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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May 28. 2022

아직 너의 시기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

취업의 근본력-17

 글에는 감정이 묻어 나오고 쓰는 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배어 나온다고 했던가! 그래서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지나온 삶의 궤적을 돌아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순식간에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슬립’을 경험하는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자신이 쓴 글에 이끌려 어느 순간 청춘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

 필자도 한 때는 독자 여러분과 똑같이 일자리 간절한 청춘이었기 때문이다. 벌써 수십 년이 지났지만 취업에 대한 열망으로 애태우던 그 시절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박사과정에 진학했다가 갑자기 취업으로 진로를 바꾼 서른 줄에 접어든 늦깎이 취업준비생에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기대와 달리 세상은 쉽게 일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될 듯 될 듯하면서도 계속 취업은 되지 않고, 어느 곳에도 내 자리는 없는 듯했다.   


 외부와 단절한 채 혼자 묵묵하게 이겨내야 하는 고독한 시간들, 뜬금없이 몰려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주변의 걱정 어린 시선, 면접을 망치고 터덜터덜 힘없이 걸음을 옮기며 집으로 돌아오던 길의 처연한 심정! 세상이 무너질 듯 마음이 요동쳤던 경험들이다. 이런 수많은 아픈 기억의 조각들이 젊은 날의 초상으로 남아 있다.


 취업을 해야만 사회가 용인하는 쓸모 있는 인간이   있다는 조급증과 강박을 떨칠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의지만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 탓에 ‘열등한 존재’가 될 때 사람은 가장 좌절한다. 당연히 취업준비생 시절은 기죽고 절망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학생도 직장인도 그 무엇도 아닌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할만한 어떤 단어도 존재하지 않는 현실은 막막하고, 앞으로 삶이 어디로 흘러갈지 어떻게 풀려갈지 미래는 두렵기만 했다.


 경계인의 삶은 피곤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요즘 뭐하고 지내?” 지인들의 걱정 어린 안부 인사조차 비수처럼 날아와 가슴에 꽂히던 짠한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고작 ‘취업’이라는 두 글자가 그토록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 수 있을까? 지금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가슴 한편이 아려오는 느낌이다.

 청춘의 고단함이 온통 삶을 짓누르던 그때 필자에게 취업보다 넘기 힘든 큰 산은 없었다. 가만히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그 고단함의 이면에는 무엇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예전의 필자가 그랬던 것처럼 취업준비생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것은 ‘불확실성’이 아닐까? 취업을 갈망하는 청춘들의 마음을 한마디로 표현해주는 단어는 바로 ‘불안이다. ‘불안’이란 감정은 본래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기반한다. “앞으로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게 될까?” “과연 취업을 할 수는 있을까?” 물음표 투성이 미래로 인해 불안이 피어오른다.

  미래가 막연하고 불확실하다고 생각할  사람은 두려움을 느낀다. 두려움은 해도 안된다는 좌절감과 어떻게 해도 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절망감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내내 두려움이 끝도 없이 밀려든다. 그래서 ‘불확실성’만큼 사람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국어사전에서 청춘을 찾아보면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으로, 10대 후반에서 20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있다. 이렇게 한창 푸르게 틔워야 할 청춘의 시기이지만 취업준비생이 마주한 세상은 온통 잿빛이고 눈앞은 깜깜하고 막막하게만 느껴진다.


 고구마처럼 답답한 현실을 생각하면 절로 한숨을 내쉬게 되지만 똑같은 상황이 주어져도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마지막 잎새’를 보면서 누군가는 봄에 더 푸르른 이파리로 돋아날 것이라고 말하지만 어떤 사람은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는 순간 모든 게 끝이라고 얘기한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내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뿐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기가 바라고 믿는 만큼 이룰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계속되는 실패에 힘들고 지친 나머지 스스로를 끝없이 의심하게 되고, 결국 “난 안 되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스스로에게 붙였는지 모른다. 지금은 취업을 준비하는 청춘들에게 실패는 공기처럼 흔하고 성공은 보석같이 희귀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생의 쓴맛을 자주 보고 나면 실패가 두려워서 시도조차 주저하는 지나친 현실주의자가 되어버린다. 심리학에선 이를 ‘자기 효능감 상실’이라고 표현한다. 자기 효능감은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믿는 기대와 신념을 말한다.

 쉽게 말해 취업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린 상태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을 때가 찾아온다. 그렇다고 아무런 ‘기회’조차 없다고 체념하거나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된다.


 “벽은 돌려서 눕히면 다리가 된다”는 말이 있다. ‘벽’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나 관계의 단절을 은유한다. 안팎을 가르는 관계의 경계가 바로 벽이기 때문이다.


“벽이 있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벽은 우리가 무언가를 얼마나 열렬히 원하는 지를 가르쳐준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지 않는 사람은 ‘그 앞에 멈춰라’라는 뜻으로 벽이 있는 것이다”-외국 격언



 ‘다리’는 벽과 반대다. 다리가 갖는 상징성은 ‘극복’이나 ‘연결’에 있다. 어떻게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벽은 엄청난 반전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모든 일에 가장 큰 벽은 부정적인 생각이나 태도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포기’다. 어떤 일이든 희망을 잃지 않고 용기를 잃지 않는 사람이 끝내 성공한다.


 물론 희망을 갖는다고 해서 일이 저절로 술술 풀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복권을 사지 않으면 당첨될 확률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희망을 포기하는 순간 남아 있던 일말의 가능성조차 날아가 버린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축구 대표팀의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는 신조어가 될 정도로 많은 국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그래서 취업을 희망하는 청춘들에게 가장 절실한 삶의 태도를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긍정의 마인드’다.


  “막다른 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용기와 믿음이 사라질 때만 나타난다” 높디높은 취업 절벽에 내몰려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취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쉼 없이 발을 구르는 이 땅의 모든 청춘들과 <저니맨>이라는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을 함께 나누고 싶다.



 취업은 결국 긍정적인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기약 없는 취업준비에 지친 청춘들에게 힘내라고 말하기도 미안할 만큼 눈앞에 펼쳐진 채용시장 상황은 암울하기만 하다.

 드높은 취업 절벽과 마주한 채,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이 바뀌지 않는 청춘들에게 선택지는 양자택일처럼 보인다. 절망하거나 포기하거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일 앞에서 포기하지 않기란 누구에게나 쉽지 않으니까. 하지만 취업이라는 험난한 여정에서 섣부른 포기는 금물이다.     



 인생에는 눈앞에 보이는 가능성만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세상의 모든 성취는 결국 불확실성의 구간을 넘겨야 이루어진다.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어느 순간 새로운 길이 보인다.

희망은 삶의 어느 모퉁이에선가 예고도 없이 불쑥 튀어나와요”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 中


  지금 같은 취업 절벽 시대에 감히 쉽다고 말하진 못하겠다. 하지만 ‘적합한 인재’라는 방향타를 손에 쥐고 있는 한, 그리고 지원하는 기업과 직무에 대한 진심과 절실함이 있다면 취업은 절대 ‘넘사벽’이 아니다.

  비록 지금은 꿈같은 소망처럼 느껴지더라도 드넓은 세상 어딘가에는 분명 나를 필요로 하는 일, 나와 함께할 기업이 있다는 믿음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차분히 준비하자.


 그 과정에서 수없이 까이고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고 한들 상처받지 말자. 제발 섣부른 좌절이나 포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저 엎어진 김에 잠시 쉬어 간다고 생각하자. 인생은 쉬어가야 할 때는 쉬어가야 한다. 주먹 불끈 쥐고 한바탕 웃고 나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결국 여러분이 취업할 회사는 단 한 곳뿐이다.



 어차피 취업은 100전 99패를 당하더라도 딱 1승만 해내면 되는 게임이 아니던가. 어쩌면 우리에게 취업이라는 여정은 한 번의 성공을 위한 무수한 실패의 과정이 아닐까.

 취업이라는 캄캄한 터널을 지나면서 어떻게 버텨낼지, 과연 이 터널이 끝이 날지 가늠조차 되지 않아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는 청춘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시골의 너른 들판에 매화·장미·국화가 같이 자라고 있었다. 매화가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눈보라를 뚫고 꽃을 피워 봄을 가장 먼저 알려 주었다. 꼿꼿하고 굴하지 않는 기상이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여겨져 매화는 모두의 존경을 받았다. 장미와 국화는 매화 향에 취해 숨죽이고 지냈다. 초여름이 되자 장미가 화려하게 꽃을 피우며 ‘꽃의 여왕’으로 대접받았다.

 장미가 국화에게 말했다. “너는 어떻게 눈길 한번 끌지 못하고 늘 그 모양이냐” 국화는 좌절했다. 매화의 기상도 닮고 싶고 장미처럼 화려 해지 고도 싶었다. 하지만 발버둥 치고 노력해 보아도 꽃을 피울 수는 없었다.

 늦가을이 되어 찬 서리가 내리자 화려하고 잘남을 뽐내던 모든 꽃들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때 핀 국화는 오상고절(傲霜高節)의 기개를 가진 ‘군자의 꽃’으로 받았다. 민들레 씨앗이 국화를 부러워하며 말했다. “부족함이 많은 저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습니다”국화가 말했다. “너의 잘못이 아니다. 꽃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다. 아직 너의 시기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출처: 독서신문 2016.5.26



 꽃마다 피는 시기가 다른 것처럼 인생도 그렇다. 나의 가능성은 시간의 문제이지 결국 꽃을 피울 날이 올 것이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필자가 여러분과 같은 취업준비생 때부터 가슴에 새기고 사는 인생 문장이다.

 내가 닿고 싶은 지점을 보면서 계속 달리다 보면 어느덧 이르게 되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삶은 희망이다. 취업이라는 삶의 한 여정(旅程)도 그렇다.

“이 비가 그치면 별을 품은 당신의 기후가 올 거야. 땀으로 정신은 빛나고우리는 쉬지 않고 붉어질 거야”- 황규관 시(詩), 아름다움이라는 느린 화살 中


 지금까지가 전부이고 끝이 아니라 ‘아직이다. 우리는 시간과 시간 사이의 틈새에서 살아간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미 시간이 지났다는 아쉬움과 아직은 시간이 남았다는 희망이 뒤섞인다.

 하지만 이미라는 살아낸 시간과 ‘아직이라는 살아갈 시간, 그리고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어디로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오롯이 인생의 주인인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세상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아니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이 때(시기)인지 모른다. 인생이란 자신만의 속도로 는 것이다.  

 누군가는 멀찌감치 앞서가고, 누군가는 중간에 있으며, 또 누군가는 처져서 한참 뒤에 달리는 듯보여도 결국 모두가 삶을 완주해낸다.

 세상의 시곗바늘이 아무리 빨리 돌아도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인생 속도가 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중이다. 내가 낼 수 있는 나의 속도를 받아들이고 묵묵히 걸음을 옮기면 된다. 살다 보면 안달복달하기보다 시간에 맡겨 두면 되는 일들도 있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눈앞의 현실은 늘 그대로인 것 같아 힘이 빠지고, 모든 노력들은 무용한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우리는 취업을 향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빠르냐 늦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언젠가는 모두 취업의 관문을 넘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용기란 힘이 없을 때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시어도어 루즈벨트(미국 26대 대통령)


 그리고 직업생활은 순식간에 승부가 가려지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할 마라톤이다. 그렇다면 입사는 성공취업이라는 마라톤에서 이제 막 스타트라인을 넘어섰을 뿐이다. 아주 직은 첫발을 뗀 것이다. 



 이 첫발이 어떤 발걸음으로 이어질지는 끝까지 가 봐야 안다. 결과는 많은 시간이 흘러야만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마라톤에서 승부는 먼저 출발하느냐가 아니라 먼저 도착하는 가로 가려진다. 결승선을 누가 먼저 통과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생은 끝없이 성장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모든 성장에는 성장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취업은 누구나 거쳐야 하는 인생의 여러 관문  하나다.

 우리  속에는 성장하면서 시기마다 겪게 되는 인생의 의식, ‘통과의례들이 있다. 개중에는 빨리 벗어나고 싶은 순간도 있고  붙들고 싶지만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순간도 있다. 우리 모두는 삶의 여러 지점에서 이런 다양한 순간들과 더불어 시간을 보내면서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모든 순간들의 공통점은 언젠가 아련한 추억이 된다는 것이다. 인생은 긴 여정이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힘든 시간도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금 취업으로 인한 아픔이나 고민들도 어엿한 직장인이 되고 나서 돌아보면 사춘기의 성장통처럼 무덤덤하게 느껴지는 때가 반드시  것이다.


 시계추를 과거로 돌려 고등학교 시절 기억을 꺼내보자. 그때 고등학생의 시선에서 대학 입시는 그야말로 ‘넘사벽’처럼 보이지 않았던가?

 하지만 여러분은 그 넘사벽을 가뿐하게 넘어선 사람들이다. 취업도 마찬가지일 테다. 언젠가 한 강의실에서 마주친 인상적인 문구를 이 책을 읽어주신 취업준비생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누구보다 빛날 너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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