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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민 Apr 22. 2023

정말 육아는 템빨일까?

7년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전업주부가 되었다.

매달 꼬박이 박히던 월급이 끊겼고, 퇴사처리 되어버려 육아휴직 급여 또한 없다.

월급을 받을 때는 몰랐다. 월급이 얼마나 좋은건지.

남편이 벌어오는 돈만으로 살기에는 빠듯해 매달 남편을 졸라 주식 계좌에서 생활비를 빼서 쓴다.


매일이 마이너스가 되는 삶이지만 난생 처음으로 아껴쓰는 라이프스타일이 싫지만은 않다.

내손으로 지어먹는 따뜻한 집밥은 내게 어떤 비싼 음식보다 충족감을 주었고

불필요한 지출들을 하나씩 절제해 나가면서 얻는 묘한 짜릿함도 느껴가고 있다.


그럼에도 아이가 낮잠을 자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무렵, 핸드폰을 하다보면 수도없이 많은 

유혹들이 나를 부른다.


이불을 걷어차고 자기에 수면조끼도 사줘야 하고,

배앓이가 있을 수 있으니 내복은 배앓이 방지용 내복을 사입혀야 한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니 유모차 방한 커버도 사주고 싶고, 아기띠 위에 입을 구즈 덮개도 사줘야 한다.

외출할 때 이옷 저옷 귀달린 곰돌이 털모자까지 입히고 싶은것 투성이다.

이유식은 내가 직접 만드는것보다 시판용이 영양적으로 더 우수해보이는데 그냥 시켜 먹어볼까.

집에서 애만 키우는 엄마이지만 산책하러 나갈때는 명품 트레이닝셋트를 입어보고 싶다.

겨울이 다가오니 어그 털부츠도 하나 사고싶다.

호리호리하고 늘씬한 엄마가 광고하는 스토케 유모차도 사고싶다.

아기가 식탁밑이나 어두운 구석을 좋아하는데, 집안에 놓을 인디언 텐트도 사주고 싶다.

이시기에 맞는 장난감은 사줘야 하는데 막상 사자니 비싸고, 당근마켓에서 사기엔 사용감이 있는것이 너무 싫고.. 결국 대여하다가 몇개월을 빌려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그러다가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은 아이를 맡기고 지금이라도 일을 복귀할까 하는 고민이다.

내가 기존에 벌던 돈을 벌어온다면 이런 걱정은 안하고 마음껏 육아템빨을 즐기며 손쉽고 재밌는 육아가 되지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감에 사로잡힌다.

그렇지만 결국 200일 남짓된 아기를 어린이집이나 이모님의 손에 맡기고 일을 나가는건 너무나 무책임하고 나쁜 엄마 라는 결론에 이른다.


일을 안하기 때문에 육아를 함에 있어서도 성취주의라는 덫에 빠졌다.

출산 전보다도 더 빠져버린 몸무게와 수척해진 내 모습에도 나는 계속 모유수유를 지속하고

이유식은 직접 재료를 골라 만든다.

또 숟가락으로 떠먹이는 이유식을 거부하기 시작하자, 스틱형으로 야채들을 찌거나 삶아 주는

자기주도 이유식까지 해주고 있다.

아기가 잘먹어 줄때는 그보다 더 뿌듯한 행복감은 없지만 여기저기 엎고 흘리는 음식물들과 빨래들을 감당하며 일은 일대로 계속 불어난다.


으레 좋은 엄마인척, 해야한다는것은 다하고 있다. 그래야 일을 안하고도 아이를 키우는 내 모습이 정당화 될것만 같다.


그렇지만 육아라는 것은 사람을 키워내는 일이기에 내가 하는 모든것들이 아기를 잘키우는 결론에 기계적으로 다다르지 못한다. 그리고 아이를 잘 키웠다는 결론조차 기준이 없다.

어떤 책에서도, 어떤 의사 선생의 말로도 기준이 다 다르고 모호하다.


육아 책도 계속 읽어보고, 인터넷 카페글도 뒤져보고, 유투브도 섭렵해보고, 여러 아기 엄마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지만

육아의 해피엔딩은 단 하나. 시기에 따라 잘 커나가는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시기란 것도 아이마다 다 다르다. 아이가 커나가고 싶을때, 다음 도약으로 나갈 준비가 될 때

엄마는 그저 옆에서 우와 하고 감탄해주고 지지해주고 지켜봐주면 되는 것이다.

육아템이 그 순간을 빠르게 당겨줄지는 모르겠으나 아이의 성장의 순간은 반드시 오게 되어있다.


얼마 전, 혼자 앉지도 못하는 아기가

화장실 간 새에 침대 난간을 붙잡고 똑바로 서있었다.

눈물 한방울 뚝 흘린채로.


매일 내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시간에 아기는 혼자서 성장의 시간을 오롯이 이겨내고 있다.

과감히 일을 접고, 커나가는 은호 옆에 있어주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해줄 수 있는건 우와 섰구나 은호야 축하해 라고 감탄해 주는것 하나.

그리고 그 순간을 남편과 우리 부모님과 나누는것.


그게 가장 큰 육아의 해피엔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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