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작품들에 대한 비교 및 분석
최근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 한 터라 개봉 전부터 개인적으로 기대작이었던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왔습니다.
신카이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 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이자 '지진'이라는 유독 일본에겐 취약한 재난을 소재로 담아 경각심을 일깨워주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지금도 관련 영화에 대한 리뷰는 브런치만 해도 무수히 올라오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작성하지 않으려 했으나 해당 영화에 대한 제 나름의 분석을 제시하고자 한다.
재난 3부작은 줄곧 도쿄라는 대도시에 가려는 욕망을 보여준다. 미츠하는 타키를 찾아 도쿄로 떠나며, 호다카는 (구름 사이 빛줄기를 따라왔지만) 자신을 찾아, 스즈메는 재난을 막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도쿄로 이동하는 데에 있어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닌 자신의 성장을 위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도쿄라는 대도시만으로도 인적 인프라와 교류의 기회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으며, 이를 지방 시골에 사는 학생들과 비교해 더욱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지루하고 성장에 필요한 교류는 이루어지지 않는 곳으로 비추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탐구하고, 비교하며, 성장하기 위해 도쿄로 이동하는 것이라 가늠해 본다.
또한 도쿄는 <재난3부작>에서 극 중 후반부 격전지로 선정되곤 한다. 단서 혹은 마지막 희망이 되는 곳이다. 타키가 미츠하를 만나고, 호다카가 하늘로 올라가 도쿄 상공에서 히나를 데려오고, 미미즈를 봉인하는 스즈메처럼. 이는 주인공 중심으로 성장 서사에 가장 큰 전환점을 주는 지점이며, 모두 도쿄에서 발생한다.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스즈메의 문단속>에선 공통적으로 주인공의 신분이 학생으로 설정된다는 점이다. 작품에 따라 남녀 주인공 모두 학생이거나 한 인물만 학생으로 설정이 되는데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학교라는 공간도 따라 물리적 배경으로 등장하곤 한다.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에선 다소 비중이 적었지만 학교라는 공간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공간이라는 것은 같다.
학생의 지각 혹은 결석은 이야기 전개를 위해 이루어지고 있지만 직장인으로서 성인의 지각과는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짊어져야 하는 무게 또한 다르다. 직장인은 무단 결근을 하면 계약 위반으로 해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생계 유지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하지만 학생은 일탈이라는 가벼운 이미지로 해석되기도 하며, 지난 <재난 3부작>의 경우, 시청자는 재난을 막기 위한 여행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지나간 학창시절에 시도하지 못한 그리움이 일부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결석이란 행위에 퇴학으로 이어지는 결과는 예상하기 힘들다. <날씨의 아이>에서 총기를 소지한 채 소동을 일으킨 호다카 역시 졸업은 했던 것처럼 말이다. 청춘이라는 말이 가장 쉽게 와닿는 시기이자 세상을 키워나가는 시기에서 '도전'은 오히려 응원해주고 싶게 한다.
추가로 재난 3부작과 이전 작품에서 주인공이 학생인 이유는 꿈과 사회적 시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사회적 시각에 대해 설명을 하면 청소년 시기는 자아를 확립해나가는 시기로 치기어린 반항이나 사춘기 등이 드러나는 시기이다. 그만큼 어른에 비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기준이 낮다는 것이다. 예시로 <너의 이름은>에서는 운석이 떨어지기 직전에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소를 폭파한다. 어른이 했다면 소동의 규모가 아닌 범죄다. 사람들을 살린 영웅일지언정 그에 대한 죄목은 엄중히 물게 될 것이다. <날씨의 아이>에서는 호다카가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한다.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공통적으로 어마어마한 리스크를 감수한다. 어쩌면 이러한 용인이 서사에 도움을 주고 더욱 주인공을 더욱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 본다. 또한 청소년으로서 꿈을 꾼다는 것이다. <너의 이름은>에선 도쿄에 가고 싶다는 꿈을, <스즈메의 문단속>에선 소타를 살리고 싶다는 꿈을 목적의식으로 삼는다. 꿈이 결코 직업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함과 동시에 자아실현으로 이어진다. 도쿄에 간다고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빛을 따라 호다카는 도쿄에 간다. 타키는 미츠하를 찾아 폐허가 된 마을을 찾고, 스즈메는 소타를 구하러 간다. 하지만 그 나이대만큼 자아를 탐색하고 꾸준히 꿈과 자아실현에 대해 고민하기 때문에 나온 결정이다.
<재난 3부작>은 재난이라는 위기와 무속신앙을 연결짓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속신앙에서 말하는 논리를 가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SF소재를 차용하고 있다. 재난은 모두 자연현상임에도 다시 신화적으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운석이 떨어진 현장의 운명을 바꾸는 전개를 위해 무속신앙이 중요한 열쇠가 되어준다. <날씨의 아이>에서는 호다카와 히나가 사람들의 행복을 전하는 수단이자 히나의 수명 연장에 중요한 열쇠가 된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선 재난을 막는 열쇠이며 시간대가 다른 자신을 마주하며 성장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각자 다른 재난을 다루고 있지만 이는 각기 다른 무속신앙에서 기인한 일이며 급작스러운 일이 아닌 흡사 마블 <로키>시리즈의 넥서스와 같이 엇나간 균형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로 설명한다. 가상 존재가 사는 하늘에서 떨어진다거나 미미즈라는 가상의 빌런을 만들어내고 처치한다던가 하는 공상과학과 같은 이야기로 자연발생이 아닌 원인과 결과를 뚜렷하게 설명한다.
기존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초속 5센티미터> 등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는 내래이션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내래이션의 용도는 이전 배경 서사(설정)를 풀어내 별도로 이해를 위한 장면을 추가하지 않는데 의미가 있었다. 또 다른 용도로는 인물의 감정을 내래이션으로 풀어내 한 장면 속에서 시청자가 동일한 경험 혹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가이드의 역할을 했다. 표현에 있어서도 간략하게 쓰는 것이 아닌 수식이 조금은 붙더라도 감정이 전달될 수 있는 방면에서 마치 소설을 읽어주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기존 <언어의 정원>, <초속 5센티미터> 등 이야기를 관통하는 제목을 설정하는 경우가 기존의 관행이었다면 <스즈메의 문단속>은 주인공이 제목에 등장하는 이례적인 사례다. 그만큼 남녀 주인공을 설정하고 둘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전개가 흥미진진했던 것에 반해 <스즈메의 문단속>은 남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소타가 의자가 되어버리면서 스즈메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주요한 역할을 한다.
겉으로는 느슨한 연대를 유지하면서 내면에는 강한 유대를 갖고 있다. 지하철에서 서로 눈치만 보던 타키와 미츠하, 비즈니스 파트너였던 호다카와 히나. 결말에 다다르는 시점에선 서로를 구하기 위해 목청 놓아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한 층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스즈메는 죽음도 두렵지 않다는 태도와 말에서 희생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개인보다는 타인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재난을 막는 모습을 그려냈다. 개인보다 대의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모두를 살려낸 뒤 자신을 희생하는 아이언맨과 같은 영웅으로서 책임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남녀 주인공이 서로에게 느슨한 연대 속 강한 유대를 불러일으키는 것과 달리 스즈메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유대를 보여주고 여정 중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스즈메와 다르지만 기존 작품에서 보여지는 느슨한 연대 속 강한 유대는 일본 내 광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 내에선 비슷한 감정선을 갖는 작품이 하나의 모티프가 된 것이라 생각이 된다. 아래 광고는 그 예시 중 하나이다.
기존 작품들과 달리 실제 재난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점에서 많은 이목을 집중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뿐 아니라 한국과 다른 나라에도 지진이 아니더라도 재난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여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 바라는 신카이마코토 감독의 바람을 알 수 있었다.
신카이마코토 감독은 "지금 젊은 관객들 중에는 그 일을 잊었거나 기억 속에 없는 이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일이다" 라고 한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그리고 지금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는 젊은이에게 그 날의 기억이 선명하지 않더라도 그날의 기억을 애니메이션으로 통해 전하고 싶었던 심경을 전했다. 이런 의미로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가 가장 컸던 도호쿠 지방을 극 중 마지막 격전지로 꼽았다. 비중도 다른 지방에 비해 많은 시간을 들이며, 다이진과 사다이진까지 함께 미미즈를 막는 장면은 규모로 봐도 사뭇 남달랐다.
이렇게 각 3개로 제시를 해봤지만 더 많은 요소들과 장치들이 숨어 있으니 <스즈메의 문단속>을 시청하는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기존 작품들 사이에서 실제 장소를 살짝 각색하거나 그대로 묘사한다는 점에서 신카이마코토 감독의 작품은 여행으로 이어질 수 있게 했다. 그럼에도 유독 <날씨의 아이>,<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등장하는 고양이는 사실적인 묘사보단 애니메이션인만큼 과장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재난 3부작 모두 Rad Wimps와 OST 작업을 했다는 점이나 '하늘에' 운석이 떨어지고, 고래가 살고, 미미즈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에 나온 지역들은 성지투어로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AR필터를 이용해 영화 속 캐릭터와 만나보는 활동을 통해 지역 관광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영화<스즈메의 문단속>에 대한 감상을 마칩니다.