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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Mar 08. 2022

‘합격 자소서’는 진짜 ‘합격’했을까?

자기소개서의 정석-1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의사소통이다.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의사소통의 수단은 주로 말과 글이다.

 기업에서의 일도 대부분 ‘글’과 ‘말’로 이루어진다. 직장인들에게 ‘글발’과 ‘말발’이 성공의 견인차로 꼽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래서 기업은 채용을 할 때도 지원자들에게 글과 말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왜 우리회사가 지원자를 뽑아야만 하는지를 설명하도록 요구한다. 즉 선택이나 판단의 기준은 글과 말이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채용의 각 단계마다 글과 말로 자신을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취업의 관건인 셈이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그것이다. 글로 설명하는 것이 자기소개서, 말로 직접 표현하는 것이 면접이다.


 자기소개서는 이름 그대로 지원자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서술하는 형식의 글이다. 일반적으로 지원한 기업에서 제시한 질문(항목)에 지원자가 대답을 적는 형태다.

 요즘 서구 기업들의 ‘레주메(Resume)’처럼 자유형식으로 제출하게 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정해진 양식과 분량에 맞춘 자기소개서를 요구한다. 



 그런데 학창 시절 내내 주입식 교육에만 길들여진 데다 길고 논리적인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이다 보니 자기소개서는 버거울 수밖에 없다.

 보통 항목별로 분량(글자 수)을 제한하지만 다 합치면 수천 개의 글자가 들어가는 사실상 장문의 논술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단문을 활용하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나 짧은 채팅에만 익숙해져서 책 한 권은커녕 장문의 기사 읽기조차 버거워하는 요즘 청춘들에게는 자기소개서 작성이 어렵게 느껴지는 게 당연지사다.


 그러나 자기소개서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입사지원을 많이 해봐야 면접 기회조차 잡기 힘들다. 소위 ‘서류 광탈’이다. 제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지원자라도 일단 서류전형에 합격해야 다음을 기대할 수 있다.

 빛의 속도로 탈락, 즉 광탈(光脫)하면 면접도 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떨어진다.

 입사 후 펼치고픈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자기소개서의 ‘입사 후 포부’는 그야말로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격이 된다.


 더욱이 자기소개서는 서류전형에만 쓰이는 게 아니라 면접에서도 중요하다. 기업들이 자기소개서에 기반한 인성(역량) 면접을 하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를 통해 면접관은 지원자의 정보를 처음 접한다.

 면접관과 지원자는 서로 일면식도 없는 채로 면접에서 만난다. 하지만 면접관은 미리 자기소개서를 들여다보면서  안에 드러난  사람  사람의 삶과 내면을 살펴보고 지원자별로 질문거리들을 준비해 놓는다.


 그 과정에서 면접관은 지원자가 직접 작성한 자기소개서 내용을 바탕으로 “어떤 사람일까?” 생판 모르는 지원자의 이미지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이미지는  사람에 대해 주관적으로 형성되는 총체적인 인상(印象)이다. 바꿔 말하면 지원자의 첫인상을 자기소개서가 결정짓는다 얘기다.

 그리고 첫인상에 따라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극적으로 갈릴  있다. 그 사람을 직접 만나지 못했는데도 자기소개서라는 렌즈를 통해 지원자를 들여다보고 나도 모르게 평가 아닌 평가를 시작하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자기소개서를 제출한 순간 이미 면접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종이로 보는 면접’이라고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채용의 첫 관문인 자기소개서 쓰기가 여간 막막하지 않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어릴 때부터 암기식 교육에만 익숙한 세대인데 모범 답안이 있을 수 없는 ‘세상에 하나뿐인 나’를 그것도 말도 아닌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어찌 쉽겠는가? 

  게다가 요즘은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되면서 예전보다 자기소개서 비중이 훌쩍 높아진 데다 항목도 한층 까다로워졌다.

 그래서 취업과정에서 구직자들을 가장 헷갈리고 곤혹스럽게 만드는 단계가 자기소개서일지 모른다.


 이렇게 고민에 빠진 취업준비생들이 의지하게 되는 것이 소위 ‘합격 자소서’다. 취업준비생들이 자기소개서를 준비할 때 보통 무엇으로 시작할까? 만약 독자 여러분이 지금 자기소개서를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무엇을 먼저 하겠는가?

 아마 정답은 십중팔구 ‘검색(檢索)’일 다. 하나같이 그 안에 내가 찾는 모범 답안이 있을 것이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 영혼을 갈아 넣어 폭풍 검색을 시작한다.

 실제 네이버나 구글 창에서 ‘합격 자소서’라는 키워드를 넣으면 누군가를 이미 합격시켰다는 그리고 이제 나를 합격의 지름길로 이끌어줄 자기소개서들이 쏟아진다. 심지어 “복사해서 사용하면 편하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달려있다.



 하지만 궁금하지 않은가? 과연 합격 자소서가 맞기는 한 걸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아무리 취업에 성공한 사람이라도 나의 삶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그것도 남들 눈에는 낯간지러운 ‘자기광고’로 비칠게 뻔한 자기소개서를 흔쾌히 공개하겠는가?

 물론 누군가에 대한 배려에서 혹은 대가를 받고 자기소개서를 공개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합격은 어디까지를 말하는 걸까? 서류전형을 통과했다는 것인지 최종 합격한 자기소개서인지가 불분명한 경우가 적잖다.


 자기소개서의 용도는 서류전형이라는 1차 관문을 뛰어넘는 것이다. 채용과정에서 서류전형은 제한된 시간 내에 셀 수 없이 많은 자기소개서를 보고 면접에서 부를 지원자를 추리는 과정이다.

 면접의 목적이 합격자를 가리는 것이라면 서류전형의 목적은 다음 단계에 올릴 지원자를 결정하는, 바꿔 말하면 떨어뜨릴 사람을 솎아내는 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본선 진출자를 가리는 예선 경기 격이다. 


  여기에서 포인트는 서류전형에서 자기소개서는 다음 단계인 면접에 초대할 지원자를 추려내기 위한 ‘필터링(filtering) 도구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길게 적었지만 핵심은 하나, 취업준비생들이 지금 열심히 들여다보는 ‘합격 자소서’가 사실은 잘 써서가 아니라 떨어뜨릴 수준까지는 아니어서 겨우겨우 서류전형에 턱걸이한 자기소개서 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면접에서 “어떻게 서류전형을 통과했을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자기소개서를 심심찮게 본다.

 딱히 물어볼만한 내용이나 질문거리가 눈에 띄지 않아서다. 왜 그럴까? 기업은 서류전형에서 지원자를 평가할 때 자기소개서와 이력서(입사지원서)를 함께 본다.

 경우에 따라서는 합격의 비결이 자기소개서가 아니라 주로 ‘스펙’으로 채워지는 이력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덕분일 수 있다는 다.


 또 면접까지 통과해서 최종 합격한 그야말로 ‘합격 자소서’여도 맹신은 금물이다. 자기소개서 덕분에 합격한 경우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자기소개서는 신통치 않았지만 면접을 잘 봐서 합격한 경우일 수 있다. 한마디로 “합격 자소서=잘 쓴 자기소개서”의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백번 양보해서 오롯이 자기소개서를 잘 써서 합격한 ‘합격 자소서’를 운 좋게 손에 넣었다고 하자. 그럼 적당히 베끼거나 짜깁기해서, 즉 ‘나의 자기소개서’가 아닌 ‘남의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면 어떻게 될까?

 지금은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세상이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는 이미 다른 사람들도 아는 ‘공공의 정보’라는 얘기다. 인터넷에 떠도는 ‘합격 자소서’는 기업에서도 알고 있다. 쓱 훑어보면 ‘자기’ 소개서인지 ‘남의’ 소개서인지 정도는 대충 감을 잡는다.



 ‘합격 자소서’에 나의 경험을 그럴듯하게 얹어서 제출해봐도 통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서류전형이나 면접에서 자기소개서를 읽다 보면 어디서나 튀어나오는 뻔한 레퍼토리가 있다.

 전공수업에서 주어진 팀별 과제 등 단체 활동을 할 때면 꼭 남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무임승차자(Free-Rider)’가 나타나서 사람들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


 또 지원자가 리더를 맡는 학회나 동아리에는 반드시 생각이나 성격차이로 갈등을 빚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리더인 지원자가 해결사로 종횡무진 활약해서 갈등은 눈 녹듯 사라지고 상황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아래 사례는 <단체 활동을 하며 겪었던 갈등과 이를 극복한 경험을 약술하라>는 자기소개서 질문에 대해 지원자가 실제 제출한 내용이다.


* 나보다 우리를 위해서

희생과 어려움이 따를지라도, <나보다 우리를 위한 행동>이 정답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를 대학생 홍보대사활동을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4명이 함께하는 팀 활동이었는데, 주어진 업무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서로 미루다가 팀원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리더인 저는 책임감을 느끼고 해결방안을 고민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업무의 합리적인 배분과 솔선수범의 리더십이었습니다. 팀에 주어진 업무는 개인별로 공평하게 배분하자고 제안했고, 누구나 기피하는 업무는 제가 자청해서 맡았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보고 팀원들은 서로의 일을 돕기 시작했고, 결국 저희는 하나 된 팀웍을 앞세워 <우수 팀 활동상>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잠깐, 이 내용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 않은가? 자기소개서를 끝까지 읽지 않아도 뒤에 어떻게 전개될지 훤히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생김새도 가치관도 모두 다른 지원자들이 경험만큼은 판박이다.

 겪은 상황도 흡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결과까지 별 차이가 없다. 글의 구성이나 흐름도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어슷비슷하다.


 이름을 가리고 보면 누구 건지 헷갈릴 정도다. 이 밖에 교환학생 시절,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음식을 대접한 이야기나 국토대장정에서 몸이 아픈 친구를 도와서 함께 완주에 성공한 사연도 자기소개서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레퍼토리다.


 예산 부족과 저조한 참여율 탓에 고사 위기에 몰린 학과나 동아리 행사를 지원자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상황을 반전시켜서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도 진부하고 뻔한 사연이다.

 학과나 스포츠 동아리에서 공동의 목표인 교내 체육대회 우승의 꿈을 위해 구성원들 간 소통과 화합을 촉진해서 혼연일체의 팀웍을 이루는데 헌신한 사연도 너무 자주 봐서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물론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서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끈 주인공은 지원자다.


 이유가 무얼까? 시간에 쫓겨서 급하게 지원을 해야 하는데 자기소개서의 빈칸을 메워줄 번듯하고 그럴싸한 경험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눈 질끈 감고 인터넷에 떠도는 소위, ‘합격 자소서’들을 적당히 짜깁기해서 제출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원하는 회사나 직무가 다르고 심지어 주인공이 다른 사람인 데도 비슷비슷해 보이는 자기소개서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라. 산더미처럼 쌓인 자기소개서를 평가해야 하는데 곳곳에서 서로 베낀 듯한 똑같은 글을 마주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여러분이라면 좋은 점수를 주겠는가?


 자기소개서는 ‘자기’를 소개하는 글이다. 그 ‘자기’가 다르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마다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전공수업·공모전·교환학생·국토대장정 등 학창 시절에 흔히 하는 경험들은 겹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경험을 했더라도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나 그 안에 드러난 생각과 고민까지 같을 수는 없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다르기에 자기소개서에서 묻어나는 취도 달라지는 게 당연하다. 글에는 그 사람만의 체취가 느껴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냄새가 다르듯 글에서 풍기는 느낌이나 분위기도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100명의 지원자에게는 100개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세상 똑같은 이야기는 하나도 다. 자신만의 이야기라면 아무리 똑같은 경험이라도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눈에 익은 뻔한 주제나 전개로 베껴 쓴 듯한 인상을 받거나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탈락을 피하기 어렵다.

 똑같은 걸 똑같이 얘기하는 사람은 당연히 똑같아 보인다. 평가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자기소개서의 주인공은 그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남’ ‘흔녀’ 일뿐이다.


 오늘날 시장에는 상품이 차고도 넘친다. 눈길을 끄는 브랜드만 기억에 남고 남다른 상품만 팔릴 수 있다. 그러니 튀어야 산다. 경쟁이 치열한 취업시장에서도 남들과 똑같아서는 갈 곳이 없다.

 수많은 자기소개서 중에서 돋보이고 선택받으려면 완전히 새롭거나 달라야만 한다. 즉 ‘차별화’되어야만 한다. 차별화가 되지 않으면 합격은 언감생심이다.  

 차별화에 실패한 밋밋하고 개성 없는 '짝퉁 합격 자소서'는 결국 서류전형에서 아무런 존재감 없이 ‘병풍서다’ 끝이 난다. 한마디로 합격 자소서를 거울삼아 (서류) 합격의 답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당신이 취업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

 “대다수의 학생들은 취업을 어려워한다. 큰 이유는 학생들의 무지(無知) 때문이다. 취업 포털에 나온 것을 잘 믿는데 그중 합격 자기소개서 사례를 맹신한다.

 채용 담당자는 통상 이력서와 자소서, 2개를 한 번에 체크한다. 따라서 이력서는 형편없는데 자소서는 좋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만약 이력서에 S대 경영학과에 공인회계사(CPA) 자격증 보유가 드러나면 자기소개서가 부족해도 합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속사정이 고려되지 않고 합격 자소서를 신뢰하니 모두가 비슷한 스타일의 소개서를 쓰는 셈이다. 당연히 비슷한 자소서는 불합격의 수순을 밟는다.

 얼마 전 취업 포털의 페이스북에서 이메일을 남기면 ‘해당 회사의 합격 자소서와 작성 팁’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그러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참가하겠는가! 그 자료를 따라 하면 또 서로 비슷한 자소서가 양산된다.

 수천 만원 들여 대학 교육까지 받은 학생들이여, 좀 똑똑해지자. 본질을 생각해 보자. 누가 취업 포털에 정보나 댓글을 남길까? 현직 직장인이 취업으로 고생하는 학생들을 위해 댓글을 달 가능성은 희박하다. 취업준비생들이 글을 공유하고, 퍼 나르는 데서 정보가 와전된다는 얘기다”-출처: 머니투데이 2017.5.22


  사람들은 급할수록 비법을 찾는다. 비법은 우리를 더 빨리 목적지로 안내하는 '샛길'이다.

 하지만 길이라고 다 길이 아니다. 느려 보여도 큰길이 샛길보다 빠른 법이다. 함부로 샛길로 빠졌다가는 길이 끊기거나 목적지까지 한참을 돌아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실제 우리 주변에는 기본이 아니라 비법에 기대다가 후회하는 일이 숱하다. 비법은 참고해야지 전적으로 의존하면 곤란하다.


 합격 자소서도 말 그대로 ‘참고’만 할 일이다. 참고할 대상은 합격한 사람의 ‘경험’ 자체가 아니라 글의 구조와 전개 방식, 즉 그 경험을 어떻게 지원한 기업과 직무와 효과적으로 연결시켜서 설득하고 공감을 끌어냈는지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합격자는 ‘합격자’, 나는 ‘나’다. 나를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서는 ‘합격 자소서’를 베낄 게 아니라 ‘나의 자소서’를 쓰면 된다.

 물론 취업준비생들도 그 정도는 알고 있을 테다. 하지만 ‘합격 자소서’라는 이름이 주는 선입견 탓인지 일단 눈에 들어오면 잘 쓴 것처럼 느껴지니 나도 모르게 경험과 표현들을 그대로 가져다 쓰게 된다.


 그러나 이런 짜깁기 자기소개서로는 서류전형을 통과하기가 불가능하다. 지금은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서류전형을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요즘 자기소개서는 컴퓨터가 가장 먼저 읽는다.

 일부 기업들이 서류전형에 도입한 ‘카피킬러 HR’(http://www.hr.copykiller.com)이 대표적이다. 이름 그대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서 표절을 족집게처럼 잡아낸다. 평가 화면에 표절한 부분과 내용까지 한눈에 보여준다. 정교함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카피킬러 HR을 활용하는 기업들은 유사도(類似度)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표절로 간주해서 자동적으로 탈락시킨다. 소위 ‘기계적 필터링(Filtering·미리 정해놓은 최소한의 탈락 사유에 해당하는 지원자는 자동 탈락 처리)’이다.


 그러니 자기소개서를 베껴서 제출하면 알아서 입사를 포기하는 꼴이다. 스스로 ‘빅엿’을 날린 셈이다. 애당초 ‘자기’가 빠진 ‘자기소개서’가 말이 되는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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