에 변함이 없으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한 달을 채우기 무섭게 사표를 던진 것이다”

 허탈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 임원분이 말씀하셨다. “신입사원도 부모님도 다 이해는 된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하지만 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따로 있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입사를 절실하게 원했으면서도 (퇴사한) 신입사원에게 밀려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지원자다.

 만약 처음부터 그 지원자를 뽑았더라면 은행이나 개인이나 모두 좋았을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아마 면접관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그 이야기에 절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야기의 결론은 하나다. 기업이 바라는 지원자는 오래오래 함께할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래 이미지는 면접관 교육 자료의 일부를 캡처한 것이다. 최근의 면접 트렌드를 크게 세 가지로 압축했다. ‘직무 맞춤 인재’ ‘오래 다닐 인재’ ‘회사와 함께 할 수 있는 인재’가 그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요즘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기업이 뽑고 싶은 3가지 인재상 또는 (지원자에 대한) 평가의 잣대다. 그중에서도 필자는 ‘오래 다닐 인재’에 시선이 꽂혔다.



  ‘직무 맞춤 인재’와 ‘회사와 함께 할 수 있는 인재’는 너무나 당연해서다. 기업이 (채용하는) 직무에 딱 맞춤한 인재, (우리)회사와 함께 할 수 있는 인재를 뽑는다는 것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취업준비생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오래 다닐 인재’는 어떤 의미일까? 말 그대로 글자 그대로. 우리회사를 오래도록  다닐 사람이다. 2021년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2030 세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입사 1년 차 퇴사율은 37.5%, 2년 차는 27%에 달한다. 바늘구멍이라는 취업 관문을 뚫고 입사한 신입사원 절반 이상이 2년 안에 회사를 떠난다는 소리다.


 채용 플랫폼 ‘사람인’이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1년 이내 조기 퇴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신입사원 중 조기 퇴사를 하는 비율은 평균 28%. 10명 중 3명 정도는 1년을 못 버틴 셈이다. 조기 퇴사의 첫 번째 이유는 ‘개인의 만족이 훨씬 중요한 세대라서’(60.2%, 복수응답). 1년 이내 퇴사자 유형으로는 ‘대졸 신입사원’(46.9%, 복수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들 기업 중 85.8%는 ‘ 조기 퇴사를 막기 위해 노력 중’이라 답하기도 했다- 출처: 조선일보 2021.6.26


 극심한 취업난을 감안하면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통계가 아닐 수 없다. 최악의 취업난과 대규모 조기 퇴사라는 형용 모순처럼 느껴지는 두 개의 키워드가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오죽하면 요즘을 ‘대퇴사의 시대’(Great Resignation)라고 할까.



   어렵사리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는 본인의 심정도 안타깝겠지만 애써 뽑은 신입사원들이 홀연히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업들의 안타까운 마음은 더하다.

 실제 신입사원 퇴사를 지켜보는 기업들은 “기껏 뽑아서 신입사원 연수까지 시켰더니 얼마 있다가 퇴사하더라” “경력을 쌓자마자 나가기 바쁘다. 업무 공백과 빈자리를 채울 일이 걱정이다”라며 하소연을 해댄다. 그런데 기업은 신입사원 퇴사에 왜 그렇게 민감할까? 채용을 할 때 현재가치가 아니라 미래가치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위에 나오는 ‘임금-생산성 곡선’을 보면 입사시점에서는 생산성(곡선)이 임금(곡선)을 밑돈다. 말하자면 신입사원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직원들은 입사 초기에 회사에서 받는 월급만큼 생산성을 올리지 못한다.

 시쳇말로 ‘월급값을 못한다’는 얘기다. 조직에 존재하는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위치에서 주어진 일을 무난하게 처리하는 이를 제 몫을 한다 또는 월급값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월급값을 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누구나 처음부터 일을 잘할 수는 없다. 맡은 업무에 익숙해지려면 최소한의 ‘숙련기간(熟練其間)’이 필요하다. 신입사원은 두말할 나위 없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뽑자마자 신입사원을 실무에 바로 투입하기는 어렵다. 성과를 기대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기업이 실무에 즉시 써먹을 수 있는 인재를 원했다면 처음부터 신입사원이 아니라 ‘경력사원’을 뽑았을 것이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당장에 일을 시키지 않는다. 대신에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준다. 신입사원의 성공적인 직장생활은 직무(Job)에서 성과(Performance)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직무란 쉽게 말해 ‘회사에서 맡은 일’이다. 어떤 일이든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해당분야에서 ‘전문가(Professional)’가 되어야만 한다.


 직장인은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사람들이다. 프로는 대가를 받고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바꿔 말하면 자신에게 돈을 지불한 사람을 만족시켜야 진정한 프로다. 회사에서 월급 받으며 일하는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전문가는 스스로 알아서 일하고 결과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누구의 지시나 도움 없이도 맡은 일을 처음부터 계획(Planning)하고 실행(Execution)해서 내·외부 고객들과 피드백(Feedback)을 주고받으면서 겪은 시행착오를 반영한 수없는 반복의 과정을 통해 비로소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  


 또 회사에서 일을 잘하려면 자신의 직무만 잘 알아서는 부족하다. 회사 전체의 일이 어떻게 맞물려있는지, 그 안에서 나의 직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른 부분과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 지를 제대로 알고 일을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러니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 제 몫을 다하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사람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큰다. 성장에는 직선이 필요한 만큼이나 곡선이 필요하다. 아니 사람의 성장경로는 곧게 쭉쭉 뻗어있는 직선형이 아니라 돌아 돌아 올라가는 ‘나선형’이다.

 나선형 길을 걷는 사람을 위에서 내려보면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옆에서 쳐다보면 확실히 위로 올라가 있다. 사람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다. 언뜻 변화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리 없이 성장한다.  


 사람은 물만 잘 주면 하루하루 쑥쑥 자라는 콩나물처럼 크지 않는다. 신입사원의 성장도 ‘나선형’의 과정이다. 소용돌이가 작은 한 점에서 시작해서 점점 커지듯 사람도 끊임없이 자란다. 처음에는 성장이 더디지만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면 어느 순간 벽을 껑충 뛰어넘듯이 몰라볼 정도로 폭풍 성장한 신입사원의 모습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야말로 ‘퀀텀 점프’(Quantum jump·원자에 에너지를 가하면 핵 주위에 있는 전자가 낮은 궤도에서 갑자기 높은 궤도로 도약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물리학 용어/경제학에서는 기업이 단기간에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을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발전하는 경우를 말한다)다. 


  오랫동안 곡선의 날들을 켜켜이 쌓아 올린 덕분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맛과 풍미가 더해지는 포도주처럼 기업에서도 인재를 키우려면 투자와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햇병아리 신입사원도 시간이 지나서 경험이 쌓이고 일정 궤도에 오르면, 언젠가 성과(생산성)가 급여(임금)를 웃도는 단계로 진입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채용의 보람을 비로소 누리기 시작하는 셈이다.

 실제 대졸 신입사원이 제 몫을 하려면 평균 19.5개월의 교육기간과 1인당 연간 6000만 원이 넘는 교육비가 들어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런데 입사 초기에 신입사원이 퇴직해버리면 기업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업무공백은 물론이고 월급에다 교육비용 등 그동안 신입사원에 들어간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엄청난 손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신입사원 채용에 따른 비용은 별도다.  


 게다가 청소년을 ‘나라의 미래’라고 하는 것처럼 신입사원은 ‘기업의 미래’다. 기업은 신입사원에게 회사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건다.

 ‘마중물’이란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에 미리 붓는 한 바가지의 물”을 말한다. 곧 올라올 많은 물을 미리 마중하러 나간다는 뜻이다. 신입사원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 자신도 성장하고 회사의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신입사원이 변화를 마중하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흔히 신입사원 채용을 “젊은 피를 수혈한다”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그런 기대를 품고 애써 뽑은 신입사원이 훌쩍 떠나버리면 회사의 미래도 덩달아 날아가는 꼴이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새로운 피가 제때 수혈되지 않으면 성장이 멈추고 건강에도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더욱이 절실함은 ‘전염성’이 아주 강하다. 신입사원의 절실함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다른 사림들의 메마른 가슴에 불을 지필 수도 있다. 3·5·7법칙 혹은 3·5·7 슬럼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입사를 해서 3년, 5년, 7년 차가 되면 ‘매너리즘’과 현타(현실 자각 타임)의 물결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3·5·7 슬럼프에 빠지면 누구나 계속 직장을 다닐지, 새로운 일에 도전할지 고민하게 된다. 당연히 업무에 대한 열정과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회사와 직원과의 관계에도 부침이 존재한다. 지금은 ‘아주 오래된 연인’처럼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직장생활이 지루하고 권태롭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누구에게나 사원증을 목에 걸고 출근하는 것만으로 가슴 벅차게 행복하고 주말에도 출근하고 싶어 안달했을 정도로 회사와 사랑에 빠졌던 신입사원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신입사원이 그 시절의 짠하고 찐했던 추억과 초심을 호출하는 역할을 해준다. 풋풋하고 열정 넘치는 신입사원의 모습을 보면서 주변의 직원들도 그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던 자신의 신입시절을 떠올리고 그때의 초심을 새롭게 가다듬는 계기로 삼는다는 소리다.

 바닷물이 썩지 않는  3% 소금 때문이다. 신입사원이 바로 조직이라는 바다의 ‘항상성(恒常性·여러 가지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생명 현상이 제대로 일어날 수 있도록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성질)’ 유지시켜 주는 소금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조직에서든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전에 없던 활력이 넘치고 생기가 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사원으로 인한 일종의 ‘메기 효과’(메기 한 마리를 집어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움직임이 빨라지고 생기를 얻는 현상)나 마찬가지다.

 절실함으로 무장한 신입사원이 회사에 가지고 온 선물인 셈이다. 그러니 홀연히 떠나버리는 신입사원의 뒷모습을 보면서 기업들이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잘못된 채용, 즉 오래 다니지 않을 사람을 뽑으면 기업에게 어마어마한 비용을 안겨준다는 얘기다. 대퇴사는 시대의 트렌드’다. 트렌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뜻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애기다.

 취업준비생들도 마찬가지다. 얼핏 생각하면 대퇴사의 물결이 취업을 준비하는 청춘들에게는 남의 일이라고 느껴질지 모른다. 직장인들의 로망은 늘 퇴사라지만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절대 실현할 수 없는 로망이다. 퇴사는 취업을 하기 전까지는 결코   없는 미지의 세계이니까입사를 해야 퇴사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대퇴사(현상)를 강 건너 불구경 식으로 생각한다면 엄청난 착각이다. 신입사원들의 대규모 조기 퇴사를 눈앞에서 지켜본 기업들이 이미 발 빠르게 대퇴사라는 시대의 흐름을 취업준비생들의 최대 관심사인 채용(기준)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대의 트렌드인 대퇴사는 취업준비생들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

 어떤 문제든 ‘예방 앞서는 ‘처방 없다. 이를 채용이라는 상황에 포개면 애당초 잘 뽑는 게 요하다는 뜻이다. 당연히 면접관 입장에서는 ‘뽑아 놓으면 얼마나 오래 다닐까?”를 가장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오래 다닐 인재’가 면접의 대세 트렌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요즘 기업들이 신입사원에 바라는 희망사항을 압축하면 이렇다. 당장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회사에 남아서 오래도록 일을 잘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성과를 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래오래 다니면서 우직하고 끈기 있게 일할 사람, 이곳저곳을 떠도는 방랑형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을 선호한다. 뽑아놓으면 금방 그만두지 않고 오랫동안 열심히 일할 절실함으로 무장한 지원자를 갈망한다.


 당연히 지원자를 평가할 때 그저 ‘닥치고 취업’을 위해 지원한 것인지, 우리회사에서 채용하는 직무를 하려는 진심과 절실함으로 지원했는지를 꼼꼼히 확인한다. 

 “일단 붙고 보자”라는 마음으로 벼락치기하듯 지원해서 입사한 사람은 다른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든 미련 없이 훌훌 털고 떠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거꾸로 기업에서는 아무리 스펙이 화려해도 역량이 뛰어나 보여도 합격하더라도 입사를 포기하거나 금세 그만둘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절대 뽑지 않는다. 비슷한 조건이라면 아니 역량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입사에 대한 절실함이 느껴지는 지원자를 선택한다.

 그런 절실함을 가진 지원자를 뽑아 놓으면 더욱 회사에 고마움을 느끼고 맡은 일을 소중히 여기고 최선을 다하는 로열티 강한 직원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 관계가 그렇듯 관심과 애정을 기울일수록 회사와 직원 사이도 깊어지고 오래가는 법이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사 포기나 이직이 잦은 중소기업들이 지원자의 절실함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머리 좋은 사람은 엉덩이 무거운 사람을 못 당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곳이 바로 채용시장이다. 지식은 가르치면 되지만 기업과 직무에 대한 열정은 가르쳐서 될 일이 아니다. 열정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 가치와 자부심을 가질 때에 비로소 발휘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절실함은 필요하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내거나 진짜인양 연기하기 어렵다. 기업은 절실함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음을 알기에 더욱 믿음이 갈 수밖에 없다. 

 필자도 면접에서 수없이 많은 지원자를 만났지만, 역시나 가장 마음이 가는 사람은 입사를 향한 절실함이 돋보이는 지원자였다. 그리고 절실함에 끌려서 뽑은 지원자가 입사 후에 기대를 저버리는 경우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오래 다닐 인재’라는 채용 트렌드는 대퇴사(현상)가 대세로 자리 잡았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취업준비생들은 ‘오래 다닐 사람’을 뽑는 것을 최근의 트렌드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필자는 ‘오래된 미래(old future)’라고 표현한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이지만 이미 살아본 과거처럼 어떻게 흘러갈지 분명히 알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요즘 말로 ‘갑툭’가 아니라는 소리다. 예전에 없다가 갑자기 튀어나와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가는 트렌드가 된 것아니라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뜻이다. 기업은 줄곧 오래 다닐 사람을 뽑고 싶어 했다. 우리회사와 지원하는 직무를 하려는 진심과 절실함을 보고 채용했다. 절실함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지원자의 미덕으로 꼽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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