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힙에 대해

사회적 문제를 트렌드로 이끄는 시대

by 박주현


지방 소멸에 대한 방송과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MBC에서는 '로드맨' 시리즈를 기획해 소멸하는 지방에 대한 현실을 취재하는 프로그램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여느 때처럼 아쉬움만 남기는 일이었다. 나 하나가 막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방송과 언론이 나서서 해당 문제를 노출시키고 국민 정서와 정부에 대한 노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송사의 전략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농촌의 문제는 농민의 문제였다. 서울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김모씨의 일상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할 만큼 거리감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지방 소멸뿐이 아니다. 하나 더 말하자면 인구감소이다.


인구감소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시작하는 글로벌 문제이다. 흔히 Z세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세대로 정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날로그의 감성을 알고, 그리워하기도 하고, 오히려 뉴트로라는 트렌드로 끄집어 내기도 한다. 인구감소를 겪는 현시대에 지방 소멸이라는 문제는 거시적으로 봤을 때, 옆 집에 불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지방이 소멸하면 서울로 상경한 이들에겐 어릴 적 보냈던 학창시절을 그리워할 터전이 사라지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콘텐츠의 감소이다. 내가 살면서 거쳐온 곳이 아니더라도 지방이 소멸하는 순간부터 오프라인에서 누릴 수 있는 콘텐츠는 서울과 경기도에 묶이게 된다. 결국 해외로 나가는 빈도수가 높아지거나 온라인 영역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이 결과들이 지방에서 누리는 콘텐츠 경험을 해소시켜줄 순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떠오른 트렌드가 '로컬 힙'이다. 이미 이전부터 지역에 대한 관심은 Z세대 중심으로 밀레니얼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촌캉스'는 시골을 이르는 '촌'(村)과 호캉스의 합성어로, 시골에 가서 호캉스를 누린다는 뜻이다. 회색 빛과 콘크리트 숲과 같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담는 도시에 벗어나 자연과 마주하고 정서적인 안정과 힐링이 촌캉스의 주된 목적이다.


20220708105648993_31c2df7b-a885-48f0-875b-1c85867fe8a2.jpg 2022년6월 1일~15일까지 집계한 자료


2022년 6월1일부터 15일까지 트리플에서 집계한 통계를 보면 영호남, 충정도 지역의 숙소 예약률은 지난해 대비 40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다시 말해 2021년에 비해 숙소 예약률이 4배 이상 오른 것이다. 숙박업소 예약 플랫폼 야놀자 관계자는 “부산 해운대나 강원 강릉 같은 유명 여행지 외에 교통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관광객이 많지 않은 한적한 곳이 새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촌스럽다는 것은 힙하고, 세련되고, 새로움의 대명사가 되어가고 있다. 세계적 디자이너인 키코 코스타디노브가 우리나라 동묘에 가서 영감을 얻고 왔다는 일화는 온라인상에서 한 번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다시 돌아와 로컬힙은 이러한 새로움으로 인식되는 촌스러움과 연관된 키워드이다. 로컬힙의 최근 일례로 익산 생크림 찹쌀떡이 있다. 제 2의 포켓몬빵 신드롬이라 할 만큼 지역민을 포함해 외부인까지 오픈런을 하면서 구매를 향한 열기가 뜨겁다.


최근 신한카드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매년 1분기의 신규 가맹점명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구', '부산', '전주' 등 서울 외의 지역명이 이름에 들어간 가게와 브랜드들은 많아지고 있는 반면 가게 이름에 '서울'을 사용하는 경우는 감소했다. 그만큼 서울이 갖는 도시적 이미지와 세련됨보다 촌스러움에서 오는 세련됨이나 지역의 정체성에 기반한 개성에 대해 소비자들은 묘한 매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음식에 한정되지 않고 티셔츠와 같은 소비재에도 적용된다. 이플릭은 대구 동성로에 위치해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예일대 티셔츠에서 영감을 받아 대구 티셔츠를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대구 여행가면 사오고 대구 시민으로서 정체성 표현수단으로 사용하는 등으로 인기가 있다.


우리나라는 특산품이 지역별로 존재하고, 파주의 인삼처럼 새로운 것들이 나오기 때문에 콘텐츠로서 가치가 있다. 특산품은 하나의 테마이자 콘텐츠로 소비할 수 있어 테마여행, 지역축제 등으로 활용을 했는데, MZ세대의 눈에 들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는 브랜딩, 스토리텔링 등이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왜 해당 지역에 소비를 해야하는 지에 대한 당위성을 충분히 마련하는 작업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턱대고 마산00, 영천00과 같은 접근보다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바라보는 것은 충남 논산시에 '강경근대문화거리'로 근대문화유산이 건물로 존재하고 이를 살려 콘텐츠로 만드는 노력이 눈여겨볼만 하다. 특히 쌀국수 집이나 베이커리 결합형 카페도 있는데 근대와 새로운 것들의 조합으로 MZ세대에게 새로운 조합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로컬힙은 단순히 구미가 당겨서 형성된 트렌드가 아닌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은 MZ세대가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 될 것이며, 다른 사회적 문제가 부각될 경우에는 이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거나 진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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