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철 Jun 10. 2022

취업은 ‘자전거 타기’

맺는 글

 영화 <박하사탕>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머신 이야기다. 영화는 철로 위에서 달려오는 열차와 마주 선 주인공이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생의 끝에 선 주인공의 마지막 간절한 외침처럼 영화는 그를 과거의 모습으로 돌려놓는다.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 했던 잃어버린 ‘젊은 날의 초상’이다. 이렇듯 ‘시간여행’이 소설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인 이유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하는 상상을 누구나 한 번쯤 해보기 때문이다. 그게 가능하다면 지금과는 다르게 살기를 선택하고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고 싶다

  과거의 선택을 뒤집는다는 우리의 상상을 대신 실현해주기에 시간여행을 다룬 소설과 영화가 인기를 끄는 것이다. 특히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마음은 주로 과거에 대한 후회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이 미래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지만 과거는 되돌릴 수 없기에 인생에서 스쳐 지나간 기회나 잡지 못했던 무언가를 그리워할 때도 많다. 


  “그때 그걸 했어야 했는데” “그걸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렇게 우리는 현재를 살면서도 과거를 돌아보고 아쉬워한다. 살다 보면 깨달음은 늘 한 박자 늦게 찾아온다. 미리 알면 좋으련만 애석하게 인생은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깨닫게 되고, 살아본 후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결국 자책과 후회 사이의 그 어딘가에서 헤매게 된다. 


  그래서 누구나 “그때는 왜 몰랐을까?”하며 안타까워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보다 지혜로운 선택을 했고, 그렇게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지나간 세월을 아쉬워한다.

 필자도 한 때는 취업을 열망하던 청춘이었고, 그 과정에서 갈피를 못 잡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우왕좌왕했었다. 취업 걱정에 전전긍긍했던 날은 또 얼마나 많았는지.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취업준비생 시절의 방황은 마치 어제 일처럼 기억이 선연하다.


 그때 필자의 곁에서 자신의 진솔한 경험과 깨달음을 들려주며 찐 조언을 해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상황에서 누군가 방향을 제시해주고 머뭇거리는 나의 등을 떠밀어 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쩌면 그 시절의 나를 지금의 내가 일으켜 세우는 기분이랄까? 그런 마음으로 썼다. 이 책 ‘취업의 근본력’.


  어떤 결심을 하게  순간, 우리는 그것을 ‘계기라고 부른다. 취업에 관한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번의 계기가 있었다.  

#1: 출근길에 마주친 취업준비생 

 늦은 출근길에 허겁지겁 지하철 출구를 나오다가 벤치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앳된 청년이 눈에 띄었다.

 고운 얼굴이며 단정한 옷차림을 보니 노숙자는 아니고 대학생인 듯 보였다.

 친구들과 밤을 새우며 가진 술자리가 파한 뒤 귀가 길에 피곤에 못 이겨 쓰러져 잠이 든 모양이다. 머리맡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취업준비서’를 보니 아마 어젯밤 술자리 대화의 주제는 ‘취업난’이 아니었나 싶다. 고단한 청춘의 모습을 보면서 취업 문제의 심각성을 새삼 떠올렸다.  


 #2: 달라진 대학가의 졸업 축하 현수막

  어느 겨울날 모교를 찾아서 캠퍼스 곳곳을 둘러보았다. 친구들과 도시락을 펴놓고 먹던 잔디밭, 어깨를 걸고 집회를 하던 광장과 학구열을 불태우던 중앙도서관 등 다양한 추억이 얽힌 캠퍼스는 필자에겐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대상인 듯싶다. 고맙게도 졸업한  수십 년이 지났지만 모두가 그대로였다.


 그런데 유독 달라진 게 하나 있었다. 졸업시즌을 맞아 여기저기 걸려있는 졸업 축하 현수막의 글귀였다. 예전에는 “축 졸업!”, “졸업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 등 사회인으로서의 첫출발을 축하하는 내용 일색이었는데 지금은 “7년 만에 졸업! 이제 뭐하지?”, “백수 대열 합류” “어서 와, 백수는 처음이지?” 등 취업난을 반영한 문구들로 온통 채워졌다. 졸업을 축하하기보다 취업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대학생들의 출구 없는 암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졌다.  



 표현이 너무 거창하지만 필자가 취업에 대한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결정적인 순간들이다. ‘취업 준비 준비생이라는 말이 있다. 글자 그대로 취업 준비를 준비하는 청춘들을 뜻한다. 취업이 힘들어지고 준비 기간도 길어지면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자격증 취득 등 스펙 쌓기에  필요한 비용을 먼저 준비하는 청춘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취업 준비조차 미리 준비해야 하는 답답한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고용 절벽 시대에 하루하루 힘겹게 취업 일기를 써내려 가고 있는 청춘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특히 취업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탈락의 아픔을 맛보고 그때마다 “나는 도대체 왜 이 모양일까?”라는 자책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힘겨워하는 청춘들이 읽어주었으면 한다.


 외롭고 힘겨운 그들의 손을 덥석 잡고 같은 아픔을 먼저 겪어본 인생의 선배로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책에 담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이 브런치북을 취업으로 힘든 시간을 먼저 지나온 취업준비생이 누군가를 위해 합격 후기를 써 내려가는 마음으로 빚어낸 결과물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필자도 지금껏 가장 아팠던 기억은 취업준비생 시절에 닿아 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가 벌써 20여 년이 훌쩍 넘어서 그야말로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을 세월이 흘렀지만, 밤잠을 설쳐가며 취업을 고민했던 늦깎이 취업준비생 시절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돌이켜보면 분명 인생에서 가장 암울하고 고생스러운 시기였다.


 그때의 필자처럼 지금 청춘들도 취업이 막막하게만 느껴질 테다. 하지만 필자도 어찌어찌 바라던 회사에 취업했고 20여 년 넘게 무탈한 직장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현실이 냇물이라면 세월은 강물이다. 강물은 작은 물줄기가 모여 하나의 큰 물줄기로 흐른다. 그렇게 강물은 흘러 흘러 냇물을 품고 결국은 바다에 이른다. 인생이라는 책을 읽다가 잠시 책갈피를 끼워 넣고 기다리면 언젠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결말을 맞이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그래서 취업은 ‘자전거 타기’와 같다. 느릿느릿하더라도 계속 페달을 밟는 한 멈춰 서지 않는 한 달리는 자전거는 결코 넘어지지 않는다. 푸쉬킨의 유명한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기쁘고 즐거운 날은 오고야 말리니”를 기억하는가?



 힘든 날을 견디며 오늘을 살아내고 내일을 살아가면 결국 기쁘고 즐거운 날이 온다. 지금은 비록 미래가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시간 속에서 방향 없이 떠도는 듯 보이지만 노력은 언젠가 분명 보상을 받는다.

 그리고 노력하는 청춘은 아름답다. 고단함 속에서도 당당하게 삶을 살아내고 있는 그들 모두에게 따뜻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힘내라! 청춘!!” 이 책은 그런 청춘들을 위한 것이다.


 수없는 퇴고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만족할 만한 글이라고 하기에는 모자란 구석이 너무 많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취업의 꿈을 이루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썼다.

 청춘들의 힘찬 도전을 위해 응원가로 바치는 이 책이 모쪼록 취업이라는 험난한 여정을 보내면서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는 누군가를 ‘와락’ 안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브런치 북을 마지막으로 본래 계획했던 취업에 관한 3권의 책을 모두 발간했다. 취업의 문을 열기까지 여러 단계 중에서도 ‘자기소개서’와 ‘면접’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취업은 크게 서류전형, 필기(시험), 면접의 세 가지 단계로 나뉜다.



  이 중 필기에 해당하는 인·적성검사나 상식·전공시험 등은 혼자서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인·적성검사에서 성격·가치관·태도 등을 말하는 인성(人性)은 정답이 있을 수 없기에 애당초 준비가 가능한 주제가 아니다. 인성, 즉 ‘인간다운 성품’을 책이나 스터디를 통해 공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성은 좋고 나쁨도 없고 더더욱 정답은 있을 수 없다. 성격은 그 사람이 타고 태어난 고유한 성질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인성검사는 애초에 정답이 있는 시험이 아니다. 대답에 일관성 없고 신뢰도가 떨어지는 지원자를 추려내기 위한 검사일뿐이다. 또 적성검사는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꾸준히 풀다 보면 익숙해진다는 의미다. 상식·전공 등의 필기시험도 문제집 풀이 등을 통해 얼마든지 스스로 준비할 수 있다.


 결국 남는 것은 자기소개서와 면접이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은 혼자 준비하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브런치북 <면접의 속살>, <자기소개서의 정석>을 발간했다. 취업을 주제로 쓴 일종의 시리즈물이 된 셈이다.


 만약 서류전형이나 면접을 앞두고 시간에 쫓겨 핵심만 추리고 싶은 독자라면 <자기소개서의 정석>과 <면접의 속살>을 먼저 읽기를 권하고 싶다. 하지만 당장의 취업 성공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성공취업을 바라는 이라면 잠시라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신발 끈 고쳐 매는 느낌으로 이 책 <취업의 근본력>을 살펴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공취업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근본력'이기 때문이다.


 3권의 브런치북을 준비하면서 ‘함께’라는 단어의 소중함을 실감했다. 책들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참으로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자신들의 자기소개서와 사연을 책에서 소개할 수 있도록 흔쾌히 허락해준 회사 후배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분들이 필자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고 손 내밀어준 덕분에 부족한 책이 훨씬 풍성한 내용으로 채워질 수 있었다.

 모두가 취업이라는 여정을 먼저 나섰던 자신들의 경험이 지금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필자가 책의 부제(副題)를 취업준비생의, 취업준비생에 의한, 취업준비생을 위한 취업 가이드로 붙인 이유다.


 이런 분들이 계셔서 세상은 아직 살만한 따뜻한 온기를 유지하는 건 아닐까.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며 살아가고, 그러한 사람들 간의 연결, 즉 ‘관계’가 우리를 지탱시켜 주는 힘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그렇게 많은 분들이 정성 어린 도움을 주신 덕분에 드디어 책을 마무리했다. 이 모든 ‘함께’를 오래도록 가슴에 새기고 고마움을 간직할 것이다.

 끝으로 이 책과 함께한 긴 여정을 마치면서 독자가 되어주신 청춘들에게 디즈니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의 명대사를 들려드리며 마침표를 찍고 싶다. “이걸 기억하겠다고 약속해줘. 넌 네가 믿는 것보다 더 용감하며, 보기보다 강하고, 네 생각보다 더 똑똑하단 걸!” 취업으로 가는 여정 내내 이 사실을 잊지 말자. 여러분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용감하고, 강하고, 똑똑하며, 포기를 모르는 존재라는 걸.   



이전 18화 아직 너의 시기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