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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민 Apr 22. 2023

어린이집의 딜레마

공동육아, 보내?말아?

아이가 두돌이 되면 꿈이 있었다.

만 2살을 엄마가 살뜰히 애착관계를 형성해 키워내면, 어린이집에 보내도 괜찮다는 한 다큐를 보고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 마시는 아이스라떼 한잔이 너무 먹고싶었다.

그리고 보내는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

아이가 벌컥 문을 열지 않기에 마음편히 화장실도 갈수있다.

갑자기 책을 읽어달라는 아가의 요구때문에 설겆이도 중간에 멈추지 않아도 된다. 

청소도 그리고 요리도 마음껏 하고싶은대로 할 수있는 그 시간이 너무 절실했다.


내가 사는 동네 과천은 비싼 집값, 그리고 재건축 등 신축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아이들의 인구수가 폭증한 관계로 어린이집이 정말 부족하다.

오죽하면 일반 가정어린이집도 대기가 50명이 넘고 시립이나 국공립은 대기가 2-300명이다.

외동에 맞벌이도 아닌 나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공동육아 어린이집. 보증금만 750만원에 매달 43만원씩 조합비를 내야한단다.

다른 어린이집은 약간의 활동비 정도만 내면 되는수준인데, 여기는 무슨 아이 보내는 학원이다.

그렇지만 넓고 푸르른 마당과 텃밭이 제공되고 좋은 환경과 원아수에 비해 선생님수가 많다는 장점하나만을 보고 입소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43만원이라는 돈이 온전히 내 아이를 위한 돈인줄 알았다. 예를 들면 친환경 먹거리, 안심식단 등 내 아이를 위한 먹거리나, 선생님 수가 다른 원에 비해 많기에 월급으로 사용되는줄 알았다. 


총회를 거치며 깨닫게 된것은 그 43만원이라는 돈은 이 어린이집을 다같이 공동소유 하기 위한 일종의 공동기금이었다. 예를 들면, 이 어린이집의 주인은 원장이 아니라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들이 공동 소유한 것이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예산이 사용되는 내역을 보면 그렇다. 각종 행사비부터 시작해서 1박 2일 캠핑비까지 이게 왜 여기에 쓰여야 하는지 의문투성이인 예산 내역이다. 각종 보증금 대출 이자또한 이돈에서 나가게 된다. 어린이집을 입소시키는 순간, 나또한 이 어린이집의 주인이 되는것이다.


주인이 부모들이기에 

신입 원아들을 홍보하는것도 다른 어린이집들 처럼 원장님의 기막힌 말빨이 아니라, 

맘카페에 가입하고 디자인도 새로해서 부모가 직접 올려야 한다. 

신입 원아 1명이 년간 원에 가져다 주는 수익은 5-600만원이다. 더 재밌는건 비영리 단체이기 때문에 수익을 추구하지 않아 초과된 이익금이든 수익금이든 반드시 다 써야한다. 


그래서일까. 말도안되는 이상한 행사들이 너무 많다.

개원잔치는 왜해야 하는걸까? 각종 타임테이블을 짜고, 먹거리를 팔고, 게임도 해야한다. 

하기 싫고 귀찮고 없던 일을 만들어 낸다. 그 와중에 부모끼리 의견충돌이 나기도 한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김밥을 파느냐 마느냐, 컵게임을 추가하느냐 마느냐, 게임에 어른이 참여하느냐 마느냐) 단톡방에 토론이 열린다.


나는 일도 안하는 주부임에도 불구 진저리가 났다.

43만원은 내 아이를 위해 오롯이 쓰이는 돈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 43만원은 내가 이 어린이집의 주인행세를 하기 위한 돈이었다.


나는 어린이집의 주인을 하고싶었던게 아니라, 나도 나의 시간을 가지면서 

아기와 나의 건강한 거리감을 확보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그 뿐만 아니었다. 처음 원에 입소한 나의 아기는 무진장 아프기 시작했다.

가정보육을 할때는 감기한번 걸려도 1~2일 약먹으면 금방 낫던 나의 아기였다.

모유수유 까지 1년 해가면서 어떻게든 면역력을 길러주려고 애쓰며 길러왔다.

감기가 한번 걸리면 기본 2주~3주였다.


4월은 그래서 등원일이 합쳐서 3일 남짓이다.

억울한 마음을 뒤로하고 우선은 아이에게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아픈아이를 돌보고 그 와중에도 아이와 나는 이 성장의 시간을 알차게 채워나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내지만 부모로써의 의무적인 참여를 과감히 내려놓았다.


"아기와 저 자신을 위해서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잠시 한발 물러나, 저도 아이가 준비가 되면 참여를 시작하겠습니다."

하고 용기있게 말했다. 참여 안하는 부모가 도태되는 요상한 분위기속에 소신발언이다.

그 덕에 단톡방에서도 유령이 되는 아싸가 되었지만 차라리 몸과 속이 편안하다.

아픈 아이를 이끌고 개원잔치를 준비하는 엄마의 모습은 무언가 앞뒤가 바뀐거같다.


참여를 강요하는 듯한 공동육아 분위기 자체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잘 키우는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어린이집이 없어 울며겨자먹기로 보낸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뭐가좋은지

그렇게나 좋다는데, 나도 알고 싶다.


나에게도 아이를 키우며 너그러워지는 성장의 과정을 통해  이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좋아지는 순간이 찾아오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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