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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Aug 29. 2022

취업준비생에게 권하고픈 영화

  손에 잡힌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다가 무심코 TV 전원 버튼을 꾹 눌렀다. 한 케이블 채널에서 영화 <타이타닉>이 방영되고 있었다. 100여 년 전 대서양을 항해하다가 빙산에 부딪쳐서 침몰한 여객선 타이타닉호를 소재로 한 영화다. 마침 타이타닉호가 거대한 빙산과 충돌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배를 몰던 항해사는 갑자가 나타난 빙산을 보고 황급히 방향을 틀었다. 가까스로 빙산을 피했다고 생각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타이타닉이 피한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고, 결국 빙산과 부딪친 배는 차디찬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고 만다.



 ‘빙산(Iceberg) 빙하가 바다까지 흘러나와 자연스럽게 생긴 얼음 산이다. 빙산은 전체의 일부분만  위에  있고 대부분은 수면 아래에 모습을 감추고 있다. 우리가 “어떤 일의 대부분은 숨겨져 있고 겉으로 드러난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의미로 사용하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도 여기서 유래했다. 그렇다면 ‘빙산

 일각’에서 ‘일각(一角)’ 얼마나 될까? 빙산에서 겉으로 드러나서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있는 부분은 대략 전체의 1/10 안팎이다. 즉 빙산의 일각은 10% 남짓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빙산의 일각을 통해 배우는 삶의 교훈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살다 보면 빙산의 일각만 보고, 물속 깊이 숨겨져 있는 빙산의 실체를 놓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하지만 일각에만 정신이 팔려서 빙산 전체를 알아보지 못하면 타이타닉처럼 수면 아래 숨어 있는 얼음 때문에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우리는 사물을 바라볼 때 그것의 ‘본질’보다 먼저 ‘외형’에 시선이 끌리곤 한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본질은 놓치고 보이는 단면으로만 판단하는 실수를 종종 저지른다.



 사람을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다. 채용을 하면서 학벌·학력·어학점수·자격증 등 눈에 보이는 숫자로 표시할 수 있는 ‘스펙’이라는 잣대로만 지원자들의 우열을 가려온 기업들도 그랬다. 이런 기업들에게 하버드대학교의 맥클랜드(McClleland) 교수는 역량의 빙산 모델(Competency Iceberg Model)’을 제시해서 경종을 울렸다.


 채용의 본질은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뽑는 것이다. 그런데 맥클랜드 교수는 역량도 빙산처럼 관찰과 측정이 가능한(Observable & Measurable)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나뉜다고 설명한다. 즉 역량이라는 빙산 전체 중에 물 위에 드러나 쉽게 볼 수 있고 측정(평가)도 용이한 역량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수면 아래에 잠겨 있는 대부분의 역량은 보이지 않아서 평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맥클랜드 교수에 따르면 빙산의 상층부에 있는 지식(Knowledge) 스킬(Skills)이 역량의 구성요소 중 가시적인 부분(Visible Part),  빙산의 일각(一角)이다. 그리고 주로 태도(Attitude)의 영역에 속하는 특성(Traits)·가치관(Values동기(Motives) 등이 하층부에 있는 역량의 비가시적 부분(invisible part)이다. 흥미로운 것은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非可視的) 부분이 성과 창출에는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보이는 빙산의 일각이 지원자의 공부머리’라면 보이지 않는 나머지 부분이 정작 기업에게 중요한 지원자의 ‘일머리’인 셈이다.   



  수면(水面)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에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상층부의 지식(Knowledge) 스킬(Skills)은 상대적으로 변화하기 쉬운(easier to change) 특성이 있다. 학습이나 훈련을 통해 향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하층부에 있는 태도(Attitude) 잘 바뀌지 않는다(harder to change). 학습이나 훈련을 통한 개선도 기대하기 힘들다. 애당초 가르치거나 배울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태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채용 단계에서 거르지 못하면 답이 없다는 얘기다. 요즘 기업들이 서류전형이나 면접에서 지원자를 평가할 때 학점이나 자격증, 얕은 전공지식보다는 일하고자 하는 의지(열정), 배우려고 하는 자세,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살갑게 다가가는 태도나 됨됨이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역량의 빙산 모델’을 통해 기업이 채용에 대해 얻은 깨달음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눈에 보이는) 지식이나 기술이 중요한 역량인 것은 사실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 그리고 기업은 빙산의 일각이 준 교훈을 실천에 옮겼다. 요즘 취업시장의 대세로 꼽히는 ‘블라인드 채용’이 그것이다. 블라인드 채용은 예전처럼 스펙을 따지지 않겠다는 기업의 공개적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스펙’이라는 선입견을 떼고 봐야 빙산 아래에 숨겨진 역량,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PT면접·토론면접·상황면접(가상의 (업무) 상황을 알려주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질문)·롤플레잉(Role-Playing·지원자에게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그를 통해 직무역량을 평가하는 면접으로, 예를 들어 특정한 물건을 세일즈 하게 함으로써 지원자의 영업역량을 평가) 면접 등 예전에 비해 면접의 종류가 훨씬 다양해지고 면접 횟수를 늘리거나 면접대상자를 많이 뽑는 기업들도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면접(面接)은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는 평가의 구체적인 근거나 증거(Evidence)를 찾기 위해 면접관들이 얼굴을 맞대고 지원자들의 면면(面面·각각의 여러 사람 또는 여러 얼굴)을 살피는 과정이다. 따라서 면접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서류전형이나 필기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지원자의 역량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빙산의 일각’이 아니라 역량이라는 빙산 전체를 보고 평가함으로써 채용 실패를 줄이고 보다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한 노력이다.


 기업이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이유는 화려한 스펙에 가려져서 놓칠 수 있는 인재, 입사 후에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인재를 뽑기 위해서다. 스펙이 뛰어나다고 해서 역량이 우수하고 회사에 더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숱한 경험을 통해 깨우쳤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질문이 떠오른다.


 스펙이 아니라면 도대체 기업은 무얼 보고 지원자를 평가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경험’이다. 자기소개서에는 ‘경험 기반 (질문) 항목’, 면접에는 ‘경험 기반 면접’이라는 말이 일상화될 정도로 요즘 기업들은 지원자의 이런저런 경험들을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끊임없이 캐묻는다. 역량의 빙산 모델에서 일러준 대로 태도(Attitude)의 영역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태도는 인간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말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이다.  태도는 행동에 드러난다. 바꿔 말하면 사람의 모든 행동은 태도의 표현이다. 그렇다면 (관찰 가능한) 행동을 통해 사람의 태도를 평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경험은 (과거) 행동의 산물이다. 경험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고,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았고, 그를 통해 어떤 배움과 깨달음을 얻었는가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따라서 경험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태도 등 안에 드러난 사람의 내면까지 파악할 수 다.  ‘공부머리’ 보다는 머리’가 뛰어난 인재를 뽑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은 어느 대학을 나왔고 어떤 전공을 했으며, 학점은 어땠는지가 아니라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보고 지원자를 평가한다는 애기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경험’이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에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진짜 찐스펙’인 셈이다. 경험의 스펙트럼이 넓을수록 당연히 취업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 경험이 쌓일수록 자기소개서에 쓸 수 있는 내용도, 면접에서 할 말도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자기소개서는 무엇으로 채울지, 면접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사라진다.


 학창 시절 폭넓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 또 그러한 경험들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혹은 관련성이 높은 기업이나 직무에 지원하는 것이 취업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만약 희망하는 기업에서 당신을 뽑는다면 이유는 스펙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경험과 그를 통해 뒷받침될 수 있는 당신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어필한 덕분일 것이다. 그래서 취업을 희망하는 청춘들에게 학창 시절에 학점·어학성적·자격증 같은 평범한 스펙 쌓기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최대한 ‘경험의 폭’을 넓혀 보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도 이력서에 한 줄, 한 칸을 더 채우기 위해 스펙 쌓기에만 급급한 취업준비생들이 적잖다. 요즘 유행하는 ‘호모 스펙타쿠스’(Homo-Spectacus, 취업에 대한 불안감으로 끊임없이 스펙 쌓기에 골몰하는 취업준비생들을 가리키는 신조어)가 바로 그것이다. 호모 스펙타쿠스는 좋은 스펙에도 불구하고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하는 청춘들의 자조와 한탄을 담은 표현이다. 채용시장에서 게임의 룰이 바뀌었는데도 취업준비생들은 여전히 과거의 사고에만 머물러 있다. 취업은 스펙 싸움'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벌·학점·어학점수 등 제아무리 휘황찬란한 스펙이라도 취업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한 사람의 역량이라는 빙산 전체를 가늠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일각(一角)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업은 스펙이 떨어진다고 해서 무조건 지는 게임도 아니고, 스펙이 좋다고 해서 절대 이기는 게임도 아니다” 블라인드 채용의 확산은 “우수한 스펙=우수한 역량”이란 기존의 등식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업시장에서 우리는 판매하는 상품 자체이자 세일즈맨이다. 세상의 모든 마케팅은 고객의 니즈가 어떻게 변화하고 또 어떤 상품들이 팔리는지, 즉 시장의 트렌드를 알고 그에 맞추어 발 빠르게 대응해야 성공할 수 있다. 취업이라는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블라인드 채용이 트렌드가 되면서 스펙을 앞세워 취업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트렌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의미다. 채용 트렌드의 변화에 발맞춰 취업을 준비하는 청춘들의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상, 즉 취업시장에서는 어떤 상품이 잘 팔리고 그에 따라 취업 준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그 답을 위해 소개할 영화가 <스피드(Speed, 1994)>다. <스피드>는 제목 그대로 스피드를 앞세워 관객을 쉼 없이 몰아치는 영화다. 그런데 영화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무대는 다름 아닌 ‘버스(Bus)’다. 영화 속 버스는 테러리스트가 장착한 폭탄과 많은 승객들을 싣고 러시아워의 LA 시내를 좌충우돌하며 달린다. 용의주도한 테러리스트는 버스에 폭탄을 장착하고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속도가 시속 50마일 이하로 떨어지거나 승객이 한 명이라도 내리면 폭파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형사 잭(키아누 리브스)이  천신만고 끝에 문제의 버스에 다가가지만 기사는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승차하려는 그를 태우지 않는다. 결국 잭은  뒤늦게 버스에 올라타는 데 성공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승객 중에 수배 중인 범죄자가 있었고, 형사인 잭을 보고는 자기를 체포하러 온 줄 착각한 것이다. 잭이 자신에게 총구를 겨눈 범죄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그만 버스기사가 총에 맞는다. 이에 버스는 절체절명의 위기로 빠져든다.


 농담 같은 얘기지만 버스가 위기에 빠진 이유는 무얼까? 승객을 잘못 태워서다. 정작 태워야 할 사람은 승차시키지 않고, 버스에 오르지 않아야 할 사람은 승차했다. 물론 버스 기사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버스에 사람을 잘못 태워서 사달이 난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세계적 경영컨설턴트인 짐 콜린스의 ‘버스 이론’을 연상시킨다. 그의 불후의 명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은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는 회사들은 새로운 방향,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세우고 나서 사람들을 버스에 태우고 그 방향에 헌신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적합한 사람(Right People)들을 먼저 버스에 태운다. 그러면 적합한 사람들이 부적합한 사람들을 버스에서 내리게 한 후 어딘가에 있을 멋진 곳으로 버스를 몰고 갈 방법을 생각한다”는 대목이다.



콜린스는 버스(회사)에 태울 사람과 내릴 사람을 결정하는 일, 즉 ‘채용’을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한 비결 중에서도 첫 손에 꼽은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기업이 어떤 인재를 뽑아야 하는지까지 말해준다. 그 답은 ‘적합한 인재(Right People)’다. 콜린스 이전에도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람은 차고 넘친다. 수많은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들이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인적자원(Human Resource)’이라는 말처럼 사람은 가장 중요한 자원이고, 기업의 성공 여부는 결국 사람의 문제다.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도 기업을 망하게 하는 것도 결국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사람(People)과 일(Job)을 매치(Match)’하는 인사관리 또는 사람관리가 기업 경영의 오랜 화두였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잘 뽑아서 잘 맞는 일을 맡기고 열심히 일하도록 동기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말한다.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교육을 통해 또 실제 업무를 경험하게 하면서 백지상태인 신입사원을 회사와 직무에 ‘적합한 인재’로 만들어간다는 얘기다. 하지만 콜린스는 인사관리의 핵심을 꿰뚫은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말은 틀렸다. ‘적합한 사람’이 중요하다”는 한 줄의 문장으로 기존에 통용됐던 인사관리의 상식을 뒤집었다.


 무슨 말일까? 기업은 사람을 통해 성과를 창출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한다. 그런 면에서 ‘인사가 만사’이고 ‘사람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은 틀림없는 진리다. 기업은 사람이고 사람이 곧 기업이다. 문제는 어떤 사람인 지다. 모든 사람이 기업의 성공과 발전을 이끄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게 필요한 사람은 ‘적합한 사람’이다. 이것이 바로 콜린스가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 즉 ‘인재관’이다. 애초에 적합한 사람을 뽑는다면 인사관리에 대한 고민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수많은 기업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한 결과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는 한 가지 기술’을 30초 이내에 답해달라고 한다면 ‘적합한 사람을 뽑아 적합한 자리에 앉히는 일’이라고 답하겠다”- 짐 콜린스


 콜린스가 말한 ‘적합한 사람’이 바로 취업준비생들이 그토록 바라는 성공취업의 열쇠를 찾는 단초라 할 수 있다. 요즘 기업들이 “어떤 사람들을 버스에 태울지?”를 결정하는, 즉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의 목표가 바로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 가장 적합한 사람(Right People)을 뽑는 것”이어서다.


 기업은 ‘우수한 인재’ (Good People)가 아니라 ‘적합한 인재(Right People)’를 원한다. 최고(最高)의 인재가 아니라 최적(最適)의 인재를 뽑는다. 즉 기업이 인재를 평가하는 기준은 ‘누가 더 우수한가’가 아니라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 누가 더 적합한가’이다. 물론 기업이 훌륭한 스펙을 가진 우수한 인재를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우수한 인재이면서도 우리회사와 직무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더욱이 지금 취업시장에서는 공채의 시대가 저물고 수시 채용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공채는 특정 기간을 정해서 회사 전체적으로 또는 모든 직무에 필요한 신입사원을 한꺼번에 뽑는 채용방식이다. 이에 비해 수시 채용은 부서(직무) 별로 인력수요가 발생하면 그때그때 채용공고를 내서 필요한 만큼만 뽑는다. 기업들이 공채를 통해 지금까지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 두루 적합한 인재를 뽑았다면 수시 채용은 직무에 보다 초점을 맞추어 적합도를 검증하여 채용한다. ‘기승전 직무’라는 말처럼 ‘직무적합도’가 지원자를 평가하고 채용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적합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보다 세분화, 정교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공채는 그물형 채용, 수시 채용은 낚시형 심지어 작살형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러니 취업을 바란다면 지원하는 기업과 직무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디폴트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어떤 회사인지 또 어떤 일인지 훤히 꿰뚫고 있어야만 과연 자신이 적합한 인재인지 따져보고 지원할 게 아닌가? 하지만 새털처럼 많은 기업과 직무를 속속들이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선택과 집중이다.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정확한 타깃을 정하는 것이다. 요즘 2030이 즐겨 쓰는 ‘내적 친밀도’라는 말이 있다. 외적이 아니라 내적으로, 즉 혼자 쌓은 친밀감을 의미한다. 성공취업을 위해서는 내적 친밀도 100%인 기업과 직무에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나와 합(合)이 맞는 진심으로 원하는 기업과 직무를 미리 정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취업에 성공하기도 쉽고 입사 후에도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이어갈 가능성도 커진다.



 그런데도 현실은 어떤가? 많은 청춘들이 눈앞의 취업에 쫓겨 “하나만 걸려라”식으로 묻지마 지원을 한다. 채용 공고에 어떻게든 자신을 꿰어 맞춘다. 난생처음 이름을 들어본 회사에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직무라도 앞뒤 재지 않고 자신이 적합한 인재라며 입사 지원을 하기 바쁘다. 솔직히 지원하는 기업과 직무를 모르면서 취업을 하겠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취업준비생들에게 가장 안타깝아쉬운 지점이 바로 여기다.


 필자가 말해주고. 싶은 것은 취업이 아닌 채용의 관점에서 접근하라는 것이다. 취업준비생의 목표는 당연히 ‘취업’(일정한 직업을 잡아 직장에 들어감)이다.  그런데 취업은 구직자의 관점이다. 기업의 시각에서 보자면 취업이 아닌 ‘채용’(사람을 골라서 씀)이다.


 그리고 기업이 인재를 뽑는 기준을 간단히 설명하라면 이렇게 다섯 글자다. 적합한 인재! 적합한 인재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어떤 기업이든 직무든 가리지 않는다”는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적합한 인재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똑같은 사람도 지원한 회사와 직무에 따라 적합한 인재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나와 맞는 기업과 직무가 따로 있을 수밖에 없다. 어떤 회사인지 또 어떤 일인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 적합한 인재일 수는 없다. 어림짐작으로 대충 지원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


 본디 글은 독자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 대목에서 독자분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짐 콜린스의 ‘버스 이론’을 살짝 비틀면 이런 질문이 가능해진다. 취업은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향하는) 기업이라는 버스에 올라타는 일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떤 버스를 탈지 결정했는가?” 또 “언제든 그 버스에 오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취업을 준비한다면 당연히 고민해야 할 이런 질문은 외면하고 많은 청춘들은 자신을 취업의 길로 이끌어줄 비법을 찾아 지금 이 순간에도 유튜브와 취업컨설팅을 기웃거린다. 취업의 성패를 가를 진짜 답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곳만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청춘들에게 영화 <쿵푸 팬더>를 권해주고 싶다. 쿵푸를 연마하여 ‘쿵푸 마스터’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판다곰,  ‘포’의 이야기다.


 줄거리는 간단하다면 간단하다. 국수가게를 하는 아버지는 포에게 가업을 잇게 하고 싶지만 포는 오직 ‘쿵푸 마스터’가 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 드디어 포는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쿵푸 마스터가 되는 비법을 손에 넣는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잔뜩 실망한 포는 꿈을 접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아버지로부터 “국수를 만드는 비법 따위는 없다”는 말을 듣고 비로소 깨달음을 얻는다. “어떤 일에도 비법은 없다. 내 안에 답이 있다” 포의 깨달음이자 영화의 결론이다.  



 돌고 돌아 찾아낸 정답은 허망하게도 ‘없다’는 것이다. 영화가 던지는 “인생에 정답이 있을까?”라는 질문의 무게는 취업의 비법을 찾아 헤매는 청춘들에게도 묵직하게 다가올 것이다. 제발 영화가 던진 물음을 품어보았으면 좋겠다. 쿵푸 마스터의 비법을 좇는 주인공과 취업의 비법을 갈구하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정확히 포개지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정답도 지름길도 없다. 취업에도 비법 따위는 없다! “하나만 걸려라”식으로 묻지마 지원을 하고, 유튜브를 뒤지고 벼락치기 취업컨설팅을 통해 잔 기술과 요령을 전수받아도 취업의 문은 결코 쉽게 열리지 않는다. 아무리 정교한 자기소개서 프레임이나 신박한 면접 팁도 정작 지원한 기업과 직무를 잘 모르면 의미가 없다. 그 회사가 어떤 곳인지. 지원한 직무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또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자신을 뽑아야 한다고 설득할 수 있을까?


 세상 어디에도 취업의 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는 필자도 당연히 모른다. 다만 성공취업의 실마리를 푸는 단서는 제공할 수 있다. 바로 ‘적합한 인재’다.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찾는 기업에게 좋고 나쁜 인재란 없다. 우수하거나 열등한 인재도 있을 수 없다. 오직 적합하냐 적합하지 않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무작정 면접 대비서나 유튜브에서 정답을 구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치열하게 답을 찾아보자. 지원하는 회사(직무)에 딱 들어맞는 ‘적합한 인재’는 누구일까?”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 어떤 역량이나 강점을 갖고 있는가” “앞의 2가지 질문이 매끄럽게 연결되는가?


 만약 이런 질문들에 확신에 찬 대답을 할 수 있다면 드디어 여러분이 그토록 바라던 취업의 정답을 찾은 것이다. 취업준비생이 아닌 기업의 눈으로, 우수한 인재가 아니라 적합한 인재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순간 취업이라는 답답한 현실도 전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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