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오늘의 웹툰>을 본방사수 중이다. 국내 굴지의 IT기업 네온에서 웹툰 편집자라는 꿈을 이루어가는 주인공들의 좌충우돌 성장기가 주된 스토리다. <오늘의 웹툰>은 2016년에 방영된 원작 일드 <중쇄를 찍자!>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 일드가 필자에게는 그야말로 시간 순삭 드라마였기에 더더욱 흥미롭게 시청하고 있다. 특히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다. 원작의 색깔이나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도 웹툰이 대세인 우리나라 상황을 반영해서 출판 만화 편집부가 아니라 웹툰 편집부로 무대를 바꾸는 등 몇 가지 달라진 설정들이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필자는 주인공들의 입사 경로(入社 經路)를 ‘공채’와 최근 핫한 채용 트렌드인 ‘수시 채용’으로 나눈 설정이 흥미로웠다. 채용 방식은 크게 ‘공채(공개 채용)’와 ‘수시 채용’으로 구분한다. 공채는 한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채용방식이다. 일본은 아직도 공채 중심의 채용문화가 여전하지만 한국은 최근 급속도로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공채’와 ‘수시 채용’의 차이는 무얼까?
우선 공채는특정 기간을 정해서 회사 전체적으로 또는 모든 직무에 필요한 신입사원을 한꺼번에 뽑는 채용방식이다. 공채(제도)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보통 상하반기로 구분해 연간 1~2회 정기적(定期的)으로 채용을 실시했다. 그래서 정기 공채라고도 했다.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많은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에 비해 수시 채용은 회사 전체가 아니라 부서(직무) 별로 인력수요가 발생하면 그때그때 채용공고를 내서 필요한 만큼 채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이미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수시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금융권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2019년부터 연중 수시 채용 방식으로 신입사원을 뽑고 있는 KEB하나은행을 필두로 국내 은행들도 앞다퉈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다.
신입사원 공채는 인력수요가 많았던 70~80년대 산업화 시기에 “미리 사람들을 많이뽑아놓고 키워서(육성하여) 쓴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면서 기업들이 기존의 공채로는 필요한 시기에 원하는 인재를 뽑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에는 직무별로 필요한 인재를 그때그때 바로 뽑아 쓰는 직무중심의 ‘수시 채용’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갈수록 줄어드는 공채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699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2019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방식>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186곳의 채용방식에서 공채 비중이 56.4%로 지난해 하반기 공채 비율(67.6%) 대비 11.2% 포인트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같은 조사에서 공채 비율이 59.5%였던 것을 감안하면 대기업의 공채 축소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대기업의 수시 채용 비율은 지난해 하반기 11.8%에서 올해 하반기 24.5%로 비중으로만 보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한 하반기 채용 예정 기업의 채용방식은 공채가 49.6%, 수시 채용이 30.7%, 인턴 후 직원 전환이 19.6%였다.
수시 채용은 기업의 부서별로 인력 수요가 생겼을 때 채용공고를 내고 인원을 충원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채용방식 변화를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채제도는 한국산업이 성장기에 있을 때 시행된 것”이라며 “최근 한국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채용방식도 효율적인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매일경제 2019.8.26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의 전환이 취업을 준비하는 청춘들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얼까? 혹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당장 취업준비생들은 채용 인원 축소가 걱정이다.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만 뽑다 보면 아무래도 채용 인원이 줄어들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수시 채용은 그저 채용의 시기와 방법을 바꾼 것뿐이다. 인재를 미리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한꺼번에 많이 뽑는 게 아니라 신규 사업 진출 등 인력 수요가 실제 발생한 경우 해당 직무에 한정해 채용공고를 내고 그때그때 뽑는 것이기 때문이다. 채용 인원은 채용 시기와 방법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문제다.
필자가 말해주고 싶은 것은 ‘수시 채용=채용 인원 축소’는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는 것이다. 수시 채용을 채용의 시기나 인원의 문제로만 이해한다면 “달을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쳐다보는”격이다. 정작 중요한 핵심은 놓치고 변죽만 울린다는 의미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봐야 한다.
취업준비생들이 새겨야 할 진짜 포인트는 따로 있다. 바로 채용의 기준이다. 수시 채용의 목적은 한마디로 ‘직무(역량) 중심’의 채용에 있다. 빠른 인력 충원과 함께 직무역량이 중시됨에 따라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상이 ‘제네럴리스트(범용인재)’가 아니라 ‘스페셜리스트(전문가)’로 바뀐 채용환경의 변화가 수시 채용이 급속히 확산되는 근본적인 배경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의 인재 육성 체계는 (ㅗ) 자형이었다. 일단 뽑고 나서 본인의 적성이나 희망, 회사의 필요에 따라 특정 분야(직무)의 전문가(Specialist)로 키우는 방식이었다. 바꿔 말하면 모든 신입사원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 뽑았다가 입사 후에 스페셜리스트로 키워졌다. 이러한 인재 육성 체계에서는 남들보다 빨리 많이 뽑는 채용 방식이 중요했다. 공채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변화가 일상화되고 기술 혁신이 가속화하면서 이제는 한 사람이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기란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해서 기업의 인재 육성 체계도 (ㅗ) 자형에서 (ㅜ) 자형으로 바뀌었다. 처음부터 분야별로 전문가를 뽑았다가 입사 후에 자신의 분야에서 확고한 전문성을 갖추고 나면 분야를 확장해서 궁극적으로 여러 분야에 걸쳐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춘 ‘T자형 인재'(2개 이상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인재는 파이(Π) 형 인재)’로 양성하는 방식이다.
우리속담에 “자리가사람을만든다”라는것이있다. 처음에는어울리지않는자리(Job)라도일단맡기고시간이지나면누구나그자리에어울리는사람으로성장한다는의미다. 바로 (ㅗ) 자형시대의 인재 육성 철학을 대표하는 말이다. 하지만전문성을중시하는 (ㅜ) 자형시대에는 더 이상 “자리가사람을만든다”는통하지않는다. 처음부터그자리에적합한사람을앉혀야한다는의미다.
이러한 (ㅜ) 자형 인재 육성 체계에 적합한 채용 방식은 당연히 직무별 채용, 즉 수시 채용이다. 최근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하기보다는 경력사원을 선호하는 현상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범용 인재를 뽑아 전문가로 육성하여 활용한다”는 생각에서 "처음부터 (해당 직무에서 역량이 검증된) 전문가 또는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뽑겠다"로 바뀐 것이다.
당연히 수시 채용은 채용절차에서도 기존과는 차별화된 방법이 적용된다. 수시 채용이 일상화되면서 직무에 관계없이 획일화되었던 채용기준 대신에 각각의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뽑을 수 있는 채용기준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예컨대, 기존 공채에서는 공통적인 면접 질문지가 사용됐다면, 수시 채용에서는 직무별로 차별화된 질문지를 활용하는 식이다. 따라서 수시 채용의 확산에 따라 앞으로는 요즘 유행하는 ‘기승전 직무’라는 표현처럼 ‘직무적합도’가 지원자를 평가하고 채용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왜 그럴까? 수시 채용은 HR(또는 채용) 부서가 아니라정보기술(IT)·전략·재무·마케팅·해외영업 등 현업 부서에서 채용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인재를 언제·어떻게 뽑을지를 기존의 공채처럼 채용담당자들이 아니라 현업부서에서 결정한다는 애기다. 지원자가 지원한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이나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가장 잘 검증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채용여부를 결정짓는 면접에서도 현업 부서에서 일하는 담당자나 임원 등 실무 면접관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 당연하다! 신입사원과 함께 일할 사람이 직접 뽑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가?
지원자 입장에서는 해당 분야(직무)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전문가들을 면접에서 맞닥뜨리게 된다는 애기다. 채용하는 직무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이들은 지원자의직무적합도를 매의 눈으로 검증한다. 따라서 ‘직무적합도’에서 합격점을 받아야만 그토록 바라는 취업의 꿈을 이룰 수 있다. 기업들이 지금까지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 두루적합한 인재를 뽑았다면 앞으로는 직무에 보다 초점을 맞추어 적합도를 검증하여 채용한다는 애기다.
(입사 후에 신입사원이 맡게 될) 직무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공채에서는 아무래도 우리회사의 기업문화나 인재상에 잘 맞는가를 따지는 ‘조직적합도’에 포커스를 맞추지만 직무 단위로 뽑는 수시 채용에서는 상대적으로 ‘직무적합도’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수시 채용에 중요한 역량?’을 물었더니 직무 관련 경험이 47%로 1위, 이어 직무 관련 지식이 15,8%로 2위로 꼽혔고 조직적합도는 14.7%에 그쳤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마디로 수시 채용의 확산에 따라 채용하는 직무에 딱 들어맞는 ‘맞춤형 인재’만이 경쟁이 치열한 취업시장에서 ‘핫템’(핫한 아이템)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대기업 잇달아 수시 채용 전환 ‘스펙’보다 ‘직무경험’ 쌓아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상·하반기를 나누어 연간 2회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던 ‘취업 시즌’이 옛말이 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이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수시 채용의 핵심은 직무경험이다.
인사담당자들은 수시 채용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원자의 역량에 대해 ‘직무 관련 경험’(47.4%)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은 ‘직무 관련 지식’(15.8%)이었다. ‘조직적합성’(14.7%), ‘인성 태도 성격’(12.6%)보다도 전문성이나 경험을 중요한 지표로 보는 셈이다. 직무 경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만큼 일찍부터 본인이 원하는 직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설정하고 그에 맞는 대비를 해야 한다.
경험이라는 스펙은 단기간에 취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동안 진행했던 스펙 쌓기가 다양한 경험을 드러내는 ‘박물관식’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특정한 직무’에 맞춰 집중하는 식으로 세분화해 집중하는 편이 좋다. 내가 이 직무에 적합한 인재라고 광고할 때 충분한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턴십, 공모전, 자격증, 아르바이트 등 사소한 경험부터 큰 노력이 필요한 경험까지 원하는 직무와 연결 지어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출처: 서울경제 2021.2.4
국내 기업들은 지금까지 대규모 공채로 한꺼번에 뽑은 인력들에게 획일적인 보상과 처우를 제공하는 ‘집단적(Collective) 인사관리’가 오랜 관행이었다. 하지만 수시 채용의 확산은 그때그때 직무별로 적합한 인재를 필요한 만큼 뽑고, 또 채용 후에는 개인의 역량이나 담당하는 직무(가치)에 따라 보상과 처우를 달리하는 ‘개별화된(Individualized) 인사관리’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수시 채용이 ‘표적 채용’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의 전환은 선발 기준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앞에서 언급했듯 공채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 즉 ‘범용 인재’를 뽑는 데 주안점을 둔다. 범용(汎用)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분야나 용도로 널리 쓰는 것”이다. 공채를 실시하는 기업이라면 면접 단계에서 지원자가 입사 후에 어떤 일(Job)을 맡게 될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자연스레 면접관은 고민에 빠진다. ‘여러 일을 두루 잘할 것 같은’ ‘어디에 갖다 놔도 제 몫을 해낼 것 같은’ 다방면에 뛰어난 인재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애당초 말이 되지 않는다. 기업 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직무들이 저마다 필요로 하는 역량이 다른데 어떤 일을 맡겨도 다 잘하는 지원자라니! 면접관의 고민은 도대체 그런 인재를 어떻게 알아보느냐 하는 것이다. 결국 면접관은 가장 무난한(?) 선택을 하게 된다. 바로 출신학교·자격증·어학점수 등의 ‘스펙’을 기준으로 뽑는 것이다. 숫자로 표시되는 스펙은 쉽고 빠른 평가가 가능하기에 많은 인원을 뽑아야 하는 공채에는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명문대 졸업장, 높은 학점이나 어학점수 등의 스펙은 직장인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덕목으로 꼽히는 인내와 성실성의 보증수표로 여겨졌다. 설령 잘못 뽑더라도 스펙을 잣대로 삼았다면 누구도 뭐라 하기 힘들었다. 평가의 효율성과 평가에 따른 부담이라는 측면에서도 스펙은 무난한 기준이었다는 의미다. 당연히 공채에서는 스펙을 두루 갖춘 지원자가 유리했다.한마디로 공채에서는 스펙 고고익선(高高益善)·다다익선(多多益善)이 취업의 성공 방정식이었다.
공채를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적재적소(適材適所)’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씀”이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공채는 먼저 사람을 뽑고 나서 그 사람에게 적합한 자리가 무엇인지 또는 어떤 일을 맡길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수시 채용은 ‘적소적재(適所適材)’다. 사람이 아니라 일을 먼저 고민한다.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을 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를 꼼꼼히 따져본 다음에 그 일(자리)에 적합한 사람을 뽑는다.
그래서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의 전환을 기존의 ‘사람중심’ 채용에서 ‘직무중심’으로 채용방식을 바꾸는 패러다임의 변화(Paradigm)로 표현하기도 한다. 토마스 쿤(Thomas Kuhn)이 말한패러다임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관점’을 뜻한다. 따라서 직무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기업이 ‘스펙’이라는 획일적인 잣대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직무’라는 관점에서 지원자를 바라보고 평가한다는 의미다. 예전처럼 ‘스펙 부자’가 아니라 채용하는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과 전문성을 세밀하게 검증해서, 즉 직무적합도라는 잣대로 지원자를 뽑는다는 얘기다.
대기업 인사팀 차장의 한탄
서울 명문 사립대 인문계열에 다니는 현모 씨는 지난해 졸업을 1년 유예하고 취업준비를 시작했다. 취업의 문턱은 너무 높았다. 학점 4.0에 토익 950점이 넘는 ‘고(高) 스펙’을 갖추고도 수시 채용에서 번번이 낙방했다. 그는 “저학년 때부터 기업 인턴십이나 직무 관련 경험을 쌓지 않은 게 후회된다”라고 털어놨다. 대기업 인사팀에서 일하는 이모 차장은 취업준비생들의 입사지원서를 보면 입이 벌어진다. 학점과 영어점수는 과거 자신이 입사했을 때와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데도 뽑을 수 없어 안타깝다고 한다. 이 차장은 “수시 채용에선 ‘직무적합성’이 사실상 합격의 80%를 좌우한다”라고 했다.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기업들은 과거 스펙 위주의 채용에서 ‘직무적합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변했다고 강조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직무적합성은 학벌이나 학점·토익에 덧붙이는 ‘플러스알파’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수시 채용이 도입되면서 직무적합성은 채용의 핵심 기준이 됐다. 취업 전문가들은 수시 채용 도입은 ‘전문성의 시대’가 심화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취준생 각자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직무설계를 한 뒤 그 분야 전문가가 되기 위한 경험과 이력을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규창 한양대 경영대학장은 “이것저것 스펙을 많이 쌓는 것보다는 관심 분야에 집중해 경험과 스펙을 축적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는 전문성의 시대가 본격 열리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최준희 LG전자 인재확보팀장은 “지원한 직무에 얼마나 관심이 있고,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를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강력하게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출처: 한국경제 2021.1.31
그런데 “수시 채용을 하는 기업에서는 스펙을 전혀 따지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스펙은 당연히 평가에 반영한다. 예를 들어 해외영업이라면 일정수준 이상의 어학 성적이 필수다. 또 직무에 따라서는 자격증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다. 실제 기업의 회계직무는 채용공고에 자격요건으로 전산세무회계 등 관련 자격증을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채용하는) 직무에서 특정 스펙 보유 여부를 자격요건으로 명시했다면 요구하는 스펙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뽑지 않을 게 당연하다.
다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공채와 달리 수시 채용을 하는 기업은 직무와의 관련성이 낮은 스펙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직무와 관련성이 있어도 일정 수준을 넘어선 지원자들 간에 스펙은 거의 변별력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스펙은 그저 참고 자료일 뿐이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면 스펙은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결코 충분조건은 아니다.
오히려 해당 직무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즉 ‘오버 스펙’이나 ‘잉여 스펙’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기업은 지나치게 스펙이 좋은 지원자를 경계심을 갖고 바라본다. 우수한 스펙을 앞세워 언제든 회사를 떠나버리면 또다시 신입사원을 뽑아야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펙이 많을수록 또 높을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애기다. 한마디로 수시 채용에서는 공채와 달리 스펙 고고익선(高高益善)·다다익선(多多益善)은 통하지 않는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 시대의 새로운 요청에 응답할 수 있고, 보다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세상의 이치다. 대세로 자리 잡은 수시 채용의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취업준비생들은 다른 무엇보다 ‘직무적합도(Job-Person Fit)’를 높이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핏(Fit)’ 하면 반사적으로 청바지를 떠올리겠지만 성공취업을 위해서도 지원한 직무와의 ‘핏’이 더없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지원한 직무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준비는 디폴트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축구 강슛
"한 회사에서 영업직무를 맡길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었다. 서류접수가 끝나고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훑어보던 채용담당자는 한 지원자의 특기란이 “축구 강슛”이라고 적힌 것을 발견했다. 보통의 경우 취미, 특기란은 영화감상, 운동, 여행, 독서와 같은 단어들이 차지한다.
축구면 축구지, 축구 강슛은 뭔가.채용담당자는 흥미가 생겼다. 면접에 온 지원자는 면접관의 질문을 받는다. 특기란이 특이하네요. 그냥 축구도 아니고 축구 강슛은 무슨 뜻인가요?”
지원자가 답했다. “공을 백발백중으로 넣은 것은 못하더라도, 누구보다 강하게 슛을 때릴 자신이 있습니다.” 영업에 “콜드 마케팅”이라는 것이 있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찾아가 홍보를 하고 상품을 파는 것으로 그 성공률은 10%도 넘기 힘들다. 하지만 영업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매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주저 없이 뛰어나가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힘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영업의 가장 기본자세이다.
이 지원자는자신이 지원한 직무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그리고 그것을 나와 연결 지어, 자신의 무엇이 이 직무와 맞는지를 알맞게 짚어내고 있다. 이 지원자라면 도중에 성격이 맞지 않는다며 출근을 하지 않는다든지, 영업 성공률이 낮아 자신감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믿음을 심어준다. 당연하다. 이런 이력서는 붙는다.준비된 지원자는 “직무”를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과 연결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이 두 가지가 해결되면, 그 지원자의 이력서는 달라진다.-출처: Kyle Lee 지음, <채용담당자가 전하는 취업의 정석> 47~50p 中
수시 채용으로의 전환에 따른 인재상 또는 선발 기준의 변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시 드라마 <오늘의 웹툰>으로 돌아가자. <오늘의 웹툰>에는 IT기업 네온의 신입사원인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한 사람은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오직 유도에만 매달렸던 ‘온마음’, 또 다른 주인공은 ‘구준영’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입사 경로가 다르다. 구준영은 공채, 온마음은 수시 채용으로 입사했다. 또 구준영은 정규직, 온마음은 계약직이다.
사실 온마음과 구준영은 공채 최종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 하지만 온마음은 최종 면접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구준영은 최고 성적으로 공채에 합격했다. 그런데 최종 면접에서 온마음을 눈여겨본 웹툰 편집부장 만철이 그녀를 1년 육아휴직에 들어간 PD를 대신할 계약직으로 뽑은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아주 현실적인 설정이 아닌가 싶다.
구준영은 누가 보더라도 공채에 최적화된 지원자다. 아이큐 150을 자랑하는 그는 명문 대학교 졸업장에 각종 자격증까지 갖춘 ‘고(高) 스펙’ 보유자다. 여기에 준수한 외모에 화려한 말발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인재다. 따라서 구준영이 공채에서 최고의 성적으로 입사한 것은 당연한 결과일 테다. 하지만 유도를 빼고 나면 배달과 보안요원 아르바이트 경력이 전부인 온마음은 내세울만한 스펙이 하나도 없다. 스펙만 놓고 보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인 셈이다.
사실 스펙만이 아니다. 면접은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뽑는 자리다. 공채라면 ‘우리회사’는 이미 정해져 있다. 하지만 (입사 후에 맡게 될) 직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면접에 가는 지원자라면 당연히 ‘우리회사’ 혹은 지원한 기업에 대한 공부는 필수다. 구준영은 면접에서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네온의 사업 현황과 향후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명쾌한 근거와 똑 부러지는 논리로 대답해서 면접관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온마음은 IT기업 네온에 지원했으면서도 IT업계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인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고객의 온라인 정보를 이용해 새로운 고객을 모으는 마케팅 기법)을 모른 탓에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다. 누가 보더라도 구준영의 공채 합격과 온마음의 탈락은 당연한 결과다. 그러니 드라마에서 두 사람의 대조적인 입사 경로는 그야말로 현실적인 설정이다.
그런데 입사 후에 드라마틱한 반전이 펼쳐진다. 웹툰 편집부에 배치된 두 사람은 극과 극처럼 비교된다. 하지만 서로 비교당하며 좌절에 빠진 쪽은저스펙자 온마음이 아니라 스펙 부자 구준영이다. 온마음은 웹툰에 대한 열정과 특유의 행동력을 앞세워 금세 선배들에게 인정받는 신입사원으로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입사 성적은 물론이고 인턴 기간 중에도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던 구준영은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는다. 웹툰 PD이면서도 웹툰에 대한 관심은커녕 웹툰을 보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그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탄탄대로를 걸어왔던 구준영은 난생 처음 자괴감에 시달린다. 이제껏 그가 공들여 쌓아 왔고 자부심의 근간이었던 스펙마저도 웹툰 편집부에 와서는 쓸데없이 화려하기 만한 잉여 스펙, 오버 스펙에 불과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고민에 빠진 구준영은 결국 편집장 만철에게 부서 이동을 요청한다. 하지만 만철은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라는 어느 만화에 나오는 명언을 들려주며 구준영의 요청을 뿌리친다. 결국 구준영은 퇴사를 결심하고 다른 회사에 지원해서 면접 일정까지 잡힌다. 면접을 보러 가던 준영은 우연히 눈에 들어온 네오 웹툰 광고를 보고 마음을 바꾼다. 물론 원작 일드의 스토리로 미뤄보면 구준영은 네온에서 훌륭한 웹툰 PD로 성장할 게 틀림없다.
하지만 분명 공채 면접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반전 그 자체다. 무엇이 그런 반전을 만든 것일까? ‘스펙’이 아니라 웹툰 PD라는 ‘직무’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구준영이 선망의 IT기업 네온 입사를 위해 화려한 스펙을 쌓는 동안 온마음에게는 오로지 열정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웹툰 PD라는 직무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그 열정이다.
그런데 만약 구준영과 온마음이 처음부터 ‘공채’가 아니라 웹툰 편집부의 PD를 뽑는 ‘수시 채용’ 면접에서 만났다면 어땠을까? 그런 경우에도 고스펙자 구준영이 저스펙자 온마음을 압도할까? 다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재현될까?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공채와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질 테다.
평가의 잣대는 스펙이 아니라 직무적합도, 평가자들도 다양한 부서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아니라 웹툰 편집부에 일하는 선배사원들일 테니까. 구준영은 네온이라면 그리고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부서(또는 직무)라도 관계없다. 하지만 온마음의 목표는 오직 웹툰 편집부다. 유도를 포기하고 주저앉을 뻔한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 두 번째 꿈인 ‘웹툰(PD)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실제 온마음은 다른 웹툰 회사에 지원했다가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가 네온 웹툰 편집부의 입사 제의를 받은 것이다. 말하자면 웹툰 PD라는 직무의 관점에서 보면 구준영은 제너럴리스트, 온마음은 스페셜리스트의 마인드인 것이다.
수시 채용의 실무 면접관들은 “함께 일하고픈 후배 직원을 뽑는다”라는 마음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 만약 여러분이라면 동료 직원으로 어떤 사람을 뽑겠는가? 눈앞에 보이는 화려한 스펙인가? 아니면 스펙에 가려진 열정과 (잠재) 역량인가? 수시 채용에서 성패를 가르는 것은 스펙이 아니라 직무적합도다. 온마음과 구준영을 바라보는 네온 편집부 직원들의 엇갈리는 시선이 웅변하는 지점이랄까!
수시 채용은 공채와 달리 언제 채용 공고가 뜰지 알 수 없다. 채용 공고를 보고 나서야 그때부터 해당 직무와 관련된 스펙이나 경험을 준비하기 시작한다면 버스는 이미 지나갔다. 그래서 수시 채용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더없이 중요하다. 입사를 희망하는 기업과 직무, 즉 목표 기업과 목표 직무를 미리 정해야 한다는 애기다. 취업 목표를 정할 때 팁을 드리자면 요즘은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 직업’의 시대라는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영화나 책을 보다가 어떤 대사나 장면이 내 안으로 들어와 쏙 박히는 느낌을 받은 때가 있을 것이다. 필자도 연기파 배우 잭 니콜슨이 열연을 펼친 영화 <어바웃 슈미츠>를 보면서 그런 경험을 했다. 영화는 주인공이 마지막 출근 날에 깨끗이 정리한 책상에 앉아 시계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윽고 시계가 정확하게 5시를 알리자 그는 천천히 일어나 벽에 걸린 코트를 내리고 문을 나선다. 30년을 하루같이 몸 바친 정든 직장과 이별하는 순간이었다. 필자의 마음을 촉촉하게 만든 바로 그 장면이다. 아마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동병상련의 마음이 아닐까?
하지만 요즘의 직장인들에게는 정년퇴직을 하며 느끼는 그 쓸쓸함마저 동경의 대상이다. 오륙도(50~60대까지 회사 다니면 도둑놈)·사오정(45세 정년퇴직)이란 말처럼 언제 직장을 떠나게 될지 모를 고용불안의 시대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은퇴 연령은 고작 54세다. 한 번 입사하면 평생을 직장과 함께 늙어가는 ‘평생직장’은 이미 흘러간 옛 노래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어떤 직장에서든 평생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평생 직업(Job)’을 갖는 것은 내가 하기 나름이다. 따라서 기업보다는 직무에 초점을 맞추어 취업 목표를 정하길 권하고 싶다. 그리고 취업 목표에 맞추어 필요한 준비들을 차근차근 해나가는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나’를 제대로 알고 철저한 직무분석을 통해 나와 취업을 희망하는 직무 사이에 확실한 ‘연결고리’를 찾아내야 한다. 막연한 ‘바람’이 아니라 구체적인 ‘목표’가 될 수 있도록 직무를 꼼꼼히 살펴보란 뜻이다. 그래야 기업이 찾는 채용하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로 나를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내가 왜 필요한지? 나를 왜 뽑아야 하는지? 이유를 기업에게 이해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면서 내가 가진 스펙과 경험, 그리고 역량 등을 따져서 가장 궁합(宮合)이 맞는 직무에 지원해야 취업에 성공하기도 쉽고 입사 후에도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이어갈 가능성도 커진다. 이것이 바로 수시 채용 시대에 꼭 필요한 ‘취업의 근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