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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Mar 10. 2022

자기소개서 유통기한(流通期限)은 면접까지

자기소개서의 정석-2

  인터넷으로 기사를 검색하다가 재미있는 제목에 시선이 꽂혔다. 제목이 ‘휘뚜루마뚜루’다. ‘이것저것 가리지 아니하고 닥치는 대로 마구 해치우는 모양’을 일컫는 순우리말이다. ‘휘뚜루’만 써서 ‘닥치는 대로 대충대충’의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혹시나 면접에 가게 될지 모르니 자기소개서를 ‘휘뚜루마뚜루’ 작성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 ‘취알못(취업을 알지 못하는 사람)’임을 인증하는 격이다.

 요즘 취업에서 차지하는 자기소개서의 비중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취업의 1차 관문인 서류전형 통과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물론이고 블라인드 면접이 일상화되면서 면접에서도 자기소개서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

 자기소개서가 중요한 이유는 면접으로 가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자, 그 안에 면접실에서 만나게 될 질문의 핵심적인 단서(Clue)들이 들어있어서다.



  면접관들이 지원자들이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읽고는 ‘궁금한 것’ ‘확인하고 싶은 것’ ‘의심이 가는 것’ 등을 추려서 질문을 한다는 소리다. 자기소개서가 곧 ‘면접 질문지’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부터 면접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한마디로 자기소개서와 면접은 한 몸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만약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베껴서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면 운 좋게 서류전형은 통과하더라도 정작 취업을 결정짓는 면접에서 들통나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간혹 자기소개서 내용을 잘 모른다는 느낌이 드는 지원자를 만날 때가 있다.


 다른 사람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묻는데도 쭈뼛거리면서 대답이 지나치게 굼뜨거나 엉뚱하게 알아듣고는 동문서답식의 답변을 늘어놓는 것이다. 심지어 “제가 그렇게 썼나요?” 되묻는 황당한 지원자도 있다.

 왜 그럴까? 자신의 손으로 직접 쓰지 않았거나 진짜 자신의 경험담을 쓴 게 아니어서다. 대필 혹은 ‘복사·붙여 넣기’ 신공으로 완성한 자기소개인 탓에 시간이 지나면 본인조차도 내용을 온전히 기억하지 못하는 탓이다.



 하지만 요즘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대답을 고개만 끄덕이며 그냥 들어주는 면접관은 없다. 면접(실)에는 면접관(들)과 지원자(들)가 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처한 상황은 다르다. 우선 ‘뽑는 사람’과 뽑히고 싶은 사람’이라는 입장의 차이다. ‘검증하는 사람’과 ‘증명하는 사람’이라는 역할의 차이도 있다.

 ‘검증(檢證)’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명제의 참, 거짓을 사실에 비추어 검사하는 일”이다. 그럼 증명(證明)은 무언가? “어떤 사항이나 판단 따위에 대하여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증거를 들어서 밝힘”이다.


 ‘검증과 증명’을 면접이라는 상황에 포개면 면접관은 지원자의 말(주장)이 사실인지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지원자는 자신의 말(주장)이 사실이라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애기가 된다. 이를 ‘내가 아는 나’와 ‘남이 아는 나’를 구분하는 심리학 이론 ‘요하리의 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요하리의 창’(Johari’s Window)은 한 사람의 자아가 자신(Self)과 타인(Other)에게 노출되는 정도에 따라 한자의 밭전(田) 자처럼 4가지 창(Area)으로 구분한다. 나도 알고 다른 사람들도 아는 ‘열린 창(Open Area)’, 남들은 알고 있으나 정작 나는 모르는 ‘눈먼 창(Blind Spot)’, 나는 알고 있지만 남들은 모르는 ‘숨겨진 창(Hidden Area)’,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미지의 창(Unknown)’이 그것이다.



 ‘요하리의 창’을 면접이라는 장면에 적용시켜 보자. 자신을 ‘지원자’, 타인을 ‘면접관’으로 치환시키는 것이다. ‘치환(置換)’이란 바꾼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면접관은 어떤 영역에 기장 관심이 있을까? 답은 3사 분면의 ‘숨긴 창’이다. 왜 그럴까?

 1사 불면의 ‘열린 창(Open Area)’은 이력서(입사지원서)에 쓰인 객관적이고 수치화된 ‘스펙’처럼 면접관도 지원자도 서로 알고 있는 공식적 정보다. 게다가 합격해도 취소 사유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력서의 허위정보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면접관 입장에서는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또 2사 분면(Blind Spot)과 4사 분면(Unknown)은 면접관이 지원자에 대해 이미 알고 있거나 알래야 알 수 없는 영역이다.


  따라서 면접관이 주목하는 영역은 3사 불면, 즉 지원자 본인만 알고 면접관은 모르는 ‘숨긴 창’이다. 쉽게 말하면 지원자가 자신에 대해 감추거나 부풀린 정보다. '뽑히고 싶은' 지원자는 자연스레 자신이 돋보이도록 자기소개서에서 최대한 장점은 부풀리고 단점은 감추기 마련이다.

 지원자가 언급한 경험 등이 실제와 얼마나 다른지는 본인만 안다. 즉 지원자는 알지만 면접관은 모르는 정보다. 당연히 지원자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열린 창만으로는 왜곡된 정보 때문에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따라서 면접관은 지원자가 ‘숨긴 창’이 ‘열린 창’이 될 수 있도록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 지원자를 검증하고자 애를 쓴다.  


 그래서 면접관들은 하나같이 지원자가 자기소개서에서 사실을 말한 건지 질문을 통해 집요하게 파헤친다. 지원자의 답변을 듣고서 궁금하거나 미심쩍은 내용에 대해서는 질문이 자연스레 이어진다.

 ‘왜’와 ‘어떻게’를 꼬치꼬치 캐묻는, 이름하여 ‘탐침 질문’(probing question·지원자의 대답을 듣고 확인하기 위해 면접관이 추가로 던지는 질문)이다. 즉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면접이 진행되기 때문에 거짓말이나 부풀려진 내용은 금세 밑천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거짓말을 감추려면 더 많은 거짓말이나 훨씬 더 큰 거짓말이 필요한 법이다. 계속 질문을 주고받다 보면 거짓말을 늘어놓는 지원자는 십중팔구 진땀을 흘리다가 가랑비에  젖듯이 조금씩 자기모순에 빠져든다. 면접관의 가차 없는 ‘팩트 폭격’에 결국 말문이 막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말길은 한번 끊기면 제대로 잇기 힘들다. 어느 순간부터 앞뒤가 안 맞는 말이 입에서 불쑥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누구나 궁지에 몰리면 생각을 멈춘 채로 억지로 말을 지어내려 애쓰다가 엉겁결에 사실을 말하게 된다.


 설령 말은 계속 지어낼 수 있어도 말투와 표정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말과 따로 놀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속내를 내비치게 된다. 지켜보는 면접관의 반응은 점점 싸늘해지고 결국 지원자는 자신이 만든 거짓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알아서 무너지기 일쑤다. 스스로 구렁을 판 격이다.


 아무리 완벽한 답변을 달달 외워서 면접에 가본들 진짜 자신의 경험이나 사실이 아니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니 자기소개서를 쓰는 우리가 기억할 원칙은 아주 간단하다. “경험하지 않은 것은 절대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다 면접? 

“얼마 전 면접에서 절대로 지원서 내용을 부풀려 쓰면 안 됐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면접관이 동아리 리더로서의 경험을 묻는 질문을 10분 넘게 파고들었어요. 사실 리더는 아니었는데 했던 것처럼 부풀려서 작성했었죠. 그런데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다 캐물어봤어요. 그러다 말이 꼬이고 거짓말한 게 다 들통났죠. 동아리에서나 대외활동에서나 리더는 대개 한두 명이잖아요. 리더만 뽑으면 나머지는 어디 취직하나요?” 출처: 캠퍼스 잡앤조이 2016.10.14


 다음은 자동차 회사의 인턴경험을 지나치게 부풀려서 소개한 한 지원자의 자기소개서 내용이다.

저는 지난여름 방학 동안 oo자동차의 해외영업본부에서 인턴을 했습니다. 해외에서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딜러’라는 중간상인을 거쳐야 합니다. 이미 외부 컨설팅을 통해 수립한 기획안이 있었지만 선배님들은 제게 내년에 새로 도입할 ‘딜러샵’의 콘셉트에 대해 기획해보라는 과제를 내주셨습니다. 제가 보기에 기존의 기획안은 딜러샵을 단순히 자동차를 판매하는 공간으로만 바라보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데이터를 분석하고 경쟁사들의 현황도 면밀히 조사했습니다. 이를 통해 제가 내린 결론은 ‘카페(café)’형태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휴식공간과 사교공간으로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느 카페에서처럼 커피를 마시면서도 내부에 차를 전시해서 그 차에 관심이 있는 고객은 언제든지 영업사원과 상담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이에 저는 기획안의 제목을 ‘카페’로 정해서 제출했고 선배님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비록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기존의 시각과 다르게 접근한 참신한 시도를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임했던 이때의 경험을 통해 고객관리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본격적으로 키우게 됐습니다


 자기소개서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 욕심으로 인턴 경험을 부풀리면 서류전형 통과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양날의 칼’처럼 면접에서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사실 인턴(사원)은 정식직원이 아닌 데다 근무기간도 짧게는 1~3개월, 길어야 6개월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에 역량에 관계없이 중요한 업무나 역할을 맡기기 어렵다. 그래서 대체로 복사·자료 분류 등의 단순한 업무보조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지원자의 주장대로 인턴으로 일하면서 엄청난 성과를 만들었다면 아마 둘 중 하나일 테다. 정말 특별한 경우이거나 아니면 실제보다 성과를 부풀려서 떠벌린 것이다. 어느 쪽이 더 가능성이 클까?

 만약 그 짧은 기간 동안 인턴사원이 빛나는 성과를 이뤄냈다면 그 기업의 CEO(최고경영자) 입장에서는 인턴사원의 뛰어난 역량에 감탄하기보다는 “그동안 기존 직원들은 어떻게 일을 한 걸까?” 자연스레 의문이 생기지 않을까.


실제 면접에서 맞닥뜨린 면접관이 자기소개서에 나오는 인턴경험에 대한 ‘사실 검증’에 나섰다.

면접관: 여러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데이터를 어떤 방법으로 분석했다는 것입니까? 데이터 분석에는 통계적 툴(Tool)이 필요했을 텐데, 어떤 통계 패키지를 사용했습니까?

지원자: ………

면접관: 설문(지) 설계나 데이터 코딩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고려한 부분이나 남들과 다르게 접근한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원자: ………

면접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기존의 시각과 다르게 접근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죠? 기업은 시간과 비용 등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최대의 효과를 창출해야 하는 곳인데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은 문제 아닐까요? 색다른 시각이나 접근보다는 오히려 실현 가능성이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이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실패한 기획’이 아닌가 싶네요. 지원자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지원자: ………

면접관: 고객관리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고 했는데요? 지원자가 생각하는 고객의 정의를 말해보세요. 그리고 고객관리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또 지원자가 그러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지금까지 어떤 준비를 했는지를 말씀해주세요.

지원자: ………



 만약 앞의 사례처럼 지원자가 면접관의 꼬리를 무는 질문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면 인턴경험과 관련한 자기소개서 내용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면접관은 자연스레 경험을 부풀려 소개했거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좋은 평가를 받는데 도움이 될만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베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진짜 경험한 것만이 생생하고 설득력 있는 이야깃거리가 된다. 진짜 나의 이야기라면 누가 어떤 질문을 건네도 막힐 까닭이 없다. 당연히 외울 필요도 없다. 기억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술술 풀어놓으면 그만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이야기,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이야기라면 애당초 자기소개서에 거짓으로 꾸밀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진실을 말하라. 그러면 당신이 말한 것을 기억할 필요가 없다”-마크 트웨인


 면접은 ‘왜 나를 뽑아야 하는지’에 대해 면접관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진정성만큼 강력한 설득의 무기는 없다. 반대로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만큼 설득하는데 최악의 상황은 없다. 상대방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는 순간 그 사람에 대한 신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명심하자! 자기소개서의 유통기한(流通期限)은 ‘서류전형’이 아니라 ‘면접’까지다. 바꿔 말하면 자기소개서의  다른 이름은 ‘면접 질문지. 자기소개서에서 언급한 경험의 디테일한 상황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면접에서 질문으로 나올 수 있으므로 지나친 과장은 절대 금물이라는 뜻이다.



 노련한 면접관들은 지원자의 이야기에서 빈틈이나 허점을 귀신같이 짚어내서 파고든다. 무언가 이상하다 싶으면 누군가로부터 전해 듣거나 상상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경험의 구체적인 내용을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송곳 질문을 통해 진위여부를 검증하고 나아가 경험의 깊이까지 확인한다. 거꾸로 만약 지원자의 대답을 고개만 끄덕이며 그냥 들어준다면 면접관으로서는 자격상실이다.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준비는 따로국밥이 아니다. 결코 별개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시간으로는 전후(前後), 방법에서는 글과 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바꿔 말하면 자기소개서로 서류(전형) 합격과 면접 합격이라는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소리다. 따라서 자기소개서에 소개한 경험만큼은 면접에 앞서 내용을 다시 살펴보고 꼼꼼하게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출한 자기소개서에서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았거나 특이한 경험이라서 질문이 나올만한 부분에는 밑줄을 긋거나 형광펜으로 표시해서 예상 질문과 답변의 키워드를 요약한 포스트잇을 붙여서 정리해놓으면 면접에서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과정 하나하나가 효과적으로 면접을 준비하는 방법이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은 한 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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